‘강력한 영향력을 원하는 슈퍼 개인’의 등장
일상적 통제 욕구의 확장
2022년, ‘답답함’이라는 감정의 탈출구 찾기
글로벌 팬데믹은 블랙 스완처럼 전 세계인들의 생활 양식을 송두리째 바꾸어놓고 있다. 가까운 미래의 조심스러운 전망도 방역 단계에 따라 춤을 춘다. 예측이 힘든 시대,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중 소비자들의 태도(attitude)에 주목했다. 《2022 트렌드 모니터》는 2022년 변화의 핵심 키워드를 “강력한 영향력을 원하는 ‘슈퍼 개인’의 등장, 그리고 ‘일상적 통제 욕구의 확장’”으로 분석했다.
끝이 요원해 보이는 팬데믹 상황에서 이 상황을 바꿀 수 없다고 인식한 사람들은 자신의 ‘태도’를 바꾸고 있다. 2022년 대중 소비자들은 막연한 불안감은 줄이고, 앞으로 어떤 변화가 있을지 궁금해하면서, 현재의 만족을 늦추고, 미래에 투자하려고 한다. 코로나19가 끝날 날을 막연히 기대하며 위시리스트를 적는 대신, 짠테크로 절약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미래 가치에 투자한다. 불확실한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현재의 만족을 지연(遲延)’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와 동시에 주변 환경과 일상, 사회와 정책 이슈에까지 광범위하게 개입하면서 ‘개인의 통제력’을 확대하려 하고 있다. 대중은 파편화되어 있으면서도, 강력한 영향력을 원하는 ‘슈퍼 개인’이 되려고 하는 듯 보인다. 하지만 ‘답답한’ 상황은 변하지 않는다(2021년 자주 경험하는 감정 1순위–답답하다). 개인은 점점 더 고립되어 가고, 소비자들은 답답함이라는 감정을 표출할 탈출구를 찾고 있는 듯 보인다. 그래서 《2022 트렌드 모니터》는 이 ‘답답함이라는 감정을 풀어줄 통로’에 집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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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들은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소비자의 4가지 생활공간인 일상(Life), 여가·문화(Culture), 일과 생산(Work), 한국 사회(Social)까지 4가지 차원으로 나눠 대중 소비자들과 트렌드를 분석했다. 소비자들이 돈과 시간을 쓰는 소비 활동은 이 4가지 공간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첫 번째, 소셜 파트에서는 만족을 지연시키고 미래를 위해 시간을 축적하여, ‘욜로의 종말, 투자 열풍은 계속된다’는 현상을 다룬다. 코로나 2년 차에 접어든 현재 대중 소비자들이 지금 당장의 감정적 만족을 지연시키고 미래 가치에 투자하고 있다. 특히 MZ세대의 투자 열풍 현상의 이유와 원인에 대해 집중적으로 분석했다. 또한 최근에 다양한 형태로 표출되고 있는 부정적 감정의 대리 해소 현상에 주목했다. 드라마 <악마판사>, <모범택시>, <빈센조> 등 다양한 ‘복수극’이 흥행을 하고 있는 현상을 ‘복수 판타지, 부정적 감정의 대리 해소’ 편에서 집중적으로 파헤친다.
두 번째, 컬처 파트에서는 등산, 골프, 게임 등 부모와 자녀 세대가 경험과 놀이를 나누는 ‘新소비 공식, 경험의 세대 전이’ 현상을 분석한다. 세대 간 경험과 놀이의 전이 현상은 세대 갈등의 이슈가 고착화되고 있는 한국 사회에서 코로나19 이후 가장 중요한 변화 양상 중 하나로 보인다. ‘문자 소통 시대, 낮은 문해력이 양산하는 문제들’ 편에서는 코로나 이후 문자 소통은 급증하는 데 반해, 긴 글이나 텍스트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문제를 다루고 있다. 낮은 문해력은 필터 버블의 문제를 더욱 가속화할 수도 있다.
세 번째, 워크 파트에서는 통제감과 시간 선택권에 대해 다룬다. ‘MZ세대가 사표를 던지는 이유’ 편과 ‘MZ세대가 생각하는 좋은 직장이란?’ 편에서는 코로나 시대 비대면 접촉 비즈니스가 급증하면서 기업이 신입사원을 줄이고 있는 상황을 지적하고, 어렵게 취업하고도 퇴사를 선택하는 MZ세대들이 많은 이유와 원인에 대해 분석한다. 이 분석은 현재 MZ세대의 멘탈리티를 이해하는 데에도 매우 유용할 것이다.
네 번째, 라이프 파트에서는 판타지와 SF 장르가 흥행하고, MBTI가 대유행하는 이유와 함께 대중 소비자들의 ‘일상적 통제감’을 확대하려는 욕구를 분석한다. ‘보급형 취향, 나만의 것이 아닌 나만의 취향’ 편에 따르면 현대인들은 ‘외부에 잘 보이기 위한’ 하나의 표현 수단으로 자신의 취향을 선택하는 경향이 강했다. 또한 ‘대면 관계의 결핍이 만들어낸 현상들’ 편에서 인간관계 상호작용 욕구의 대리 만족으로 나타난 현상으로 메타버스 세계에 대한 관심 폭증을 다루고 있다. 코로나19 2년차에 대면 접촉 빈도가 급격하게 줄어들면서 실제 인간관계에 대한 욕구 결핍이 늘어나고 있는 걸 분석한다. 현재 대중 소비자들은 ‘실제 사람’과의 접촉을 그리워한다. 여기에 더해 각 챕터마다 [트렌드 뾰족하게 보기]를 통해, 한국 소비자들의 삶이 구석구석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키워드를 통해 자세하게 보여준다.
욜로의 종말/상대적 박탈감/불안감이
소비자의 태도를 바꾸고 있다
지난 2년 동안 강하게 만들어진 투자 태도, 꺾이지 않을 것
▶ 벼락거지가 불러일으킨 ‘불안감’, 그리고 가상 화폐 투자
‘벼락거지’는 교묘한 뜻을 품고 있는 단어다. 어감은 ‘벼락부자’와 비슷하지만 불러일으키는 감정이 다르다. 벼락부자는 사람들에게 부러움이나 시기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어도, 불안감을 주지는 않는다. 반면 ‘벼락거지’는 기본적으로 ‘타인과의 비교’를 내포하고 있고, 단순히 내가 가난해진다는 의미를 넘어, 남보다 ‘뒤떨어질 수 있다’는 불안감을 불러일으킨다. 그래서 만약, 투자에 참여하지 않고 가만히 있다면 주변 사람들보다 ‘가난해질 수 있다’는 이 불안감은 사람들로 하여금 투자에 눈을 돌리게 만들었다. 특히 타인과의 비교에 민감한 2030세대(MZ세대)가 벼락거지가 되지 않기 위해 투자 열풍에 더 격렬하게 참여하고 있다.
그리고 2030세대가 부동산과 주식만큼이나 큰 관심을 갖는 투자 대상이 하나 더 있다. 바로 가상 화폐 투자다. 조사 결과를 보면, 2030세대는 가상 화폐가 매우 위험하며, 예측이 불가능한 투자 대상이라는 것은 분명히 인식하고 있다. 그리고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주장에도 동의한다. 장기보다는 단기 투자로, 글로벌 시장도 파악할 겸 공부 삼아 조심스럽게 투자하려는 경향이 강했다. 그리고 자신이 투자한다면 어느 정도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도 높았다. 2030세대의 이런 자신감의 강력한 근거는 ‘공부’였다.
2030세대의 계층 상승 욕구는 매우 높다. 그리고 이것이 실현 가능하다고 믿는다. 주택 소유욕도 높다. 그래서 현재의 급여 수준에는 만족할 수가 없고, 추가적인 수입이 발생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 다만, 일상생활을 검소하게 하거나 절약함으로써 얻는 이익은 생각보다는 높지 않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부동산에 비해 진입 장벽이 낮은 주식과 가상 화폐 시장에 관심이 많고, 투자도 많이 하고 있다. 공부를 많이 하면 결국엔 이 불확실한 시장에서도 자신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 ‘상대적 박탈감’으로 인한 분노, 복수 판타지로 해소하다
어느 때보다 소득 불평등과 양극화 문제가 심각한 현재의 한국 사회. 경제적으로 더 나은 삶을 기대하지만 그러한 바람을 이루기가 쉽지 않다는 현실 인식이 주는 괴리감은 상당한 부정적 감정과 정서를 생산한다. 또한 누군가가 부당한 방법으로 부와 명예를 사회 전방위적으로 일궈내고 있다는 사실은, ‘성공한 상류층 삶’을 이루지 못했다는 심리적 결핍과 맞물려 대중들을 더욱더 무기력하게 만들고 있다. 특히 이런 상황을 개선할 마땅한 대안조차 없는 현실은, 개인 차원을 넘어 사회집단적인 무기력증을 심화하고 있다.
사회적 동물로서 부당 행위에 대해 인간이 느끼는 가장 원초적이고 일차적인 욕구 중 하나가 복수다. 그래서 앙갚음으로, 부당 행위에는 대가가 따른다는 것을 보여주는 행위에 신나게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유치하지만 그래야만 기울어진 마음 상태와 관계를 바로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까운 현실에서 내 손으로 정의를 실현할 수 없는 상황이 누적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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