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출판사 제공 책 소개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마이클 K의 고단한 여정을 통해 그려낸 타자 재현의 윤리와 사유의 한 방식으로서의 스토리텔링 남아프리카공화국 최초의 노벨문학상 수상자 네이딘 고디머에 이어 두번재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며 명실상부 남아프리카공화국을 대표하는 거장의 반열에 오른 J. M . 쿳시의 『마이클 K의 삶과 시대』가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96번으로 출간되었다. 구성과 스타일 면에서 쿳시의 여러 작품 중 독특한 위치를 점하는 『마이클 K의 삶과 시대』는 『야만인을 기다리며』(세계문학전집 174) 『철의 시대』(세계문학전집 181)와 더불어 쿳시에게 세계적 명성을 안겨준 대표작으로 꼽히며, 2004년 국내에 처음 소개된 지 17년 만에 번역을 다듬어 새롭게 선보인다. 내전의 한가운데, 입술 기형의 유색인 마이클 K가 시청의 정원사 일자리에서 해고당한 뒤 병든 노모를 수레에 태우고 참연히 길을 떠나며 맞닥뜨리는 고단한 여정을 통해, 아파르트헤이트 시대의 자유와 전쟁, 역사성과 시간의 문제, 나아가 인간 삶의 가치에 대해 알레고리로 가득한 질문을 던진다. ★ 2003년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 부커상 • CNA상 • 에트랑제 페미나 상 수상작 삶을 긍정하는 이 소설은 인간의 경험에 환하게 불을 비춤으로써 내면의 영적인 삶이 필요한 이유,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과 유의미하게 연결되어야 하는 이유, 순수한 시각이 필요한 이유를 일깨운다. _1983년 부커상 선정 이유 구순구개열 기형을 안고 태어난 유색인 마이클 K는 자신의 어머니가 가정부로 일하는 케이프타운의 시 포인트 지역에서 정원사로 취직한다. 습하고 고온인 날씨 탓에 노모의 건강이 점점 악회되어간다고 생각한 K는 어머니와 함께 어머니가 태어나 자란 카루의 농장을 향해 떠난다. 삶에 대해 의문도 불만도, 기쁨도 만족도 품지 않고 사는 무색무취의 영혼처럼 그려지는 마이클 K. 기형에 유색인인 자신을 향한 차별과 사람들의 시선도, 그런 태생적 한계 때문에 더더욱 벗어날 수 없는 가난도 그에게는 별다른 절망도 좌절도 심어주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 그였지만 어머니만은 그를 움직이게 하는 힘이었다. 정원사 일을 그만두고 어머니의 고향인 카루의 농장으로 향하는 참연한 여정, 길을 나선 지 며칠 되지도 않아 어머니는 숨을 거두고 만다. 하지만 K는 홀로 여정을 이어간다. 그러다 우연히 만난 버려진 농장에 어머니의 유골을 뿌리고, 그곳에 그대로 눌러앉아 호박을 키우고 땅을 일구며 살아간다. 그 와중에 내전의 불씨가 일어나기 시작한다. K는 반란군에 협조했다는 뜻모를 혐의로 체포되어 강제수용소에 보내진다. 그는 음식을 거부하다가 탈출하여 시 포인트로 가 부랑자가 되어 연명한다. 2부는 강제수용소의 의료 장교가 수용소에 들어온 K를 관찰하며 기록한 일기이다. 이 일기에서 장교는 K로부터 정보를 얻어내려 했던 자신의 경험을 기술한다. 그러나 K의 뒤틀린 입에서는 거의 어떤 말도 나오지 않는다. 그는 음식을 거의 먹지 않고 대화도 거의 하지 않는다. 어떤 체제에도 예속되기를 거부하는 K는 장교가 가진 계층적 세계에 대한 모든 확신을 뒤흔든다. 식민주의자이기를 거부하는 자유주의적 식민주의자의 딜레마 & 대답되지 않은 질문들을 남겨둔 디스토피아적 우화 영문학과 수학을 전공하고 컴퓨터프로그래머로도 일하다 영문과 교수가 된 쿳시는 1974년 서른넷의 나이에 장편 『어둠의 땅』을 발표하며 소설가로 데뷔한다. 이어 두번째 소설 『나라의 심장부에서』(1977)로 남아프리카 최고의 문학상인 CNA상(Central News Agency Literary Award)을 수상하고, 그로부터 3년 뒤 『야만인을 기다리며』(1980)로 두번째 CNA상을 수상한다. 『야만인을 기다리며』에 이어 집필을 시작한 『마이클 K의 삶과 시대』는 그의 네번째 장편으로, 1983년 출간되던 해 부커상과 이듬해 세번째 CNA상을 쿳시에게 안겨준다. 3년여에 걸쳐 완성한 첫 장편 『어둠의 땅』이 요하네스버그의 출판사 레이번 프레스에서 출간되기 전까지 몇몇 출판사로부터 출간을 거절당하기도 했던 쿳시는 10여 년 사이에 남아프리카공화국을 대표하는 세계적 작가로 발돋움하기에 이르렀다. 남아프리카에 정착한 네덜란드계 백인 아버지와, 역시 남아프리카로 이주한 독일계 백인의 후손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쿳시는 태생적으로 전형적인 아프리카너, 즉 아파르트헤이트로 상징되는 극단적인 유색인 차별정책의 주체인 소수 백인식민주의자 집단에 속했다. 유럽 백인들에 의한 식민주의 역사를 일종의 원죄처럼 떠안은 그는 백인들이 흑인들에게 저질러온 “뻔뻔하고 치밀하게 계획된 범죄”로부터 스스로를 “분리시킬 힘과 권위”가 없음을 자인함으로써, 그 원죄의 태생적 공모성의 면면을 “때로는 자학에 가깝다고 생각될 정도로 응시하고 해부하는 성실성과 윤리성”을 보여줘왔다. 이러한 식민주의에 대한 비판적 담론과 공모성의 문제는 『야만인을 기다리며』에 이어 『마이클 K의 삶과 시대』를 거쳐 그의 또다른 대표작 『철의 시대』 『추락』 등으로 이어지며 그의 소설을 관통하는 핵심 주제로 자리잡는다. 다만 이러한 주제적 일관성과 대비하여 『마이클 K의 삶과 시대』는 그 구성과 스타일 면에서 쿳시의 여타 작품들과 다른 독특한 위치를 점하는데, 전체 3부 구성 중 다소 파편적이고 짤막한 형태로 배치된 2부를 제외하고 소설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1부와 3부의 내러티브가 마이클 K, 즉 피식민주의자를 중심으로 전개된다는 점이다. 식민주의자의 입장에서 타자를 향하고 응시하는 시선이 내러티브를 이끌어가는 다른 작품들과 명확히 구별되는 지점인데, 바로 이 지점에서 쿳시 특유의 “윤리성”이 끈질기게 발현되어 “모호한 사람 중에서도 가장 모호한 마이클 K"가 탄생하기에 이른다. 마이클 K를 재현해내는 시선은 건조하다 싶을 만큼 조심스러우며, 그 조심스러움은 결과적으로 마이클 K가 처한 상황의 양가적 특성을 끊임없이 상기시킴으로써, 식민지 상황의 관료주의 시선으로는 그저 어눌하고 가진 것 없이 떠도는 부랑자에 불과할 그의 입을 통해 끝내 쉬이 대답될 수 없지만 사회체제와 개별 인간의 길항에 대한 가장 명징한 질문들을 던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