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쓰달픈 인생
잠과 꿈
농담
호주머니에 손을 넣고
성 발렌타인 데이의 문상
수첩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은 세 가지
엽기적인 그녀
나만의 냉면
섹스멘탈 그녀
한자 오디세이
쇼핑은 즐거워
내가 아주 부자라면
오래된 추위
얼굴
2
사행성 인간
내 친구의 생일날
내 동생
1970년대 팝송
깊어가는 가을
11월
다비다 아가씨
개미
그 여자와 개
남산골 고양이
3
사랑도 없이, 결핍감도 없이
나이듦에 대하여
사십대
봄맞이
봄이다!
벚꽃의 날들
5월의 어느 날
한 조각 꽃이 져도
내가 어렸을 때
가을밤 바람이 분다
1학년
겨울바람
보신각 종소리를 들을 권리
겨울나무를 위한 자장가
4
나의 남산 야외식물원
으젠느 앗제의 거리
'빠체'에서
폐교가 지어내는 시
리무진 버스를 타고
그리운 도라지호
제주도에 가고 싶다
동네 한 바퀴
여름·바다
수영장의 기억
발문 | 고종석_황인숙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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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숙 시인이 살고 있는 곳은 남산자락 해방촌의 옥탑방이다. 여름이면 '삶아지기 전에' 피신처를 찾아야 하는 곳, 바람이 불면 집 전체가 '덜컹덜컹 들들들' 흔들리는 곳, 어디선가 끊임없이 기어나오는 개미들과 매일같이 한판 전쟁을 치러야 하는 곳. 그녀는 그 가난한 현실 속에서 '유유자적' 살아간다. 시인에게는 번듯한 집과 돈, 남편과 아이도 없다. 대신에 시와 친구가 있고, 무소유의 정신, 베풂의 미덕이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난은 '무능'일 수 있지만, 가난에 찌들지 않고 삶을 풍요롭게 영위하는 것은 '유능'한 태도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인숙만필>이라는 책 제목은 김만중의 <서포만필>에서 빌어온 것. 그녀는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 자유로운 필치로 일상의 상투성을 유쾌하게 전복시킨다. 엉뚱하고 천진한 시선과 개성적인 필치로, 인생의 아이러니와 페이소스를 시원스레 펼쳐보인다. 시를 통해 보여주었던 톡톡 튀는 감수성과 경쾌하고 생기있는 언어 감각은 48편의 산문에서도 고스란히 이어진다. 하나의 완결성을 지닌 이야기라기 보다는, 글자 하나하나를 오독오독 씹어먹는 산문 읽기의 즐거움이 있다. 버스에 앉아 차창을 내다보며 맥락없이 떠올리는 단상들처럼 자유롭게 천지사방을 종횡무진하는 언어. 시인의 발걸음이 봄바람처럼 상쾌하다. 시집 안 간 이모의 수다인양 편안하고 소박하게, 이 사람은 참 '예쁜' 사람이구나 라는 생각이 절로 드는 그런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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