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법의 목적은 인간의 자유를 보호하고 확장하는 것이다. 우리시대 법은 죽지 않았다. “단지 잠들었을 뿐이다.” 윌리엄 더글라스는 우리에게 친숙한 인물은 아니다. 미국 연방대법원의 판사, 증권거래위원회의 위원장, 컬럼비아대 교수, 월스트리트의 변호사 같은 빛나는 경력에도 불구하고, 낯선 인물이다. 아마도 미국의 대법관 중에서는 최초로 우리나라를 방문한 인물이기도 할 것이다. 1952년 한국을 방문하여 전선을 시찰하고, 이승만 대통령과 면담을 하면서 당시 행정부 수반에게는 실망을, 김병로 대법원장이 이끌던 한국의 사법부에게는 희망을 보고 돌아갔다. 그는 방한(訪韓)에 대한 기록은 물론, 낯설지만 친절한 사람들의 삶과 애환, 그들과 함께 누리는 세계평화에 이르기까지 방대한 양의 저술도 남겼다. 수십 년 전 이미 오늘의 우리가 되짚어 봐야할 여러 과제들에 대한 더글라스의 혜안은 탁월했다. 미국 연방대법원 아홉 명의 대법관들은 사회를 양분하는 모든 첨예한 갈등 이슈에 대한 판단을 내린다. 이 판결의 위력은 가히 나라를 들었다 놓았다 할 정도다. 이들의 판결은 그것이 나라 전체에 미칠 영향을 항상 고려하기 때문에 미국사회가 지향해야 할 방향을 가리키는 나침반이 된다. 그들의 판결은 그야말로 미국을 움직이는 숨은 권력이다. 미국 연방대법원 역사상 약자의 대변인으로 빛나는 명성을 떨친 윌리엄 더글라스(William Douglas, 1898~1980년) 판사는 '약한'자의 한숨과 눈물을 담아내지 못하는 법은 제대로 된 법이 아니라'고 믿었다. 우리가 우리 자신을 위해 한 일은 우리와 함께 사라지지만, 다른 사람들과 세상을 위해 한 일들은 영원히 남는다는 진리를 한 번 떠올려 보라. 그렇다면 오늘 우리가 윌리엄 더글라스의 생애(生涯)를, 그의 사상을 되돌아보는 건 단순히 위대한 인물에 대한 흠모가 아니라, 삶에 부딪히고, 깨지고, 상처 입으면서 그가 터득한 모든 것,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필요한 지혜를 찾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