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죽음을 선택하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웰다잉법’ 국회 통과 눈앞!
‘스스로 선택하는’ 존엄한 죽음에 관한 철학적.의학적 고찰
이른바 ‘웰다잉(well-dying)법’이라 불리는 연명의료결정법이 시행을 눈앞에 두고 있다. 국회 법사위를 거쳐 본회의를 통과하면 앞으로 2년간의 유예기간을 거쳐 빠르면 2018년부터 시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2008년 대법원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존엄사를 인정한 ‘김 할머니 사건’ 이후 6년만의 법제화로, 한국에서도 드디어 합법적인 존엄사를 선택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잘 사는 것 못지않게 ‘잘 죽는 것’ 또한 중요한 시대가 되면서, 인간의 죽음이 존엄한 삶의 마무리가 될 수 있도록 하는 법적, 제도적 장치 마련을 위한 논쟁은 그동안 한국 사회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끊임없이 제기되어왔다. 이 책의 저자 지안 도메니코 보라시오 교수는 스위스 로잔 대학교 의대 완화의학 정교수로, 독일과 스위스 및 유럽에서 존엄사와 연명치료, 완화의학 분야 최고 권위자로 알려져 있다. 보라시오는 이 책에서 네덜란드와 스위스, 벨기에, 미국 등 다양한 국가에서 발생한 존엄사 관련 논쟁과 임상사례들을 소개하면서, 스스로 자신의 죽음을 선택한다는 것의 의미와 진정한 가능성에 대해 고찰한다. 또한 의사로서 환자의 임종 과정에 동행한 경험을 바탕으로, 삶과 죽음에 대한 철학적 성찰의 일면을 보여주는 동시에,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죽음을 선택하기 위해 실질적으로 준비해야 하는 요소들을 구체적으로 알려준다.
마지막으로 자본의 논리에 종속된 건강산업의 실체를 비판하면서, 존엄사 합법화 이후 과잉진료 문제의 중요한 대안이 될 완화치료의학과 임종간호 분야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인프라 구축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이는 비단 독일과 스위스를 비롯한 유럽의 문제만은 아니다. ‘웰다잉법’ 법제화를 앞둔 한국도 마찬가지 과정을 겪게 될 것으로 예상되는 바, 앞으로 우리나라의 호스피스 완화치료와 임종간호 분야에서 발생하게 될 다양한 현실적 갈등과 과제를 해결하는 데 이 책이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
호스피스 완화의학과 임종간호의 이슈들,
현실적 과제와 대안의 제시
완화치료의학은 남은 삶이 제한된 환자가 삶의 질을 높이고 인간답게 죽을 수 있게 하기 위한 목적으로 연구하며 치료하는 의학의 분야이다. 한국은 매년 26만 명이 죽음을 맞이하지만 그 가운데 단 2퍼센트만이 완화치료의학 서비스를 이용할 정도로 호스피스 완화의학과 임종간호에 대한 인식과 시설이 열악하다. 하지만 연명의료결정법이 시행되고 호스피스 의료 대상이 확대되면 이에 대한 수요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이 수요의 증가세에 맞춰 임상적으로 다양한 윤리적 문제와 갈등이 제기될 것이다.
삶의 막바지를 향하는 생명에게서는 많은 돈을 벌어들일 수 있다. 한 사람의 인생 전체에 소요되는 의료비용의 1/3 정도가 생의 마지막 1~2년에 지출되기 때문이다. 심각한 병에 걸린 환자와 가족은 병의 진행을 최소한이라도 유예하거나 치료할 수 있다면 설령 의심스런 조치라 할지라도 필사적으로 매달리기 때문에 높은 수익을 노리는 건강산업에 의도적으로 착취당한다. 하지만 의사들, 특히 암 의학에 종사하는 의사들 중 자신이나 친지에게는 절대 권하지 않을 치료 방법을 환자에게 제안하는 경우도 있을 만큼 연명치료는 다양한 윤리적, 의료적 논란의 여지를 남긴다.
이 책은 죽음을 앞둔 환자와, 환자 가족, 그리고 의사가 앞으로 겪게 될 다양한 선택의 문제에 대한 구체적 사례를 제시하면서, 비현실적인 치료 가능성을 내세워 환자를 위험과 부작용에 노출시키는 대신 완화치료의학을 통해 존엄성을 지키며 죽을 수 있는 방안을 제안한다. 저자는 말한다. 유토피아적인 발상이지만, 결국 우리에게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경제적 관점을 1순위로 생각하지 않는 보건 시스템의 구축이다. 완화치료의학과 임종간호 분야에 관한 관심을 높임으로써, 죽음을 앞둔 환자가 더 이상 이윤추구 목적으로 이용되지 않고 자율적으로 자신의 죽음을 선택할 수 있는 길을 넓히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나의 죽음은 내 것!’
‘자율적 죽음’이란 무엇인가
현대사회에서 ‘자율적 죽음’이란 무엇일까? 또한 자주 혼용되는 능동적, 수동적, 간접적 존엄사나 연명의료행위 중단 등의 개념은 대체 어떻게 구분될까? 저자는 도메니코 보라시오 수십 년간 중환자를 담당하고 그들의 임종 과정에 동행한 경험을 근거로 이러한 문제에 관한 전반적인 오류를 수정하고자 한다. 건전한 상식과 최신 학술논문의 연구결과를 근거로 생의 마지막을 스스로 결정하는 행위의 의미를 쉽고 명확하게 설명하면서, 단지 경제적 관점뿐만 아니라 개별적 인간의 바람과 요구에 초점을 둔 “들어주는 의학”에 대한 생각을 들려준다.
죽음을 이해하는 환자일수록 더 행복한 죽음을 맞이하고 삶에 대한 행복도도 높아진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그래서 자율성 죽음선택이 철학적으로 필요하다. 저자는 의사로서 환자 인생의 마지막 길을 동행하다보면 일반적인 존엄사 논쟁이 예상하는 문제보다 훨씬 더 복잡한 현실에 맞닥뜨리게 된다고 말하면서, 자율적 임종의 의미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이 책은 죽음의 자율성에 관한 논쟁을 임종 순간의 선택으로만 국한하지 않고, ‘자율’의 의미를 좀 더 심도 있게 고찰하여 환자가 좋은 죽음을 맞이하기 위해 필요한 사전조치와 가족의 역할 및 사회심리학적·문화적·영적 요소에 대해 살펴본다. 또한 죽음을 눈앞에 둔 환자에게 건강산업이 미치는 무시할 수 없는 영향력에 관해 이야기하면서 진정한 자율을 실현하기 위한 방안에 대해 살펴본다. 이 책이 극히 협소하게 규정된 자율성의 개념에서 벗어나, 임종에 관한 객관적 토론이 이루어지는 데 일조하고 무엇보다 사람들이 자신의 유한성을 의식하고 죽음의 공포를 조금이라도 줄이는 데 도움이 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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