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르코프스키의 영화

탄생 80주년을 맞은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1932~1986) 20세기를 대표하는 거장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가 올해(2012년)로 탄생 80주년을 맞았다. 이 책은 타르코프스키의 탄생 80주년을 맞아 I.B.TAURIS에서 출간된 『The cinema of Tarkovsky』를 도서출판 B612에서 번역 출간한 책이다. 타르코프스키는 1932년 러시아 자브로지에서 태어나 1986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7편의 장편 극영화[이반의 어린 시절][안드레이 루블료프][솔라리스][거울][스토커][향수][희생]을 남겼다. 영화는 따분하고 난해하다는 일반적인 시각 이면에 아름다운 영상과 심오한 철학으로 영화를 예술의 반열에 올려놓았다는 찬사를 받고 있다. 그의 어머니 마리아 이바노브나(Maria Ivanovna)는 배우였고 아버지 아르세니 타르코프스키(Arseniy Tarkovsky)는 시인이자 번역가였다. 특히 시인인 아버지에게서 문학적 영향을 받아 그의 영화에서 진리와 완성을 추구하는 예술가의 모습이 형상화되기도 한다. 1951년 타르코프스키는 동양어 모스크바 학교(Moscow Institute for Oriental Languages)에 입학하지만 병 때문에 학교를 마치지 못하고 대신 1954년에 모스크바 국립영화학교에 입학한다. 여기서 그에게 가장 많은 영향을 준 스승, 미하일 일리히 롬(Mikhail Ilych Romm)을 만나고 졸업 작품으로 영화 [증기기관차와 바이올린]을 만든다. 그의 첫 장편영화인 이 영화는 뉴욕 필름 페스티발에서 상을 받게 된다. 타르코프스키는 영화의 기술적 진보로 상상을 초월하는 영상과 다양한 얘기꺼리를 접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지만 여전히 영화를 사랑하는 많은 이들과 영화학도, 그리고 영화 종사자들에게 변함없는 사랑을 받고 있는 감독 중 한 사람이다. 시간과 공간의 일탈 현상을 통해 본 타르코프스키의 영화 타르코프스키의 영화 속 인물들은 현재에서 과거 그리고 다시 현재로 이어지는 시간 초월적인 영역을 끊임없이 넘나든다. 대부분 정신적인 이들의 탐색은 단일한 시간적 패턴이 지배하는 장소와는 접점이 없다. 과거의 추억, 미래에 대한 환영, 아무 ‘상관없는’ 환각이 모두 이들을 시간적, 공간적으로 전치시킨다. 타르코프스키의 영상 세계를 구성하는 다양한 스타일적 특징과 반복적인 모티프가 시-공간적 안정을 뒤흔드는 기능을 한다. 비논리적인 컷, 필터, 다양한 필름(모노크롬, 흑백, 컬러)의 사용은 선형적인 내러티브를 방해한다. 사운드트랙 또한 시-공간적 혼돈을 가중시켜 관객들로 하여금 영화를 이해하는데 어려움을 겪게 만든다. 저자 나리만 스카코브는 이처럼 복잡하고 난해한 그의 영화를 시간과 공간의 일탈이라는 모티프에서 출발해 [이반의 어린 시절]부터 [희생]까지를 탐구한다. 그는 영화 속의 꿈, 환영, 기억, 계시, 몽상과 망상은 시간-공간의 형식을 양분하는 현상이며 이들은 사건의 선형적 진행을 방해하고 내러티브의 단절을 야기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저자는 감독의 다수의 인터뷰와 공공 강연 그리고 그의 주요 사색적인 저서 『시간 속의 조각』에서 광범위하게 논의된 시간의 현상에 초점을 맞춰 영화를 읽어가고 감독의 자전적인 이야기에서부터 특유의 철학적 메시지와 롱테이크로 대표되는 영화 촬영 기법, 전쟁, 동방 정교회 이콘, 반인간중심주의적 SF, 20세기 러시아의 시, 요한 계시록, 번역 이론, 종말론 등 다양한 영화 속 모티프들을 깊이 있게 파고들어 영화에 대한 인식의 폭을 넓히고 신선한 접근 방식으로 그의 영화를 새롭게 살려내고 있다. 영화 관련 저술의 수준을 높이다 1990년 이후 유럽을 비롯한 영어권 국가에서는 타르코프스키와 그의 영화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이어져 수많은 저술들을 남겼다. 이 책은 탄생 80주년을 맞아 출간된 책들 중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저서로 기존의 타르코프스키의 영화 연구서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영화를 더 깊이 있게 읽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기존의 영화 관련 저술에서 찾아볼 수 없는 독보적인 이론적 틀을 만들어 내어 영화 저술에 관한 수준 또한 한 단계 더 높이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