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민속원民俗苑에서는 본격적인 학술총서를 표방하여, 2013년부터 새로 <아르케 북스>를 기획하였다. ‘아르케’는 만물의 ‘근원’.‘시원’을 뜻한다. 폐사는 한국 인문사회과학 연구의 기반 구축과 활성화라는 본래의 창사 목적으로 돌아가, 한국 인문학의 발전에 미력이나마 이바지하기 위해 <아르케 북스>를 세상에 선보이고자 한다. 민속원의 <아르케 북스>는 다양한 인문학 분야의 연구 동향과 이론을 소개하는 심층연구서와 국내 학술연구의 토대가 될 수 있는 번역서, 그리고 인문사회과학의 학제적 통섭적 연구인 공동저서로 구성되어 있다. 2013년 1월에 첫 번째 기획서로 <한국 마을신앙의 탄생>을 출간하였고, 이번에 스물한 번째 기획서로 <일본의 스모>를 내놓았다. 앞으로도 민속원의 <아르케 북스>는 우리 학문의 발전을 위해 인문사회과학 분야 전반의 이론적 쟁점과 동향뿐만 아니라 국내외의 인문학에 대한 심층적이고 체계적인 연구를 계속해서 담고자 한다. 스모, 한국에 상륙하다 스모相撲는 일본어로 도효土俵라 부르는 공간 위에서 두 사람의 선수가 힘과 기술을 다하여 승부를 겨루는 일본의 전통스포츠이다. 승부를 결정하는 방식은 둥근 원 밖으로 먼저 나가거나 발바닥 이외의 신체 부분이 지면에 먼저 닿는 쪽이 진 것으로 한다. 2004년 2월에 서울과 부산에서 일본의 스모대회가 열렸다. 이 대회는 2002년 한일월드컵 공동개최를 통해 다져진 양국의 우호적 관계를 이어가고 문화교류를 더욱 발전시킨다는 의도에서 기획되었다고 한다. 이 스모대회는 스모에 대한 한국인들의 관심과 흥미가 어떠한 지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스모대회 개최를 앞두고 국내에서 일부 반대여론이 있었다. 특히 서울대회의 경우는 한국 씨름의 전당인 장충체육관에서 스모대회를 개최한다는 이유로 한국의 씨름 관계자 사이에서 반대 여론이 있었다. 당시 서울과 부산대회에는 한국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1998년에 일본 스모계에 입문하여 활약하던 김성택(선수명 : 春日王)을 비롯한 일본 스모계의 정상급 선수들이 대거 참가하였다. 이 스모대회는 관중동원에서도 비교적 성공을 거둔 듯하다. 나는 일본 오사카대학 대학원 과정에서 민속학적 관점에서 일본의 스모를 소재로 하여 석사학위 논문을 작성하였다. 그 인연으로 인해 2004년 한국에서 개최된 스모대회를 줄곧 관심을 갖고 지켜보았다. 우리 한국인들은 일본의 스모를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고 어떻게 이해하였을까? 스모의 어떤 점에 흥미를 느끼고 궁금해 하였을까? 이 책은 일본의 스모에 대해 궁금해 하고 스모를 일본 전통문화론의 관점에서 이해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생각에서 기획되었다. 한국인들의 스모에 대한 인식을 확인해 볼 수 있는 단적인 예로, 국내의 매스컴에서 스모대회를 가리켜 ‘스모 공연’(예를 들면 인터넷 한겨레, 2004년 2월 9일자 기사 참조)으로 소개하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우리 한국인들이 보기에 일본의 스모는 ‘스포츠’가 아닌, 일본의 전통극 가부키歌舞伎나 노能의 공연에 가까운 ‘스모 공연’으로 인식되었다. 이 점에 관해서는 비단 한국 매스컴뿐만이 아니라, 일본의 스모 관계자들 스스로가 외국에서 개최하는 스모대회를 가리켜 종종 ‘공연’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일본 국내에서 개최하는 스모대회가 선수들의 승부에 관심이 쏠리는 것과는 달리, 일본 밖에서 개최하는 스모대회는 스모를 해외에 널리 알리는 것이 목적인만큼 일종의 ‘공연’에 가깝게 진행하는 것도 사실이다. 스모는 선수들이 힘과 기량을 겨루는 일본의 전통스포츠이다. 스포츠이기 때문에 당연히 승부를 가른다. 스모 이외에도 승부를 가르는 스포츠 종목을 가리켜 ‘공연’이라고 표현하는 경우가 또 있을까. 예를 들어 일본과 인연이 깊은 스포츠인 유도나 합기도 종목의 대회를 가리켜 ‘공연’이라고 부르지는 않는다. 스모를 가리켜 구태여 ‘공연’이라고 소개한 것은, 기사를 작성한 기자가 스모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라기보다는 스모의 본질적인 요소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었기 때문인지 모른다. 아니면 그 기자에게 스모의 진행과정이 ‘공연’과 매우 비슷하게 보였다는 단순한 이유에서인지도 모르겠다. 혹은 그저 단순히 일본의 스모 관계자들이 사용하는 표현을 그대로 사용했을 가능성도 있다. 어느 쪽 이유에서건 일본의 스모에는 그저 스포츠로만 간주하고 관람하기에는 충분하지 않은, 일본의 전통문화로서의 보다 본질적인 요소가 담겨 있으며, 그 본질적인 요소를 가리켜 한국의 매스컴에서 ‘공연’이라고 표현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한국 땅에서 대규모 스모대회가 개최되기는 일제강점기를 제외하고 2004년 스모대회가 처음이다. 말하자면 스모가 한국사회에 상륙하기까지는 해방 후부터 60년에 가까운 세월이 걸린 셈이다. 일본의 스모는 한국사회에 정식으로 소개되기까지 왜 60년에 가까운 세월이 필요했던 것일까. 이 점은 스모의 본질적인 요소와 관련해서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 스모는 우리가 알고 있는 일본의 전통문화나 대중문화 장르 중에서도 가장 늦게 한국에 소개되었다. 예를 들면, 흔히 우리가 일본의 전통문화로 꼽는 가부키歌舞伎, 이케바나生け花(꽃꽂이), 다도茶道, 하이쿠俳句 등은 훨씬 빠른 시기에 한국사회에 소개되고 보급되었다. 스모가 한국사회에 소개되기까지 오랜 세월이 필요했던 이유를 단적으로 지적하자면, 이는 스모에 내재된 일본적 내셔널리즘과 깊은 관련이 있다. 흔히 스모를 가리켜 일본의 국기國技라고 한다. 스모는 일본의 ‘국기國技’로 정착되는 과정에서 일본의 내셔널리즘과 한 배를 타게 된다. 이 책은 2부로 구성되었다. 제1부는 해설 편에 해당한다, 제1부에서는 기존의 스모 연구서 및 해설서를 참고로 하여 스모를 소개하는 데에 중점을 두었다. 가능하면 독자들이 스모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해설하는 방식으로 서술하고자 했다. 제1장에서는 스모는 종교의례인지 스포츠인지, 한국인의 입장에서 스모를 바라보는 몇 가지 관점을 제시하였다. 제2장은 스모의 기원과 역사적 전개에 관해서 서술하였다. 제3장은 일본스모협회에서 주관하는 공식 스모대회인 혼바쇼本場所를 구성하는 여러 가지 요소에 대해서 소개하였다. 제4장은 스모 선수의 세계에 대해서 선수들의 계급 및 일상생활에 대해서 서술하였다. 제5장은 스모를 진행하는 공간인 도효土俵에 대해서 주로 그 도효가 신이 거주하는 신성한 공간이라는 관점에서 서술하였다. 제6장은 스모를 진행하는 심판에 해당하는 교지行司에 관해서 서술하였다. 제7장은 스모 선수들의 소속 팀인 스모베야相撲部屋와 그 스모베야를 운영하는 오야카타親方에 대해서 소개하였다. 제8장은 일본 본토와는 그 성격이 다른 오키나와의 스모에 대해서 서술하였다. 한국의 씨름, 일본 본토의 스모, 오키나와 스모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간단하게 정리하였다. 제2부는 연구 편에 해당한다. 그 동안 저자가 스모에 관해서 쓴 글 중에서 최근에 쓴 3편의 논문을 골라서 수록하였다. 이 책을 엮으면서 다시 읽어 보니, 군데군데 서술이 부족하고 내용이 부실한 점이 눈에 띄었지만, 교정은 오자 및 탈자를 바로잡는 선에 그치고 거의 그대로 수록하였다. 3편의 논문이 처음 수록되었던 학술지는 다음과 같다. 갓파河童와 인간의 스모相撲 겨루기의 이원론적 대립구조 : 『일본어문학』 제57집, 한국일본어문학회 일본 스모相撲의 국기國技 정착과 천황의 관람 : 『비교민속학』 제51집, 비교민속학회 야스쿠니 신사의 봉납스모와 스모의 내셔널리즘 : 『비교일본학』 제29집, 일본학국제비교연구소 책을 엮고 보니, 보충해야 할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국내에서 일본의 스모에 관해서 처음으로 소개하는 책이라는 데에 의미를 두고 출판을 서두르기에 이르렀다. 언제 기회를 보아서 스모에 관한 본격적인 연구서를 집필했으면 싶다. 부족한 책을 엮으면서도 지금까지 많은 분들로부터 가르침과 도움을 받았다. 저자가 오사카대학 대학원 재학 시절에 스모의 민속학적 의미에 관해서 여러 가지로 가르침을 주신 국제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