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10년 만에 새롭게 태어난 ‘탈식민지 문화이론’의 바이블
최근 성균관대의 황호덕 교수는 논문 845편을 분석하여 지난 20년간 한국 현대문학 연구에서 가장 많이 인용된 외국학자를 가려보았다. 가라타니 고진과 게오르크 루카치와 함께, <문화의 위치>의 호미 바바가 그 이름을 올렸다. 호비 바바, 그는 누구인가? 2005년 미국의 <뉴스위크>지가 선정한 ‘차세대 100인의 미국인’인 호미 바바는 ‘탈식민주의’의 부정할 수 없는 석학이다. 1949년 인도 뭄바이에서 태어난 그는 서구 탈구조주의의 영향을 받아 프로이트, 자크 랑캉의 정신분석과 미셸 푸코의 권력이론, 프란츠 파농의 반제국주의를 재해석한 탈식민주의의 대표적 이론가이다. 서구문화가 지구를 독식하고 있는 오늘날, 호비 바바는 특정 세력의 일방적인 문화지배를 인정하지 않는 혼성성(hybridity)을 제시하며 주목받아 왔다.
그러한 호비 바바의 가장 유명한 저작인 <문화의 위치>는 2002년 소명출판에서 처음 번역, 출간되었다가 10년만에 오탈자를 바로잡아 수정판으로 재탄생하였다. 난해한 개념과 언어유희를 즐겨쓰는 호비 바바는 학계에서 조차 ‘이해하기 어려운 학자’로 평가된다. 이에, 역자인 나병철(한국교원대 교수)교수는 섬세하고 날카로운 문장으로 정확한 해석의 결과물을 내놓았다. 복잡한 개념의 이해와 바바식의 오어법에도 불구하고 올바른 문맥을 파악, 독자에게 보다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꼼꼼한 역주로 한국의 독자에게 즐거운 선물을 선사하고 있다.
새로운 사회 창출을 위한, ‘탈구조주의 문화’
탈구조주의는 언어·담론·텍스트성 등을 통해 주체와 객관현실을 이해하려는 이론과 실천을 말한다. 탈구조주의에 따르면, 주체의 정신세계나 객관적 물질시계는 그 자체로서 독립적으로 현존할 수 없다. 주체와 객관세계는 텍스트·담론·수사학에 의해 매개되어 그 둘이 상호작용할 때 비로소 의미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 때문에 탈구조주의가 강조하는 언어와 텍스트란 주체의 정신세계와 객관적 물질세계를 연결하는 매개영역인 물질적 ‘삶의 형식’에 대한 은유라 할 수 있는 것이며, 이러한 언어·텍스트·수사학에 의해 매개되는 삶의 형식을 ‘문화’라 부른다. 즉 언어나 문화는 정신세계와 물질세계를 연결하는 삶의 형식, 그 자체이다. 삶의 형식으로서의 문화가 중요한 것은 “사회가 변화하기 위해서는 먼저 문화 형식이 바뀌어야 하기 때문”이다. 주체의 의식과 물질세계를 연결하는 새로운 문화 형식들을 만들어 갈 때 새로운 사회가 나타나게 될 것이다.
<문화의 위치>에서 담긴 호미바바의 문화이론은 이 같은 탈구조주의 문화이론에 의존하고 있다. 탈구조주의에서 문화란 단지 창조적 예술뿐만 아니라 법률, 교육, 이데올로기, 의식주 형식, 그리고 정치경제학까지 포함한다. ‘물질적’ 삶의 형식에는 당연히 경제적 생산의 영역이 포함되는데, 그 뿐만 아니라 인종적 차이를 지닌 문화와 성적 차이를 지닌 인간의 삶이 포함된다. 바바의 탈식민주의 문화이론은 인종적, 민족적 차이를 지닌 물질적 삶의 영역을 탈구조주의 문화이론으로 접근한 것에서 더 나아가, 탈구조주의가 ‘가정하는’ 타자를 식민지 현실에서 구체화시킴으로써 탈구조주의의 한계를 넘어서려 시도하고 있다.
(소명출판, 2012)은 난해한 탈식민주의 이론에 대한 오해를 줄이고 새로운 가능성을 찾는 방향을 제시한다. 문화이론의 문맥에서 탈식민주의 이론이 오늘날 여러 문제들에 대응하는 데에 이 책이 중요한 지침서였으며, 앞으로의 필독서이다. 어느 때보다도 다양성과 소통이 필요한 이때, 바바가 제시하는 문화의 이론이 해답을 탐구하는 길을 열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