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 바빌론에 오다

프리드리히 뒤렌마트 · 희곡/소설
19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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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막 2막 3막 작가 인터뷰 작가 연보 주

출판사 제공 책 소개

1. 브레히트 이후 최고의 독일어권 희곡 작가, 뒤렌마트 브레히트 이후 최고의 독일어권 희곡 작가로 평가받는 프리드리히 뒤렌마트의《천사, 바빌론에 오다》(책세상문고.세계문학 040)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번역되었다.《물리학자들》,《미시시피 씨의 결혼》,《노부인의 방문》등의 독특한 이야기와 형식이 돋보이는 작품들을 주로 연극으로 만나볼 수 있었던 뒤렌마트는《천사, 바빌론에 오다》에서도 패러디와 패러독스를 담아낸 희비극 양식을 사용해 특유의 유머와 그로테스크한 세계 인식을 보여준다. 뒤렌마트는 세계의 어떤 한 부분이 아니라 세계 자체가 그로테스크하다고 보았다. 총3막으로 이루어진 1953년 작《천사, 바빌론에 오다》에서도 천사는 거지에게 신의 은총을 전하려 했지만, 진짜 거지와의 동냥 대결에서 패한 ‘거지로 변장한’ 왕에게 은총을 전하는 역설적 상황이 벌어진다. 오히려 거지는 가장 자유로운 존재로서 많은 사람을 먹여 살린다. 가장 보잘것없는 존재로 전락한 왕이 하늘의 은총을 거부하고 그것을 받아들이라는 국민들과 대립하면서, 가장 보잘것없는 자에게 은총을 전하라는 신의 의지에 부합하는지를 둘러싸고 혼란이 일어난다. 뒤렌마트는 이처럼 전도된 상황을 통해 권력, 부, 신앙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한다. 2. 뒤렌마트, 브레히트를 패러디하다 《천사, 바빌론에 오다》는 브레히트의 대작《사천의 선인》에 대한 패러디로 볼 수 있다. 신들이 선한 사람을 찾아오는《사천의 선인》의 도입부는,《천사, 바빌론에 오다》에서는 천사가 가장 보잘것없는 자에게 하늘의 은총을 전하려는 것으로 대체된다. 그런데 진짜 거지인 아키가 아니라 거지로 변장한 네부카드네자르 왕 고대 바빌론이 전성기를 누리던 시대의 왕인 네부카드네자르 2세(재위 기원전604~기원전562).《성경》에서의 이름은 ‘느부갓네살’로, 예루살렘을 멸망시키지만 미친 후 성을 떠나고 말년에 이르러 회개한다. 에게 은총을 전하려 하면서 사건이 발생한다. 이것은 물질적으로 부유한 왕이 정신적으로 가난하다는 것은 물론, 가장 많은 권력을 가진 왕은 더 많은 권력을 얻으려 하기 때문에 항상 가난하다는 패러독스를 보여준다. 《사천의 선인》의 창녀가 사촌동생과 사촌오빠를 왔다갔다하는 이중인간이라면《천사, 바빌론에 오다》에서는 네부카드네자르 왕과 전(前)왕 님로트가 번갈아가면서 전왕과 현왕의 역할을 하는 이중적 존재이다. “전왕의 어깨에 발을 올려놓는 사람을 왕이라고 정의”하는 수상의 표현에서 희극적으로 드러나듯이, 둘은 한 사람이 ‘왕’이면 한 사람은 ‘왕의 발판’이 되는 숙명 아래에서 왕좌를 차지하기 위한 드잡이질을 벌인다. 마지막에는 왕들이 함께 말하고 함께 왕좌의 안위를 염려하며 전왕과 현왕을 구분할 수 없는, 권력이 곧 ‘무력(無力)’인 상태가 된다. 브레히트가《사천의 선인》으로 선악을 따지는 것이 현실에서는 얼마나 쓸모없는지 드러냈다면, 그것을 패러디한《천사, 바빌론에 오다》는 현대인이 자신의 존재 조건인 ‘보잘것없는 인간’을 벗어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보여준다. 뒤렌마트는 전 작품에 걸쳐 이미 형성된 소재를 해체하고 다시 조립하는 패러디를 적극 활용함으로써 현대 작가들이 겪는 어려움인 소재 빈곤의 문제를 해결하고 현대 사회의 모순과 부조리를 풍자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3. 그로테스크한 세계의 예술 형식, 희비극 뒤렌마트는 오늘날의 세계가 익명으로 은폐되어 그것을 일목요연하게 파악할 수 없기 때문에 고전적인 비극의 형식으로는 우리시대의 문제를 구체적으로 표현할 수 없다고 보았다. 비극이란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가치와 제도가 전제되어야 하는데 현대인은 이미 이런 것들을 잃어버렸다는 것이다. 비극은 형성된 세계가 필요하지만 희극은 형성 중이거나 붕괴되어가는 세계를 전제한다고 본 뒤렌마트는 두 요소를 적극적으로 융합시켜 새로운 희비극 양식을 발전시켰다. 《천사, 바빌론에 오다》에서 뒤렌마트는 사회주의 정책을 펴는 전제군주, 국영 젖소우유에 수입을 빼앗긴 당나귀우유상, 시인을 먹여 살리는 거지, 국가적 위기에도 교세 확장에 만족하는 신학자 등 희극적이지만 단순히 우스꽝스럽게 볼 수만은 없는 상황을 제시한 후, 그 이면에 있는 세계의 감춰진 부분으로 독자를 유인한다. 낯설고 이질적인 요소로 가득 찬 이러한 희비극 양식은 불확실한 세계에 대한 연극적 저항이자 부조리한 현실에 대한 통렬한 비판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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