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 같은 엄마의 종이 동물만이 나의 친구였다.”
휴고 상, 네뷸러 상, 세계환상문학상 사상 첫 3관왕 석권 「종이 동물원」 수록,
2017년 로커스 최우수 선집상 수상. 휴고 상 수상작 「모노노아와레」수록.
동시대 가장 주목받는 SF 환상문학 작가 켄 리우의 대표 단편 선집이 황금가지에서 출간되었다. 권위의 휴고 상, 네뷸러 상, 세계환상문학상을 40년만에 첫 동시 수상한 대표작 「종이 동물원」을 비롯하여 SF에서부터 환상문학, 하드보일드, 대체 역사, 전기(傳奇)소설에 이르기까지 켄 리우의 작품 세계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작품집이다. 표제작 「종이 동물원」은 어린시절, 선물 포장지를 사용해 종이 동물을 만들고 생명을 불어넣어주던 중국인 어머니와 그 아들에 관한 이야기로, 짧지만 가슴 찡한 감동으로 단숨에 켄 리우를 베스트셀러 작가 반열에 올린 작품이다.
또한 중국계 미국인인 저자의 시선에서 바라본 동북아시아의 역사적 굵직한 사건들을 SF 환상문학 장르에 녹여낸 작품들도 대거 수록되었는데, 한 과학자 부부가 과거를 체험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면서, 이를 통해 일본군의 731부대의 잔학성을 다큐 형식으로 그려낸 「역사에 종지부를 찍은 사람들」, 패망하지 않은 일본이 강제징용을 통해 미국과 해저터널을 잇는다는 대체역사물 「태평양 횡단 터널 약사」, 제주 4.3 사건의 아픈 역사와 닮은 대만 2.28 사건을 소재로 한 「파자점술사」, 문화 대혁명에 대해 다룬 「종이 동물원」, 서양 열강의 경제 침탈을 환상문학과 스팀펑크 장르로 다룬 「즐거운 사냥을 하길」 등 국내 독자들의 정서적 공감대를 끌어낼 여러 단편소설을 만날 수 있다.
이 외에도 개인의 모든 결정을 인공지능이 대신해 주는 디스토피아를 경고하는 「천생연분」, 몰래카메라와 이와 관련된 사건을 추적하는 탐정을 그린 하드보일드 「레귤러」, 인격을 가상현실로 복제하여 체험하는 기계를 소재로 한 「시뮬라크럼」 등 장르적 재미와 완성도를 모두 갖춘 수작들도 수록되어 있다. 총 14편의 중단편 소설로 구성된 『종이 동물원』은 2017년 권위의 로커스 상 최우수 선집상을 수상하였다. 켄 리우는 이 외에도 2015년 중국 SF 작가로는 처음으로 휴고 상을 수상한 류츠신의 『삼체』를 영어로 번역하기도 하는 등 동양과 서양의 SF 교류 역할을 하고 있다. 2019년에 켄 리우의 장편소설 『민들레 왕조기 1 - 제왕의 위엄』과 『켄 리우 단편 선집 1, 2』권이 차례로 번역 출간될 예정이다.
“이 단편집은 내게 추억의 맛을 느끼게 한다. 여기에는 (문학상 후보작과 수상작이라는 기준을 따르자면) 나의 가장 인기 있는 이야기들뿐 아니라 나 스스로는 자랑스러워하지만 그리 빛을 보지 못한 이야기들도 들어 있다. 내 생각에는 나의 관심사와 집념과 창작 목표를 눈에 선하게 잘 보여 주는 이야기들인 듯싶다.” ⓘ 저자 머리말 중
“이 단편의 제목(동물원을 zoo 대신 menagerie로 쓴 이유)은 실제로 윌리엄스의 희곡 「유리 동물원(The Glass Menagerie)」에 대한 암시입니다. 이야기 속에서 (「유리 동물원」의 등장인물 로라처럼) 한결같이 약하고 여리기만 한 존재로 보이는 어머니가 종이 동물들과 마찬가지로 마음속에 크나큰 힘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 분명히 밝혀지기 때문이지요.” ⓘ 일본어판 저자의 말
‘신부로 팔려 가려고 자기 사진을 카탈로그에 싣다니, 뭐 그런 여자가 다 있어?’ 고등학생이었던 나는 내가 세상일을 다 안다고 생각했다. 경멸의 맛은 달콤했다. 와인처럼. ⓘ 「종이 동물원」 중
SF 환상문학과 역사 의식의 접목, 한국인들에게 공감대를 부를 소설들
수록작 중 「역사에 종지부를 찍은 사람들」은 과거의 정보와 기억을 그대로 체험할 수 있는 기술을 통해, 731부대의 희생자 유족을 과거로 보내 과거의 진실을 밝히는 과정을 다큐멘터리 형태로 풀어낸 소설이다. 작중 731부대의 행위를 적나라하게 묘사하는 한편, 관련자의 증언과 일본의 로비, 미국 정치계의 대립 등을 실제처럼 구성하여 네뷸러 상과 휴고 상 수상 후보에 오르기도 할만큼 큰 화제가 되었다. 저자는 코멘트를 통해 수많은 실제 관련자 인터뷰와 기사, 서적, 특히 미국 하원 ‘종군 위안부 관한 하원 결의안 121호’를 의결하기 전에 개최한 청문회를 참고하였다고 밝히면서 731부대의 모든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뜻에서 집필했다고 밝힌다. 또한 ‘스스로 가장 아끼고 자랑스러워하는 이야기’라고 여러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 작품은 켄 리우의 단편집이 일본에서 정식 출간될 때 수록되지 않았으며, 중국 역시 공산당에 비판적인 내용이 나오는 곳을 삭제한 불완전 판본으로 출간되었다.
대체역사소설 「태평양 횡단 터널 약사」은 만일 2차 세계대전 대신 일본이 미국, 중국과 우호 관계를 맺고 조선과 만주를 지배했다면? 이란 설정에서 시작되는 소설로, 강제징용을 통해 불법적으로 노동력을 갈취하고 비밀을 숨기기 위해 징용자들을 몰살시키는 충격적인 내용을 다룬다. 대만 2.28 사건을 소재로 한 「파자점술사」에선 한국전쟁 당시 ‘미국’을 ‘me gook’으로 받아들인 미군에 의해 ‘gook’이 동양인을 비하하는 용어가 되었다는 유래를 얘기하기도 한다. 이 작품은 미소 냉전 시대의 대만을 소재로 함으로써 한국인에게도 역사적 공감대를 제공한다. 이렇듯 켄 리우는 동북아시아 역사에 관한 관심을 작품에 적극 반영한다. 2019년 국내에 출간 예정인 그의 또 다른 선집엔 임진왜란을 배경으로 명나라 장수 이여송의 평양성 전투를 다룬 단편과 한글의 모양을 소재로 한 작품이 실릴 예정이다.
“욕구를 도저히 참을 수 없는 남자들은 조선 출신 위안부를 찾아갔다. 하루 치 품삯을 지불해야 하기는 했지만. 나는 딱 한 번 갔다. 피차 너무 지저분한 몰골이었고, 여자 쪽은 죽은 생선처럼 꼼짝도 하지 않았다. 나는 두 번 다시 위안부를 찾지 않았다. 동료한테 듣기로 위안부 중에는 자기가 원해서 온 게 아니라 제국 육군에 인신매매를 당한 여자도 있다던데, 내가 산 여자도 그런 경우였던 것 같다. 그 여자한테 딱히 미안한 기분은 들지 않았다. 나는 너무 피곤했으니까.” ⓘ「태평양 횡단 터널 약사」 중
“그런 이야기를 떠벌리는 사람들은 그냥 관심을 받고 싶은 거예요. 그 왜, 2차 대전 때 일본군한테 납치당했다고 주장하는 한국인 매춘부들처럼.” ⓘ「역사에 종지부를 찍은 사람들」 중 익명의 인터뷰
SF 환상문학 장르로서 이상적이고 독특한 아이디어로 대중을 사로잡다
켄 리우의 작품은 SF나 환상문학이 대중에겐 어렵다는 통념을 깨는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다. 각기 독특한 소재를 다루고 있음에도, 일반 대중이 누구나 실생활에서 생각해 볼 만한 소재이기 때문이다. 「시뮬라크럼」은 어린시절, 특수한 장치로 가상 외도를 하던 아버지를 목격한 딸이 평생을 그를 멀리하게 된 사건을 소재로, 아버지와 딸의 입장을 인터뷰 형식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천생연분」은 인공지능에 의해 만날 상대자, 음식점, 업무까지 모두 맡겨버린 미래, 인공지능을 운용하는 기업이 국가보다 더 강력해진 미래를 다룬다. 인공지능 없이는 아무것도 못하는 인류의 모습은 현재의 스마트폰이 삶의 중심이 된 현대인들에게 흥미로운 메시지를 전달한다. 이 외에도 다양한 장르적 상상력을 가미한 작품들이 가득한데, 「즐거운 사냥을 하길」은 강시나 구미호를 잡던 도사의 아들과 구미호의 딸이 20세기 초반, 판타지 시대가 사라지고 증기 과학시대로 넘어가며 새로운 미래 세상에 적응하는 이야기를 다뤄 판타지와 SF 스팀펑크 장르의 흥미로운 결합을 보여준다. 네뷸러 상 최고소설 부문 후보에 올랐던 「파(波)」는 영생을 살게 된 인류의 머나먼 미래를 폭발적인 상상력으로 다룬다. 휴고 상 단편부문 대상을 수상한 「모노노아와레」 역시 우주로 나온 인류에 대한 작품이다.
“봤지요? 틸리가 없으면 당신은 일을 할 수가 없어요. 자신의 삶조차 기억 못 하고, 어머니한테 전화
134340
4.0
이 장르가 시공간을 뛰어넘는 이유는 미래에 대한 기대와 호기심만이 아닙니다. 우리의 지금을 어떻게 인정하느냐가 중심에 있습니다.
Sumi Kim
4.0
테드 창 ㅡ 언어와 과학과 종교 켄 리우 ㅡ 문자와 역사와 우주 . 동양의 감성이 테드 창보다 훨씬 강하게 묻어있다. 76년생이라니 대단하군.
더블에이
5.0
표제작인 종이동물원이 좋을 이유는 알겠지만, 뒤늦은 아들의 후회는 지겹게 느껴지는 게 사실이라 덜 감명깊었다. 나머지 단편들은 대부분 다 좋았는데 중국색채가 진하면서도 정체성에 함몰되지 않는 지점이 좋았다. sf덕후들의 심장도 저격하면서 역사의식도 고취시켜주는 그런 훌륭한 소설집임. 재미와 의미를 둘 다 잡음. 마지막 단편인 <역사에 종지부를 찍은 사람들>은 한국인 입장에서도 너무 와닿은 작품이었음... 우리도 이런 작품들이 많이 나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듦. 20191222 신장위구르나 티벳을 생각하며 이 단편집을 바라보니 또 기분이 언짢아졌다. 현재의 중국과 과거의 중국은 같은 중국인가... 아닌가...
푸코
2.0
“마법 같은 엄마의 종이 동물만이 나의 친구였다.” 2022년 6월20일 112
리규
3.0
스포일러가 있어요!!
까망콩
3.0
기대가 커서 실망이 컸다기에는 작품마다 기복이 크고 전달하고픈 메세지가 성급하게 머리를 내밀곤 한다. 테드 창을 끌어들이는 마케팅은 자제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
최니은
3.5
신작이 나왔대서 비로소 구작을 읽어봄. 우리에겐 너무나 익숙한 중국문화적 요소들이 미국에선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내서 먹히나? 파자점술사 한자 뜻풀이를 우리는 눈높이교재에서 배웠지만;; 미국인들 눈엔 오- 하는 것일까... (작가가 지어낸 것도 많음) 반은 중국인이라지만 반은 미국인일텐데 거의 중국사람인 것마냥 자기의 중국인 정체성을 마음껏 드러내며 글 써서 멋지다. 신파와 안전한 결말이 많아서 우리나라에서 인기가 많은 게 이해간다. 순록떼 어쩌구 신작은 다른나라들보다 출판이 제일 빠르다고. 국내 SF더러 감상적이라고 까는 사람들 있던데 켄 리우도 그런 거 씁니다! 미국에서도 저런 게 먹힙니다!!
마리아
2.0
처음 두 편 읽을 때까지만 해도 느낌이 좋았건만... 괜찮았던 것들 위주로 평을 쓰자면 종이동물원-엄청 좋지는 않은데 스타트로서는 만족스러웠다. 앞으로 읽을 수록작들이 점점 더 재밌어졌으면 완벽했을텐데. 천생연분-블랙미러의 평범한 에피소드 보는 정도의 재미. 소설로 읽기엔 깊이가 아쉽다. 고급 지적 생물종의 책 만들기 습성-순수하게 상상하는 즐거움이 있는 글이다. 스토리는 딱히 없다. 송사와 원숭이왕-결론만 말하자면 그렇게 재밌진 않다. 다만 일종의 변호사물로서 주인공이 선보인 재치가 마음에 들었음. 미후왕과 버디물 느낌도 나서, 장편화해도 괜찮았을 거라 생각한다. 역사에 종지부를 찍은 사람들-몇몇 문장은 마음에 들었으나 너무 감상적으로만 흘러갔다. 그리고 다큐 형식 소설이란 게 일정 수준의 재미는 보장한다만 한계도 명확한 거 같다 파-나쁘진 않다만 주요 스토리가 15년 전 쯤에 생각한 소재랑 똑같아서 놀랍지 않았다. 태평양 횡단 터널 약사-대체역사 뉴딜정책 소재는 좋은데 결말은 역시나 다소 소설스럽지가 않다. 작가가 이야기꾼 타입은 아님. 캐릭터 소설가도 아니고. 레귤러-스릴러와 SF를 결합했는데 딱히 장점이 없다. 핵심 아이디어를 너무 의식하느라 유치하다는 인상마저 느껴진다. 그래도 드라마나 영화로 잘 만들면 평타는 칠 것 같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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