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이룸의 아트 카툰' 시리즈를 출간하며
국내 만화 시장은 작품성이나 대중성을 논하기 이전에, 지면을 얻을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기형적인 출판 구조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만화 잡지는 폐간을 거듭하고 단행본 중에는 절판된 만화가 즐비하다. 사전 검열과 대본소 시절, 대여소 시절을 극복하여 순정만화의 부흥기를 이루어냈던 국내 만화시장은 90년대에 잠시 활발한 움직임을 보였으나, 황금기는 오래가지 못했다. 
일본 만화 중심으로 돌아가는 국내 만화 시장에서, 미국이나 유럽의 만화는 소개될 기회가 거의 없었다. 국제 만화제 수상작이나 유명 작가들의 일부 작품만이 간헐적으로 출판되었을 뿐이다. 
물론 해외 만화 시장을 개척하기 위한 몇 차례의 시도가 있었지만, 대부분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그러나 국내 시장의 흐름과 달리, 해외 만화시장은 그 어느 때보다 활기차고 다채롭다. 
유럽 만화는 문학성과 예술성을 인정받으며 제 9의 예술로 불리며, 독자적인 장르를 구축해나가고 있다. 
미국 만화는 그래픽 노블이란 새로운 문화 컨텐츠로 각광받으며 영화나 미술 등 다양한 장르와 결합하고 교류하며 그 영역을 확장해나가고 있다. 
이런 시대의 흐름에 맞춰 이룸에서 해외 걸작 만화들을 소개하려고 한다. 
'이룸의 아트 카툰' 시리즈 첫번째 작품은 미국 그래픽 노블의 새 장을 열었다는 칭호를 받는, 폴 혼슈마이어의 만화, 《엄마, 돌아와요》이다. 
최고의 그래픽 문학, 《엄마, 돌아와요》
폴 혼슈마이어의 《엄마, 돌아와요》는 엄마를 잃은 아들과 아버지의 힘겨운 삶을 다양한 판타지를 통해 조용하고도 충격적으로 그린 작품이다. 
폐부를 찌르는 혼슈마이어의 작품이 항상 그러하듯, 이야기는 차분하고 어두침침한 색조와 독창적인 호흡에 의해 고통스러운 현실과 초현실 사이를 오가고 있다. 
놀랍다! 최고의 그래픽 문학이다. 이 책은 틀에 박힌 만화책들을 까마득하게 앞선다.
-윌 아이즈너 (미국 그래픽 노블의 선구자)   
이 책은 가슴을 쥐어짜는 듯한 아픔을 준다. 단 하나의 그림도 쓸데없이 들어가 있지 않다. 단 하나의 행동도 흐름을 벗어나지 않는다. 색조, 소품, 그림 칸의 규칙적인 배치, 그 모든 것들이 제 역할을 하며 전체 작품을 격조 있게 만들어준다.
-크레이그 톰슨 (미국 언더그라운드 만화가)
예정된 결말 혹은 예측 불허의 과정
《엄마, 돌아와요》는 죽음으로 가득 차 있다. 죽음을 생의 결말로 본다면 이 만화는 시작을 거부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죽음을 생의 한 과정으로 본다면 이 만화는 시작을 향해 활짝 열린 구조를 지니고 있는 것이다. 
엄마를 잃은 7세 소년이 있다. 소년에게 엄마의 죽음은 돌아올 여지가 있는 잠정적인 이별이다. 소년은 엄마를 기다리며 아버지 곁에 서 있다. 엄마와 아버지가 내팽개친 구역들, 그들의 의미가 담긴 장소들을 관리하며 엄마를 기다리고, 아버지가 자신을 돌아보길 기다린다. 
아내를 잃은 남자가 있다. 그는 아내가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 그러나 죽음을 안다는 것과 죽음을 받아들이는 것은, 커다란 차이를 내포한다. 
그는 살아야 할 이유를 잃어버렸다. 생의 의미가 사라져 세계 전체가 무너져버리는 상실감을 느끼는 이에게, 그래도 살아야 한다고 윽박지르거나, 누구나 다 죽는다고 흔한 위로를 건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내 인생은, 이제 아무런 의미가 없단다. 아직까지도, 모든 게 엉망이다. 인생이 무의미하다는 게 아니라…, 내 인생이, 무의미하다는 뜻이야. 의미라는 건…, 두 사람이 함께 쓰는…, 한 언어의 단어들이나 논리문제에서 쓰는 상징처럼…, 누구랑 함께 있을 때 생기는 것 같구나.
죽음에 대한 서로 다른 해석. 죽음을 대하는 서로 다른 태도. 그리고 서로 다른 선택. 
《엄마, 돌아와요》는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지만, 이는 다시 말하면, 삶에 대한 뜨거운 외침이다. 인생의 의미를 찾아나가는 과정, 그 과정 속에서 동일하게 반복되지만 결코 같은 것으로 치부할 수 없는, 선택의 단면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우리의 무너진 성채에서 걸어 나와 거기서 벌어진 일들을 생각했다. 그리고 엄마뿐 아니라 이제는 아빠도 저 깊은 곳에서 돌아올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지금 나는 그때보다 훨씬 나이를 먹었다.
“우리는 모두 자유로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