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시골 마을, 나양. 그곳에 도착한 첫 밤이었다.
폭우에 길을 잃은 도슨트, 수연은
이 군이라고 불리는 종하와 마주친다.
“너, 왜 자꾸 나한테 너라고 해?”
“설마하니 나한테 아줌마 소리 듣고 싶은 건 아니지?”
“아줌마 소리 들어도 별로 이상할 나이는 아냐.”
“웃기고 있네. 너라고 부를 때 고마워해라.”
그가 지내는 여관에서 이렇다 할 교류 없이 며칠을 보내고,
미술관에서 마련해 준 숙소로 옮긴 것이 끝이었다.
그런데…… 그 애가 미술관으로 찾아왔다.
“녹음이 무슨 뜻인데.”
“저 그림이 녹음이야. 푸르고 울창한 나무.”
“죄다 까만데 푸르긴 개뿔.”
여름이었다. 연녹색 풀들이 짙어져 눈길 닿는 곳 모두 맑았다.
아주 잠시 머무를 집. 여름이 끝나면 떠날 집.
여름은 시간을 타고 착실히 종착역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여름이 끝나면 불청객은 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