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출판사 제공 책 소개
“세상은 울기에는 너무 우스꽝스럽고 웃기에는 너무 추악한 곳이니” 젊은 영문학도에서 시대의 작가가 되기까지 나쓰메 소세키의 문학과 우정, 웃음과 눈물 소설가 나쓰메 소세키의 삶과 문학론, 우정과 희로애락을 담은 《나쓰메 소세키 서한집》이 읻다의 서한집 시리즈 〈상응〉 첫 번째 책으로 출간되었다. 일생의 벗이었던 하이쿠 시인 마사오카 시키를 비롯해 소세키에게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집필을 권유해 소설가의 길로 이끈 작가 다카하마 교시, 평생을 함께 한 아내 나쓰메 교코, 소세키가 가장 아낀 문하생이었던 소설가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등 가족과 친구, 동료 문인과 주고받은 편지를 수록했다. 영문학을 공부하며 하이쿠를 쓰던 청년기에서 시작해 정부의 명으로 고국을 떠나 낯선 타지에서 생활하던 런던 유학생 시절, 처음으로 쓴 소설이 큰 성공을 거둔 뒤 생계와 창작 사이에서 고민하던 중년기를 지나 심각한 위장병에 시달리면서도 집필을 놓지 않고 젊은 문하생들과 교우하던 만년까지, 메이지 시대를 대표하는 작가 나쓰메 소세키의 일생을 한 권에 담았다. 이 책은 일본 이와나미쇼텐에서 발행한 《소세키 전집》에 수록된 2천여 편의 편지 가운데 옮긴이 김재원이 145편을 선별하여 엮은 것으로, 소세키의 생애에 따라 5부로 구성되었다. “알 수 없구나, 태어나고 죽어가는 인간,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한시와 하이쿠를 읊으며 문장을 논하던 청년 소세키 봄비 내리는 버드나무 아래를 젖은 채 걷네 - 1894년 3월 9일, 기쿠치 겐지로에게 보낸 편지 중에서 1부에는 도쿄대학 예비문 재학 시기부터 대학을 졸업하고 중고등학교 영어 교사로 일하던 때까지의 글이 담겨 있다. 이 시기 소세키는 근대 하이쿠 문단에 선구적 발자취를 남기게 될 시인 마사오카 시키를 대학 예비문에서 만나 동갑내기 친구이자 평생의 문우로서 우정을 나눈다. 둘은 젊은 문학도이자 하이쿠 시인으로서 문장론을 진지하게 논의하는 한편, 삶의 회의나 허무에 대해 허심탄회한 푸념을 나누기도 하고, 때로 익살 가득한 농담을 주고받기도 한다. 독자는 고사성어와 선어(禪語), 한시, 중국 고전 등을 자유자재로 인용하는 한편 영어를 두서없이 혼용하는 소세키의 문장을 따라 가며, 전통과 서구 문물이 혼란하게 뒤섞이던 메이지 시대의 공기와 그 속에서 동양의 근대를 고민하던 한 청년을 상상해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시기의 편지에는 또한 소세키가 쓴 하이쿠와 한시가 다수 포함되어, 소설가 이전에 시인으로 활동하며 문재를 갈고 닦던 젊은 소세키의 일면을 만나볼 수 있다. “얼른 일본에 돌아가 광풍제월과 청천백일을 보고 싶소” 안개의 도시 런던에서 찾아온 신경 쇠약과 친우의 죽음 올려 마땅한 향 하나 없는 채로 저무는 가을 - 1902년 12월 1일, 다카하마 교시에게 보낸 편지 중에서 1900년, 소세키는 문부성의 명을 받아 영국으로 유학을 떠난다. 2부는 이 유학 시기의 편지들을 모았다. 타지에서 홀로 생활하면서 소세키는 서툰 언어며 낯선 의식주, 빠듯한 생활비, 이방인으로서의 고독감 등에 시달리며 유학생들과도 어울리지 않고 방에 틀어박힌 채 신경 쇠약에 빠지지만, 그럼에도 병석에 누운 벗을 위로하기 위해 펜을 들어 런던 생활을 유머러스하게 써내려간다. 시키와 교시가 발행하던 문예지 《호토토기스》에 〈런던 소식〉이라는 제목으로 발표된 이 네 편의 산문은 소세키 문학에 담긴 해학과 익살의 시작점을 엿볼 수 있는 서한집의 백미다. 그러나 일본을 떠날 때 다시는 살아서 만나지 못하리라 짐작했던 벗 시키는 지병이 악화되어 곧 세상을 떠나고 만다. 공부가 바쁘다는 핑계로 편지를 자주 보내지 못한 소세키는 막막한 슬픔 속에서 “백옥루의 사람”이 되어버린 망우를 그리며 추모의 하이쿠를 편지에 써 보낸다. “나는 백대까지 내 글을 전하고자 하는 야심가라네” 소설가 소세키의 탄생, 그리고 생계와 창작 사이의 줄다리기 책의 3부는 귀국 후 도쿄대학에서 교수로 재직하던 시기를, 4부는 대학을 그만두고 전업 작가로 아사히신문사에 입사해 글을 쓰던 시기를 다룬다. 유학에서 돌아온 소세키는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학교 세 곳에 바삐 강의를 나간다. 경제적 압박과 생업의 스트레스로 신경 쇠약이 더욱 심해지자, 교시는 소세키에게 정신적 안정을 위해 소설을 써보라고 제안한다. 그렇게 38세의 나이에 기분 전환 삼아 쓰기 시작한 첫 작품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는 《호토토기스》에 발표되면서 큰 인기를 얻는다. 그때부터 봇물 터진 듯 단편과 장편을 활발히 집필하며 소설가로서의 천명을 비로소 깨달은 영문학자 ‘긴노스케(소세키의 본명)’는 일본 근대 문학에 큰 발자국을 남긴 작가 ‘소세키’로 다시 태어난다. 이후 교직을 벗고 신문사 소속 전업 작가가 되면서, 소세키는 왕성한 창작열로 숱한 대표작을 탄생시킨다. 이 시기의 편지들은 세상과의 불화 속에서도 스스로의 능력을 끝까지 밀고 나가려는 열의와 진중한 문학론으로 채워진 한편, 생계에 매인 월급쟁이로서의 고뇌 또한 담고 있다. “세상은 끈기 앞에서는 머리를 숙이지만 불꽃 앞에서는 짤막한 기억밖에 허락하지 않습니다” 병과 고통 속에서 눈감는 날까지 이어진 문학적 열정 가을이건만 읽다 남은 책 한 권 언제 읽을지 - 1916년 9월 2일,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에게 쓴 편지 중에서 만년의 소세키는 심각한 위장병에 시달리며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고, 평생 앓아온 신경 쇠약 또한 악화된다. 그러나 이 시기의 편지를 모은 5부에서 독자가 만나게 되는 것은 질병의 피로와 무력감에 찌든 모습이 아닌, 어린 독자에게 다정한 답장을 보내고 문학가를 희망하는 청년에게 진심어린 충고를 건네는 모습이다. 병을 앓는 중에도 소세키는 문하생들과의 모임인 ‘목요회’를 지속하며 작가를 꿈꾸는 젊은이들과 활발히 교유하고, 집필 또한 꾸준히 지속하여 《마음》과 같은 대표작을 남긴다. “죽는 날까지 후진들을 위한 길을 개척하고 싶다”던 중년기의 말대로 소세키는 다음 세대의 작가들에게 따뜻한 격려와 날카로운 조언을 아끼지 않았으며, 그중 한 명이었던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는 후에 다이쇼 시대를 대표하는 소설가가 되었다. 소세키가 문학을 가교 삼아 세대를 건너 진솔한 우정을 나누었듯, 삶과 문학에 대한 소세키의 회포가 담긴 이 서한집을 통해 독자 또한 시대를 건너 그와 친교를 맺을 수 있기를 바란다. 시리즈 소개 ‘상응相應’ 우리가 마주하는 작가의 작품은 정제된 정신의 결과물이다. 책을 만드는 과정처럼, 저술은 기획과 집필, 편집을 통해 가다듬어져 하나의 전체를 이루어 나간다. 완결성을 갖는 한 정신의 산물은 우리에게 지적인 희열을 주기도 하고, 그 탁월한 문체에 우리는 매료되기도 한다. 이러한 작품은 공통의 감각을 가진, 정해지지 않은 독자를 향한다. 하지만 하나의 문장이 되기 위한 생각, 미처 한 권의 책이 되지 못한 글은 어디에 있을까. 편지는 자신에서 출발하여 유일한, 적어도 제한된 독자를 향한 글이다. 또한 수신인의 답장을 요구하고 이내 자신의 반응을 담는 과정을 통해, 과제를 부여하고 생산하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편지는 크로키나 데생처럼 한 정신의 밑그림을 좇을 수 있는 단서가 되기도 하며 그가 마주한 다양한 정서의 흔적을 보여주기도 한다. 또한 정해진 수신인을 보다 첨예한 논쟁의 장으로 이끌기도 하며, 자신의 문체를 조탁하고 방법론을 시험하는 장소가 되기도 한다. 읻다의 ‘상응相應’은 자신의 주장에 대한 해명과 주석, 자신이 처한 시대적 상황과 맥락에 대한 평가, 작가가 타인에게 토로하는 감정 등을 담아 주저로만 익숙한 작가와 사상가의 사유의 궤적을 좇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