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르게 움직이고 틀을 깨부숴라, 행운은 대담한 이를 사랑한다”
실리콘밸리의 이단아이자 선지자였던 카오스 멍키들의 영화 같은 실화!
우리가 페이스북을 무찌를 수 있는 새로운 것을 만들지 않는다면, 다른 누군가가 분명 우리를 그렇게 만들 것이다. 변화를 ‘수용’하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그 사실을 굳이 입 밖에 낼 필요조차 없을 만큼 머릿속 깊숙이 박아두어라. 인터넷은 무시무시한 곳이다. 중요치 않은 것은 흔적을 남기는 호사조차 누릴 수 없다. 그냥 사라져버릴 뿐이다. 우리의 과업은 영원히 끝나지 않았다. _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 (본문 456~457쪽)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드롭박스 등 모든 기업의 생명줄을 쥔 데이터센터에 원숭이가 난입해 법석을 떠는 모습을 상상해보자. 케이블을 뽑고, 서버를 부수고 완전히 난장판을 만들고 있다. 엔지니어는 이와 같은 ‘카오스 멍키chaos monkey’를 소프트웨어로 만들어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프로세스와 서버를 다운시켜 온라인 서버의 견고성을 테스트한다. 견고성이란 각종 문제를 견뎌내고 실제로 문제가 발생하기 전 오류를 수정하는 능력을 말한다. 상징적 차원에서 IT업계의 창업자는 사회의 카오스 멍키다. 예컨대 우버는 기존의 택시, 에어비앤비는 기존의 호텔, 넷플릭스는 기존의 텔레비전 시스템을 교란시키는 카오스 멍키인 셈이다. 이처럼 우리 삶의 면면을 시험하고 바꿔놓는 실리콘밸리의 가장 담대한 ‘혼돈의 원숭이’ 중 하나가 바로 화제의 문제작《카오스 멍키》의 저자 안토니오 가르시아 마르티네즈Antonio Garcia Martinez다.
물리학 박사 출신의 골드먼삭스 퀀트전략가, 웹프로그래머, 스타트업 CEO, 페이스북 제품관리자에 이어 트위터 고문으로 일하고 있는 저자는 금융과 IT를 꿰뚫는 통찰(“뉴욕 월가나 워싱턴 정치판이나 실리콘밸리나 다를 게 없다”), 실리콘밸리의 밑바닥 창업에서 일류 기업에 이르기까지의 생생한 경험담, 인문학적 식견과 위트 넘치는 독설을 현란하게 저글링하며 독자를 유머러스하면서도 전복적인 실리콘밸리의 세계로 이끈다. 많은 지인들이 저자에게 이 책을 쓰는 건 커리어 면에서 자살행위나 마찬가지라고 만류했을 만큼 솔직하고 구체적인 묘사가 눈길을 사로잡는데, 첨단 기술의 성지인 실리콘밸리는 환상과 실체가 얼마나 다른지, 이곳에서 스타트업을 하려면 어떤 난관들을 극복해야 하는지,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 등 ‘쿨’해 보이는 대기업들은 실제로 어떻게 굴러가는지, 주로 2010~2014년 몸집을 키워가던 실리콘밸리에서 몸소 구르고 부딪쳐 얻어낸 소중한 경험이 생생하게 그려진다. 이 무렵은 실리콘밸리에 수많은 인재가 몰려들고, 대기업들이 창의적인 스타트업을 대규모로 인수합병하고, 기업공개가 활발하게 이루어지면서 거대한 부가 유입되고 투자되어 순환하던 시기다. “이 책을 쓰도록 해준 내 모든 적들에게”라는 헌사에서 드러나듯 격변의 무대에서 패권을 다투던 크고 작은 기업들의 노력은 이 책에서 종종 전쟁과 전투에 비유되곤 한다. 수많은 인물이 등장해 각자의 전략을 가지고 일합을 겨루거나 때로는 은밀히 이중플레이를 벌이며, 뜨거운 전우애를 나누고 뒤에서 배신하며 가끔 이유 없는 선의를 베푼다.
실리콘밸리는 ‘우리도 언젠가 죽을 수 있다’는 절박함 속에서 작동하는 곳이라 저자는 말한다. 내가 살기 위해 경쟁자가 될 만한 기업을 먼저 게걸스레 먹어 삼켜야 하고, 이 비정함은 신사업이나 전략적 인수합병 등의 이름으로 포장된다. 때로는 반쯤 장님인 이가 저지른 ‘도박’이 준비된 ‘혁신’으로 탈바꿈되기도 하며, 아무리 파렴치한 일을 겪어도 앙심이나 원한을 품을 수 없을 만큼 너도나도 생존을 위해 치열한 몸부림을 치는 곳이다. 한껏 미화된 환상의 실리콘밸리가 아닌, 현실 그대로의 실리콘밸리를 내부자의 시선에서 여과 없이 보여주는 이 책은 인간의 욕망이 투영된 도전과 실패의 역사가 어떻게 우리 모두의 삶을 바꾸는 기술의 진보를 이끄는지 기존과는 다른 시선에서 깊이 있는 통찰을 안겨준다. 특히 4차 산업혁명의 심장으로 불리는 실리콘밸리는 진짜 어떻게 일을 하는지 궁금한 이들, IT가 세상을 바꾸는 모습에 막연한 두려움을 느끼는 이들, 특히 스타트업에 관심이 많은 예비 창업자들에게 이 책은 매혹적이고도 치밀한 길잡이이자 경영 필독서가 될 것이다.
실리콘밸리의 자본주의는 무척 단순하다.
투자자는 시간보다 돈이 더 많은 사람이다.
직원은 돈보다 시간이 더 많은 사람이다.
사업가는 단순히 말해 매력적인 중개인에 불과하다.
스타트업이란 남의 돈으로 해보는 사업 실험이다.
마케팅은 섹스와 같다. 못난이들이나 돈을 내고 하는 것이다.
기업문화란 굳이 말로 하지 않아도 통하는 것이다.
규칙은 없다. 법이 있을 뿐이다.
성공하면 모든 죄가 용서된다.
내게 기밀을 누설하는 사람은 내 비밀도 발설할 것이다.
성과주의란 어두운 뒷모습을 가리기 위한 화려한 단어에 불과하다.
탐욕과 허영은 부르주아 사회의 두 엔진이다.
관리자는 대부분 무능하며 타성과 정치를 통해서만 밥줄을 유지한다.
소송은 사실 기업 사이의 갈등관계를 그럴싸한 말로 풀어놓은 값비싼 견제 행동이다.
자본주의는 투자자, 직원, 사업가, 소비자 등 모든 당사자가 공모하고 꾸미는 도덕을 초월한 익살극이다.
(본문 108~109쪽)
무한한 똥더미를 헤치고 나아가는 CEO
면접과 프레젠테이션, 계약과 소송까지 비즈니즈에서 일어날 수 있는 온갖 문제들
금융위기로 자본주의의 심장이 마비되어가던 당시, 신용파생상품 가격결정을 담당하는 계량분석 전략가, 이른바 퀀트였던 저자 마르티네즈는 “자본주의의 격랑에서 나름 격리되어 있고 외떨어진 IT업계야말로 앞으로 다가올 붕괴의 도미노에서 최후까지 살아남으리라는 느낌”을 받는다. 그는 수학을 이용해서 광고를 한다는 스타트업 애드케미 연구원으로 지원하지만, 이내 회사의 엄청난 수익 뒤에 숨어 있는 허점을 발견한다.
이후 인터넷 사용자들의 데이터를 광고 타기팅과 연결한다는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애드그로크를 창업한 세 사람의 동업자가 쓰레기더미 사무실에서 하루 종일 코드를 짜기 시작한다. 창업가들의 구루인, 와이 콤비네이터의 폴 그레이엄의 도움 아래 무수한 방향전환을 해가며 아이디어를 완성제품으로 구현해가는 가운데, (코딩을 제대로 하지 못해) CEO가 된 저자는 점심 샌드위치를 사다 나르고 건물 월세를 챙겨 내는 것은 물론, 백 번이 넘는 피치를 하며 투자자들을 설득하고, 엔젤투자자와 벤처캐피털펌을 오가며 줄타기를 하고, SNS에서 논란을 만들어 제품을 홍보하는 등 온갖 미션을 해결해나간다. 그러던 중 법적 분쟁에 휘말려 소송비용에 허덕이는 와중에 수익은 하향곡선을 그리며 추락을 시작하고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유치해야 하는 ‘절망의 골짜기’에 빠지게 된다…… 최악의 상황을 반전시킨 에피소드에서 실리콘밸리에서 진짜 아이디어란 무엇인지, 인적 네트워크는 어떻게 형성되어 어떻게 작동하는지, 트위터와 페이스북 같은 대기업의 인수채용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기업과 그를 둘러싼 투자자, 언론, 법률회사 등이 복잡하게 얽힌 생태계가 리얼하게 드러난다.
페이스북과 트위터는 왜 애드그로크, 프렌드피드, 아드바크처럼 작은 스타트업을 인수할까? 앞서 기업합병이란 실질적으로 실리콘밸리의 과열된 구인시장에서 IT 인재를 찾는 또 다른 수단일 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다른 동기도 있다. 인수기업의 DNA와 스타트업 창업자의 대담무쌍한 유전자를 합치기 위해서다. 스타트업과 창업자를 맞아들임으로써 페이스북은 일반적인 채용방식으로 뽑는 직원(즉 똑똑하지만 순종적인 엔지니어링 전공 졸업생)에게서 찾아보기 어려운 자질을 회사문화에 더하고 생기를 불어넣는다. 마치 유럽산 순종을 호주의 야생 들개와 일부러 교배해서 똑똑하고 잘 뛰어다니는 호주 특유의 목축견을 만들어냈던 것과 같다. (본문 454~45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