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 마녀 사냥의 진실을 생생하게 파헤친 문제작
15세기에서 17세기, 유럽에서는 수십만에서 수백만으로 추정되는 무고한 사람들이 마녀 사냥으로 목숨을 잃었다. 마녀라는 꼬리표는 곧바로 죽음을 의미했다. 인두로 지지기, 사지 잡아 늘이기, 물고문, 태형 등의 온갖 고문이 가해졌고, 결국은 억지 자백과 화형으로 귀결되었다.
이 책 《마녀 사냥》은 이처럼 참혹한 집단 광기의 역사 속으로 독자들을 안내한다. 안내자 역할을 맡은 것은 마녀 사냥으로 어머니를 잃은 소년 에스벤이다. 에스벤은 자신과 어머니에게 닥친 비극적인 사건의 전모를 한스 박사에게 고백한다. 처음엔 끊어질 듯 말 듯 간신히 이어지던 이야기가 시간이 흐를수록 구체성을 띠어 가고, 점점 더 말에 힘과 속도가 붙는다. 역사책에 갇혀 있던 마녀 사냥의 추악한 진실이 에스벤의 떨리는 목소리를 통해 손에 잡힐 듯 생생하게 되살아나는 것이다.
이처럼 이 작품은 피해 당사자의 증언을 통해, 지난날 유럽을 휩쓸었던 마녀 사냥의 참상을 사실적으로 그려 나간다. 맹목적인 공포심에서 싹튼 광기와 폭력, 힘없는 소수를 향한 다수의 폭력 등, 마녀 사냥에 얽힌 정황이 힘 있는 문체와 스토리에 생생하게 담겨 있다.
■ 차이에 대한 존중과 관용을 일깨우는 작품
역사가들은 마녀 사냥이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안전장치였다고 설명한다. 초기엔 교회와 국가를 위협하는 이단자를 처형하는 데에서 출발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사회 불안의 책임을 마녀라는 가공의 괴물에게 떠넘김으로써 민중의 분노를 잠재우고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이용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마녀 사냥의 희생자는 가난한 과부와 독신녀, 정신 장애인과 기인(奇人) 들이 대부분이었다. 이 세상 가장 낮은 곳에 내몰린 약자와 남다른 점을 지닌 소수자들이 악마에게 영혼을 팔았다는 허울 좋은 누명을 쓰고 불길 속에서 사라져 간 것이다.
마녀 사냥은 이미 오래전에 막을 내렸지만, 지금도 여전히 또 다른 이름의 마녀 사냥이 되풀이되고 있다. 어른들의 세계에서뿐만 아니라 어린이와 청소년들 사이에서도 다수가 소수에게, 강자에게 약자에게 휘두르는 폭력이 판을 친다. 교실에서는 남다른 구석이 있는 아이가 집단 따돌림의 대상이 되고, 가상 공간에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여론 재판이 벌어지고 있다.
이 책 《마녀 사냥》은 힘의 올바른 행사, 차이에 대한 존중, ‘다름’과 ‘틀림’의 차이 들에 대해 생각할 기회를 제공한다. “사람들을 조심해라! 어쩌면 어느 날 이 세상에 우리 같은 사람을 위한 자리가 생길지도 모른다. 어쩌면, 누가 알겠느냐.” 한스 박사가 에스벤에게 부르짖는 외침은 우리 일상과 마음속에 도사리고 있는 마녀 사냥꾼에게 강력한 경종을 울린다.
■ 소년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마녀 사냥》은 잔인한 세상과 극렬하게 부딪친 소년이 상처를 딛고 일어나는 과정을 섬세하게 그린 성장소설이다.
에스벤은 한스 박사와 함께 낚시를 하고, 수영을 하고, 온갖 풀과 나무들에 대해 배우고, 속 깊은 대화를 나누면서 서서히 공황 상태에서 벗어난다. 이처럼 이 작품은 광활한 대자연을 배경으로 아이와 어른?사람과 자연의 교감을 섬세하게 그려 냄으로써, 진정한 교감이야말로 상처를 낫게 하는 최고의 치료제임을 넌지시 일깨운다.
에스벤을 상처로부터 벗어나게 한 것은 말하기?고백하기가 지닌 치유의 힘이기도 하다. 에스벤은 한스 박사와의 속 깊은 대화를 통해 고통스러운 기억을 정면으로 마주함으로써, 마침내 제 힘으로 우뚝 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