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여 년간 한국만화사의 기념비적인 작품들을 탄생시키며 대중과 평단의 폭넓은 사랑을 받아온 허영만,김세영 황금콤비의 완결판 <타짜 시리즈>가 마침내 완간되었다. 『타짜』는 4년간 신문연재, 연재 홈페이지 하루 100만 페이지뷰 기록, 동일매체 재연재, 온라인 모바일 게임으로 제작, 영화 관객 700만 동원 등 그동안 수많은 진기록을 남기며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하지만 대본소를 중심으로 유통되던 초판이 절판된 이후 한국 성인만화의 최고 걸작인 『타짜』를 소장하고 싶어하는 만화 팬들과 네티즌들의 재출간 요청이 이어져왔다.
기존 41권을 22권으로 새롭게 편집 디자인한 애장판 『타짜』는 두 작가와 영화감독 최동훈의 대담(1부), 만화평론가 박인하, 이명석, 이용철의 작품론과 작가론(2, 3, 4부), 내용 이해를 돕는 관련 부록을 함께 수록해 기존 『타짜』의 주독자층인 30~40대 남성뿐만 아니라 20~30대 여성 독자들까지 우수한 우리만화에 관심을 갖게 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만화 원작을 바탕으로 한 영화 <타짜>가 흥행에 성공한 것과 더불어 새로운 장정의 <타짜 시리즈>는, 좋은 작품은 시대와 세대 그리고 매체를 초월해 사랑받고 새롭게 해석된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입증하였다.
필리핀, 라스베이거스 등 세계적 카지노를 넘나드는 방대한 스케일의 대작! 실타래처럼 얽히고설킨 채 공존하는 선과 악의 숙명적인 대결과 통쾌한 복수!!
작품에 따르면 ‘벨제붑’은 원래 악마의 우두머리였으나 신을 배반하고 지옥에 떨어진 추락천사 루시퍼와의 대결에서 진 후 모든 권력과 지위를 잃고 가장 말단으로 밀려나 ‘똥의 신’, ‘파리대왕’이 되었다고 한다. 4부에서는 이름 외에는 모든 면에서 전혀 다른 두 주인공 장태영과 박태영이 각각 벨제붑과 루시퍼를 상징한다.
낙천적이고 자신만만한 성품에 하는 일마다 행운이 따르는 장태영과 광신도 어머니 밑에서 스스로를 악마의 자식이라고 여기며 외롭게 자랐지만 치밀한 노력가인 박태영은 고교시절부터 공고동락한 친구사이로, 졸업 후 함께 벤처사업을 시작한다. 그러나 사업이 성공을 거듭할수록 점점 더 큰 패배의식을 느끼던 박태영은 장태영이 가진 모든 것을 빼앗기 위해 추악한 음모를 꾸미고, 작품은 장태영의 처절한 복수극으로 치닫는다.
이처럼 『4부 벨제붑의 노래』는 친구의 배신과 음모로 지옥에 던져진 주인공이 재기에 성공하고 극적인 복수를 해낸다는 점에서 『몬테크리스토 백작』에 비견된다. 그만큼 두 주인공의 음모와 복수는 치밀하고 드라마틱하다. 특히 인간의 본질을 꿰뚫는 탁월한 심리묘사, 보는 내내 긴장을 늦출 수 없는 흡입력 있는 스토리, 살아 숨쉬는 듯한 생생한 그림은 한국 최고의 작가 허영만ㆍ김세영 만화세계의 완결판이라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 또한 퀸의 <보헤미안 랩소디>를 주인공의 내면세계와 주요 사건을 매개하는 극적 장치로 사용한 것 등은 음악에 조예가 깊은 김세영 작가의 탁월한 연출 감각이 돋보이는 부분이다.
실타래처럼 얽히고설킨 채 공존하는 선과 악, 패배의식이 만들어낸 추악한 인간의 단면, 배신과 복수라는 극적인 주제를 바탕으로 한 『타짜_4부 벨제붑의 노래』는 오락적 재미와 카타르시스를 선사하는 최고의 성인만화이자 마치 칼로 도려낸 듯 인간의 욕망과 그 허상을 정면으로 직시하게 만드는 대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