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데없이 전전긍긍하는 '어린 것들'에게 건네는 100세 사토 할머니의 박력 넘치는 응원
"약간의 불안, 약간의 고통
그리고 꽤 괜찮은 행복이 우리의 인생에 있단다."
사토 아이코는 만 나이로도 정말로 100세를 넘긴 할머니 작가다. 고집불통에 화가 나면 기운이 솟는 성격이라며 스스로에 대해 이야기하고, 말도 상당히 직설적으로 내뱉는 기운 넘치는 꼰대다. 사실 소설가가 된 것도 '그런 성격으로 회사에 들어가면 다른 사람들에게 민폐이니, 혼자 일할 수 있는 소설가가 되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어머니의 조언 덕분이었다. 문학가였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글쓰기에 제법 소질을 보였고 마흔 너머 데뷔해, 나오키 상까지 거머쥐고 지금은 일본 문학계를 대표하는 소설가가 되었다. 90세 이후 발표한 에세이 《90세, 뭐가 경사라는 거야》(九十?。何がめでたい, 국내 미출간)는 같은 해에 출간한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기사단장 죽이기》를 제치고 베스트셀러 1위를 하며 일본에서 100만 부 이상 팔리기도 했다.
《이왕 사는 거 기세 좋게》는 1970년대부터 2016년까지 일본의 월간지 <PHP>에 연재했던 에세이를 모은 책으로 자신의 인생을 지탱해온 '인생은 아름다운 것만 기억하면 돼'라는 좌우명과 함께 활기찬 삶의 지혜를 담고 있는 에세이다. 책 말미에는 작가의 오랜 문학 동료이자 일본 소설가 엔도 슈사쿠와의 대담도 있어, 두 노년의 작가가 나누는 삶에 대한 시각을 볼 수 있다.
슬프고 괴롭고 행복하고 즐거운 것들 다 느끼고
"아, 재미있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인생이길.
사토 아이코는 한 세기를 살아낸 인간으로서, 삶의 희로애락을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이 책에서 보여준다. 작가는 두 번의 결혼, 전 남편의 빚을 홀로 떠안은 시간, 전쟁과 재해 속 혼란스런 청춘, 가족의 죽음 등 파란만장한 삶 속에서 '모든 일은 수행'이라며 스스로를 다독이며 살아왔다. 종종 불 같은 화를 내고 도망보다는 진격하는 성격도 한몫했지만, 그녀를 버티게 한 건 유머와 긍정이다. 이 책에서도 사토 아이코만의 감각과 재치, 유쾌한 입담이 진하게 담겨 있어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리고 나이 든다는 것에 대한 솔직한 심정, 가족과의 갈등을 대하는 방식, 삶의 허무함, 슬픔을 견디는 힘, 혼자 사는 노년의 이야기 등을 자신의 에피소드와 그에 대한 성찰을 담아 전달한다. 굳이 그 시간들을 미화하지도 않는다는 점에서 작가의 올곧은 성격도 엿보인다.
슬픔이 너무 커서 죽고 싶은 순간도 있었지만, 끝까지 견뎠고, 결국은 웃을 수 있었다는 말은 단순한 위로를 넘어 긴 삶을 살아낸 사람만이 건넬 수 있는 신뢰의 언어다. 시대를 초월하는 생각과 행동, 파격의 주인공인 사토 할머니의 '츤데레' 같은 잔소리는 상실, 용기, 회복 그리고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 따뜻한 손길을 내어주는 '삶의 안내서'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