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린되고 타버린 모든 것

웰스 타워 · 소설
31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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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갈색 해안」 「삶에서 한 걸음 물러서기」 「중요한 에너지의 집행자들」 「계곡 아래로」 「표범」 「눈 안의 문」 「야생의 아메리카」 「축제」 「유린되고 타버린 모든 것」

출판사 제공 책 소개

“평온한 일상이란 없다!” 에드거 앨런 포와 레이먼드 카버를 계승한 미국 단편 문학의 전통을 잇는 적자, 웰스 타워의 야심만만한 처녀 작품집! 인생, 혹은 일상이라는 피사체의 멋진 스냅샷 푸시카트상, 플림턴상, 헨필드재단상 등을 수상했고 《뉴요커》에서 선정한 ‘40세 이하 20인의 유망작가’에 선정된 작가 웰스 타워의 처녀 작품집 『유린되고 타버린 모든 것』이 금번에 현대문학에서 출간되었다. 이 작품집은 2009년 《뉴욕 타임스》가 선정한 올해의 책 10권에 포함됐으며 스토리상 최종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미국 비평계의 비상한 주목을 받고 있는 그의 단편소설들은 순문학으로서는 이례적으로 대중 독자들의 폭넓은 호응을 얻고 있다. 웰스 타워의 단편들은 체호프와 레이먼드 카버의 작품들이 그랬듯이 굴곡 없는 평범한 일상 속에 깃든 삶의 미묘한 결들을 매만진다. 헤어진 아내의 현재 남편과 전 남편이 한차에 동승하면서 벌어지는 겉치레 선의 속에 빙산처럼 드러나는 질투와 적개심, 어린아이의 눈에는 위압적 존재이자 공포스러운 적으로 느껴지는 당당한 새아버지, 어른이 되면 같은 동네에서 살자는 어린 시절의 덧없는 약속이 한참 지난 뒤에 사춘기가 되어 만난 사촌 자매, 친하게 지내던 이웃사촌으로부터 혼외정사의 유혹을 받는 궁지에 몰린 패배자, 딱히 그립다고만 하기는 좀 그런 어린 시절의 불편한 기억들을 공유하고 있는 형제간의 연민 등 작품 속의 등장인물들은 문화와 언어의 차이를 넘어서 우리가 쉽게 상상할 수 있고 공감할 수 있는 상황 속에서 내면적인 불편함과 아픔을 억누르며 세상과 마주한다. 단편 소설 특유의 여백미를 한껏 살린 인상적인 엔딩들은 얼핏 약간의 심심함을 안겨주지만 곧이어 독자들에게 작품 전체를 반추하고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밑그림의 공간을 제공한다. 장편소설이 한 시대의 조감도를 제공하는 공시성을 최고의 성취로 여긴다면 단편소설은 인간과 삶의 보편적인 조건과 한계라는 통시적인 주제를 주어진 각 시대 속에서 적절한 스냅샷으로 포착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웰스 타워의 단편들 역시 적절하고 다채로운 상황 설정과 등장인물이라는 피사체를 아이러니와 유머를 카메라의 조리개와 적정 노출 시간을 결합시키듯이 잘 결합시켜 삶의 진실이라는 멋진 스냅샷들을 찍어냈다. 유린되고 타버린 모든 것 수록된 작품 중 한 편인 「유린되고 타버린 모든 것」을 저자 웰스 타워는 전체 작품집의 제목으로 삼았다. 8세기 살육과 약탈을 자행하던 바이킹들의 이야기는 전체 작품군 속에서 보면 이질적이다. 총 아홉 편의 단편 중 지금 현재의 미국이 등장하지 않는 유일한 단편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저자는 바이킹들의 약탈 행위로 가난한 섬마을이 피폐해진 것처럼 지금을 사는 현대인들의 삶도 그렇게 피폐해진 것이 아닌가 하는 주장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작품들 속에 등장하는 가족들은 ‘평범한 보통 가족’과는 약간의 거리가 있다. 바람을 피워 집에서 쫓겨난 가장, 각자의 아이들을 데리고 두 번째 인생의 반려자를 찾아 데이트를 하는 중년 커플, 형제지간이지만 오랫동안 떨어져 살았고 만나자마자 비행기표 값을 달라고 말싸움을 벌이는 동생, 엄마의 재혼으로 함께 살게 된 새아버지를 두려워하고 적대감을 가진 아이, 모친의 죽음 뒤 스물다섯 살 차이의 여자와 재혼하고 정신이 오락가락하지만 체스의 승부욕만은 꺼질 줄 모르는 아버지, 이혼한 전처가 키우는 딸을 보기 위해 전처의 현재 남편과 재회할 수밖에 없는 이혼남... 결혼하고 머리가 파뿌리가 될 때까지 해로하다가 자식들의 성장과 손주들의 탄생을 흐뭇하게 바라보는 그런 평범한 삶은 찾기가 힘들다. 행복은 멀리 있는 파랑새가 아니라 평범한 일상 속에 깃들어 있는 것임을 생각하면 이 작품집에 나오는 모든 등장인물들은 당연히 행복하지 않다. 질투와 과거에 대한 분노에 시달리고, 무기력한 현재를 보상할 먼 미래의 복수를 꿈꾸며, 못 이룬 꿈에 대한 아쉬움과 회한에 번뇌하며 악몽을 꾸다가 깨어난다. 작가 웰스 타워는 가정의 붕괴에서 비롯되는 등장인물들의 감정을 솜씨 좋은 표본채집가처럼 잘 포착해 독자들에게 보여준다. 고통스러운 감정을 직접화법이 아니라 아이러니와 유머를 곁들여 표현해, 표피적 현상의 묘사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실체적인 삶의 진실까지 도달할 수 있도록 해준다. 바로 그런 웰스 타워의 문학적 성취가 그를 현재 미국 단편 문학의 대표자 중 한 명으로 인정받게 만들었을 것이다. ‘나는 체호프를 게걸스럽게 읽는다. 그의 글을 읽으면 삶의 시작과 종말에 대해 무언가 중요한 생각을 만나리란 걸 알기 때문이다.’ 쇼스타코비치의 위와 같은 고백은 단편소설을 펼치면서 독자들이 기대하는 바를 대변해준다. 매뉴얼화된 지식, 예상 가능한 내용을 제공하는 실용서와 달리 단편소설은 우리에게 무엇을 줄지 약속하지 않는다. 예측하지도 못하게 한다. 다만 인생에 대해 무언가 중요한 전언을 제공하리라는 것만을 막연히 짐작만 할 뿐이다. 예상했던 것은 이루어져 봐야 그다지 재미없다. 예상은 물론 상상도 안 했던 어떤 세상을 만날 때 그때의 경이감과 깨달음은 지식을 몇 개 머리에 집어넣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오직 문학만이 줄 수 있는 고유의 즐거움일 것이다. 해외에서 호평받은 웰스 타워의 이번 처녀 작품집이 삶에 어질머리를 느끼고 출구 없어 답답해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단편소설 독서의 계기가 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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