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도시, 어느 밤
2부 희생양
3부 파스토르
4부 기병총 요정
옮긴이의 말

<소 설처럼> <늑대의 눈>의 저자이자, 2007년 에세이 <학교의 슬픔>으로 르노도 상을 수상한 작가 다니엘 페낙의 장편소설. <식인귀의 행복을 위하여>에 이은 '말로센 시리즈'의 두 번째 책. 말로센 시리즈는 프랑스에서만 매 편당 100만 부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한 인기 시리즈이다.
영화 속 '주인'처럼 10대였던 시절 🏫
윤가은 감독이 사랑한 별 다섯 개 영화들을 확인해 보세요!
왓챠피디아 · AD
영화 속 '주인'처럼 10대였던 시절 🏫
윤가은 감독이 사랑한 별 다섯 개 영화들을 확인해 보세요!
왓챠피디아 · AD
저자/역자
목차
출판사 제공 책 소개
전설의 말로센, 그가 돌아왔다!
기발하고 사랑스러운 캐릭터들, 재기 넘치는 신랄한 입담, 환상적 리얼리티와 하드보일드의 싸늘한 피비린내가 절묘하게 어우러진 다니엘 페낙 표 동화, ‘말로센 시리즈’제2탄!
프랑스 갈리마르 출판사의 메가히트 인기 소설 ‘말로센 시리즈’ 두번째 이야기
2007년 에세이 <학교의 슬픔>으로 르노도 상을 수상해 명실 공히 문학성과 대중성을 두루 갖춘 인기 작가로 우뚝 선 다니엘 페낙의 대표 소설 ‘말로센 시리즈’ 제2탄 <기병총 요정>이 마침내 국내에 출간되었다.
‘말로센 시리즈’는 프랑스에서만 매 편당 100만 부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한 인기 시리즈이자,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탄탄한 독자층을 확보하고 있는 스테디셀러이다. 제1탄 <식인귀의 행복을 위하여>(1985)를 시작으로 총 여섯 편이 출간된 ‘말로센 시리즈’는 우리나라에서 <산문 파는 소녀>(1996), <말로센 말로센>(1998), <정열의 열매들>(2001), <식인귀의 행복을 위하여>(2006)가 이미 출간된 바 있다. 프랑스에서 출간된 지 20년이 지난 지금에야 우리나라에 소개되는 <기병총 요정>을 애타게 기다려온 페낙 팬들에게는 이번 출간 소식이 무엇보다 반가운 소식이 될 것이다.
초특급 콩가루 가족 ‘말로센 부족’의 계속되는 모험담
시리즈 전편에 등장하는 고정 출연자들인 말로센 부족원들의 활약은 <기병총 요정>에서도 계속된다. 말로센 일가의 맏형이자 얽히고설킨 사건들의 한복판에서 어김없이 누명을 뒤집어쓰는 ‘희생양’ 뱅자맹 말로센을 비롯하여 사랑에 빠져 집을 떠나면 어김없이 불룩해진 배를 안고 돌아오는 ‘정열의 화신’ 같은 엄마가 낳은 다섯 명의 동생, 간질병이 발작할 때면 개의 본분을 잊고 뻣뻣해져버리는 개 쥘리위스(심지어 개마저도 범상치 않다), 여기까지가 말로센 시리즈에 기본 세팅된 인물들이다.
여기에다 이번에는 ‘어린 왕자’의 얼굴을 한 취조 심문의 귀재 파스토르 형사(죽은 자의 입도 열게 한단다), 베트남 노파로 여장女裝하고 다니다가 ‘골룸’ 같은 분열증에 빠져드는 노형사 반 티안, 울음만 터졌다 하면 ‘말로센 가옥’을 쑥대밭으로 만드는 일곱번째 ‘정열의 열매’인 아기 베르됭까지 가세한다.
<기병총 요정>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엉뚱하고 기발함을 넘어 경이롭기까지 하다. 이 기발하고 독창적인 인물들과, 복잡하게 얽힌 범죄 사건을 유쾌하게 풀어나가는 페낙의 솜씨는 단연 압권이다.
“그러니까 살인 사건이 발생했고 목격자가 셋이었다”
다양한 인종이 공존하는 코스모폴리탄적 세계이자 온갖 악덕을 두루 갖춘 공간인 벨빌 시 한복판에서 살인 사건이 벌어진다. ‘요정’ 같은 노인이 권총으로 경찰의 머리통을 터뜨려버린 것이다. 한 달 사이에 벨빌에서만 벌써 네 차례의 노파 연쇄살인이 벌어진 뒤의 일이다. 그리고 어느 날, 마약 밀매의 배후를 캐던 기자이자 뱅자맹의 연인인 쥘리 코랑송이 쥐도 새도 모르게 실종되고, 센 강을 지나는 화물 운반선 위로 빈사 상태의 여인이 알몸으로 추락한다. 한편 독거노인들이 계속 마약에 중독되어 병원에 실려 가는 사태가 벌어진다. <기병총 요정>에서 벌어지는 이 모든 범죄의 배후에는, 어느 유명한 건축가에 의해 주도되고 여기저기서 돈을 대주는 벨빌의 신도시화 계획이 자리 잡고 있다. 마약을 이용해 큰돈 안 들이고 독거노인들의 작은 거처를 탈취하여 도시를 새롭게 창조하려는 것이다. 하지만 노파 연쇄살인마는 그들이 아니다.
노파들만 죽이는 면도칼 살인마와 권총에 머리가 깨진 경찰, 노인들의 잇따른 마약 중독사. 이야기는 매우 미묘하게 전개되고, 형사들은 오리무중을 헤맨다. 그러다 보니 우리의 희생양 뱅자맹 말로센이 이번에도 역시나 경찰 살해범에 마약 밀매상이라는 누명을 뒤집어쓰게 되는데……
‘말로센 부족’이 펼쳐 보이는 예측 불허, 상상 불가의 하드보일드 환상 동화
말로센 시리즈는 추리, 스릴러 장르에 뿌리를 두고 있다. 그런 만큼 말로센 시리즈에서는 현대 사회의 어두운 면면과 흉악한 범죄, ‘피’가 빠지지 않는다.
하지만 말로센 시리즈를 추리, 스릴러의 틀에 가둘 수 없는 것은 낙관주의와 연극성, 희극적인 문체, 환상적, 공상적 요소가 작품 곳곳에 배치되어 장르의 엄숙한 분위기를 조롱이라도 하듯 신랄하게 흩뜨리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어색한 조합은 페낙 특유의 경쾌하고도 톡톡 튀는 탁월한 글솜씨를 통해 ‘성인을 위한 하드보일드 환상 동화’로 거듭난다.
본격적으로 추리소설을 준비하던 페낙은 1983년부터 파리에서 발생한 일련의 폭탄 테러를 모티브로 작품을 구상하기 시작했고, 그 과정에서 추리소설의 전형적 해결사라 할 경찰이나 탐정을 내세우는 것이 아니라 평범한 백화점 직원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기로 결정하면서 뱅자맹 말로센이라는 인물과 그의 이름을 딴 시리즈가 탄생하게 되었다.
첫 권 <식인귀의 행복을 위하여>에서 주인공 뱅자맹은 직업적 ‘희생양’으로 등장하는데, 이 희생양 모티브는 이후 말로센 시리즈의 근간이 된다. 이 독특한 설정은 일반적으로 주인공이 탐정 역할을 수행하는 추리 장르의 관습을 깨면서 이 시리즈에 풍성한 소설적 가능성을 제공했다.
또한 <기병총 요정>에서 드러나는 가족과 성 역할에 대한 도전적 문제 제기 역시 주목할 만하다. 베트남계 프랑스인 노형사 반 티안의 경우, 동양과 서양이라는 두 뿌리 사이에서 겪는 민족 정체성의 혼란에다 성 정체성의 혼란마저 더해져 작품에서 가장 복합적이면서 개성 만점인 캐릭터가 되며, 심문의 귀재 파스토르 형사가 늘 걸치고 다니는 헐렁한 스웨터는 남성중심적, 가부장적 관점의 반전을 안겨주는 모티브가 된다. 거기에 이보다 더 비정상적일 수 없는 말로센 일가의 모습에 이르기까지 <기병총 요정>은 젠더 연구자들에게 매우 흥미로운 텍스트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기병총 요정>은 현실과 소설, 사실과 환상의 경계를 자유로이 넘나들며, 유쾌하고 신랄하면서도 인간미 넘치는 리얼리티 판타지의 세계를 독자들에게 펼쳐 보이는 페낙의 문학 세계를 여실히 보여주기에 부족함이 없는 ‘걸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