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뽕이’가 텔레그램 마약 유통망을 구축한 그날
- 히로뽕 비즈니스 60년 역사를 파헤친 현직 기자의 본격 범죄논픽션 <뽕의 계보> 출간
“대한민국은 어쩌다 히로뽕에 중독되었는가”
필로폰(히로뽕) ‘비즈니스’의 60년 역사를 다룬 논픽션 가 출간되었다. 저자인 전현진 논픽션 작가는 현직 기자로, 직업물 웹소설 및 논픽션 기획사 팩트스토리와 언론사 경향신문사의 협업의 결과물이라는 점도 주목된다.
한국 기자가 쓴 묵직한 정통 논픽션인 이 책은 여러가지 점에서 주목받을 가치가 있다.
첫째 히로뽕 유통왕을 추적한 최초의 한국 논픽션이다. 법무부 통계를 인용한 <경향신문> 올 6월 기사를 보면, 마약사범 10명 중 6명 이상은 20·30대 청년이다. 10대 청소년 마약 적발도 크게 증가하는 등 마약범죄가 저연령화되고 있다. 또 2023년 단속된 마약류 사범은 2만7611명으로, 한 해 전 1만8395명에 비해 50% 넘게 증가했다. 최근 5년 동안 단속된 마약사범은 2019~2022년 연 1만6000~1만8000명대를 유지하다 지난해 급증했다. 2023년 역사상 최초로 연간 마약사범이 2만 명을 넘은 현 상황에서 이 논픽션의 시의성은 빛을 발한다.
둘째 여러 명의 마약왕을 단독 인터뷰했다는 점도 주목되어야 한다. 전현진 작가가 접촉한 취재 인원만 42명에 달하며, 전 작가는 만 3년간의 추적으로 대한민국 히로뽕 유통왕들의 이야기를 발굴했다. 특히 비대면 텔레그램 유통망을 최초로 발명한 ‘로뽕이’ 챕터는 손에 땀을 쥐게 한다. ‘1호 히로뽕 사범’ 정강봉 챕터도 흥미롭다. 현직 기자가 쓴 가장 드라마틱하고 밀도 높은 범죄 논픽션이라 상찬해도 과장이 아니다. 전 기자는 《논픽션 글쓰기 전설들:콘텐츠 발굴에서 스토리텔링까지, 12인의 스타일리스트에게 묻다》를 펴내기도 한 ‘논픽션 스페셜리스트’이다.
장강명 작가는 추천사에서 “한국 사회는 수십 년 동안 어떻게 히로뽕에 중독되어 갔으며, 정치와 외교, 대중문화와 기술 발전은 그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가. 혀를 내두르게 하는 치열한 취재로 히로뽕 제조와 유통 산업의 온갖 기기묘묘한 현장을 보여준 저자는, 그곳에 있는 사람들의 눈빛과 표정도 놓치지 않았다. 단연 올해의 논픽션이 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이종범 웹툰 작가는 추천사에서 “그냥 좋은 르포는 대상의 많은 면을 조망하고 흥미롭게 풀어낸다. 하지만 정말 좋은 르포는 그 대상을 조망하는 태도와 이유가 명확하고 그것이 많은 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지점까지 나아간다. 《뽕의 계보》는 흥미진진할 뿐 아니라 당대의 우리가 마약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심도 있게 보여준다는 점에서 ‘정말 좋은 르포’다.”라고 밝혔다.
이 논픽션은 팩트스토리, ‘재혼황후’ 웹툰 제작사 엠스토리허브, 드라마 제작사 지앤지프로덕션 3개사가 공동개최한 MGF 메가fun 제1회 범죄미스터리 공모전 논픽션 부문 수상작이다.
전 작가는 서문에서 “히로뽕에는 식민지의 아픔도, 가난을 벗어나고자 한 발버둥 침과 갈망도 있었다. 하지만 그 본질은 낯선 쾌락에 무너져가는 몸과 마음, 연기처럼 사라진 돈과 명예에 대한 것이었다”며 “이 마약왕들이 들려주는 대한민국 뽕의 계보는 히로뽕으로 들여다보는 한국의 현대사”였다고 집필 취지를 밝혔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지구끝까지 쫓는다>(21세기북스), <형사 박미옥>(이야기장수)등 메시지가 담긴 수준높은 범죄논픽션이 출간되고 있는 점은 출판시장에서 주목할 만하다. 고나무 팩트스토리 대표는 “범죄 피해자가 되지 않는 방법을 배우려는 생존 본능으로 여성들이 범죄실화(true crime)을 더 많이 본다’는 2010년대 미국 대학 연구가 있었다”며 “대중들이 범죄실화 콘텐츠를 읽고 보는 이유를 엽기에 대한 호기심으로만 치부하는 것은 낡고 좁은 시각”이라고 밝혔다. 고 대표는 “어떤 인간이 어떤 범죄적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하는지 범죄논픽션을 통해 지켜보는 것은 스토리적 재미와 함께 인간과 사회에 대한 통찰을 제공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