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클로드 모네, 에두아르 마네, 에드가 드가, 에드바르 뭉크, 빈센트 반 고흐…… 보이지 않는 본질을 끝끝내 ‘보는 사람’, 화가 14인과 그들의 인생 그림 그들은 ‘그리는 사람’이기 이전에 ‘보는 사람’이었다 모네의 수련, 드가의 발레리나, 고흐의 해바라기와 사이프러스, 세잔의 생트 빅투아르 산, 프리다 칼로의 드레스와 몸, 조지아 오키프의 뼈…… 소위 거장이라 일컫는 예술가들 하면 같이 떠오르는 주제가 있다. 그들이 무언가를 끝끝내 바라보고 응시한 끝에 쥐어 잡은 붓끝에서 수백 년에 걸쳐 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의 원천이 되어준 명화가 탄생했다. 그때, 화가들은 무엇을, 왜 보았고, 그들이 본 것은 어떻게 작품이 된 것일까? 그리고 그 작품들은 어떻게 시공간을 뛰어넘어 우리에게 오게 되었을까? 이 책은 프랑스 리옹2대학에서 미술사를 전공하고 예술의 영역에서 경계 없이 글을 써온 예술 칼럼니스트, 최예선 작가가 ‘화가들의 작품을 단 한 점만 훔친다면?’이라는 유쾌한 상상 끝에 마침내 그림 한 점 앞에 멈춰 서게 된 데서 시작된다. 작가는 그림을 응시하다 그 그림을 그린 화가가 서있던 그 시간, 그 장소로 여행을 떠난다. 그곳에서 화가가 그날 바라보았을 장면, 날씨, 주변의 풍경을 더듬으며 예술가의 시선을 좇는다. 그렇게 화가들의 시선을 따라가며 위대한 화가는 ‘그리는 사람’이기 이전에 ‘보는 사람’이었고, 그 집요한 응시가 예술가를 만들었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작가와 함께 화가들의 ‘그날, 그때, 그 순간’들을 좇다 보면, 지금은 보잘것없어 보이지만 “치열하게 바라보며 힘껏 살아낸” 오늘 하루로 내 삶이 더욱 단단해질 거라는 믿음을 갖게 된다. “끊임없이 바라보고 그리는 행위가 위대한 예술가를 만들었듯이.” 모네의 수련, 드가의 발레리나, 고흐의 해바라기, 세잔의 산, 오키프의 뼈, 프리다 칼로의 드레스와 몸…… 본다는 것은 사유하는 것, 세상을 자기만의 언어로 바꾸는 일이다! 화가가 ‘보는 사람’이듯이, 그림을 보는 우리 역시 ‘보는 사람’이다. 화가들의 시선이 머물던 그곳에서 내가 발견한 것은 천재적인 영감과 탁월한 안목이 아니었다. 실패하지 않으려고 간절하게 바라보고 찾으며 매일같이 그림과 마주하며 사투를 벌이는 모습이었다. 끊임없이 바라보고 그리는 행위가 예술가를 만들었다. 그렇게 매일 쌓아온 것들이 예술가를 위대하게 만들었다. 이 점이 우리에게 특별한 통찰을 준다. 치열하게 바라보며 힘껏 살아낸 순간들이 우리를 더욱 단단한 곳으로 옮겨놓는다. _‘책을 시작하며’ 중에서 예술가는 자신의 사유를 ‘자기만의 언어’로 표현하는 사람이다. 오랜 시간,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나가는 예술가의 삶과 작품에 우리는 감응하고 마침내 변화한다. 그들이 남긴 작품들이 ‘나는 보이지 않는 본질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끈질기게 바라보았노라.’라고 말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예술이 가지는 힘이자, 우리가 예술을 바라보아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저자는 이 책에서 “본다는 것은 사유하는 것, 세상을 자기만의 언어로 바꾸는 일이다!”라며 ‘보는 행위’가 그림의 본질이라고 이야기한다. “대상과 세상을 똑바로, 진실되게 보려고 노력한 사람들”이 바로 화가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그림은 작품을 바라보는 이들을 “화가들이 집요하게 자신의 세계를 펼쳐놓은 그 시간, 그곳으로 불러들인다”고. 하여, 작가는 “자연과 밀접하게 연결되는 것 외엔 다른 소망이 없다”고 말한 모네의 <수련>을 바라보며 하늘도 땅도 구분되지 않은 채 모든 것이 뒤섞여 있는 물 위의 환영에서 나름의 질서를 찾아가는 색채들을 포착해 낸다. 또한 계절도 시간도 느껴지지 않는 빌헬름 함메르쇠이의 정적인 실내 정경 그림에서 시적인 고독과 찰나의 아름다움을 발견한다. “느끼며 아파하고 사랑하는 살아있는 존재만 그리겠다”고 선언한 뭉크의 그림에서 “한 인간이 예술로 존재하려는 강렬한 몸부림”과 뭉크의 예술 세계를 지배한 사랑의 본질을 들여다본다. 세계대전으로 아들에 이어 손자까지 잃는 비극 속에서도 예술로 대중이 겪는 고통과 저항의 이야기를 써 온 케테 콜비츠의 작품을 통해 ‘연대, 보호, 애정’이라는 신념으로 예술이 된 수많은 어머니를 떠올린다. 저자는 화가의 시선을 좇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화가가 되어 그날, 그 순간 화가가 무엇을 보았고 어떤 생각을 했는지 물으며 그림을 음미한다. 작가가 풀어놓는 농밀한 그림 이야기를 좇다 보면 그림을 ‘보는 행위’가 진정 자기만의 언어로 자신의 세계를 만들고자 한 예술가의 삶을 응시하는 일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보는 행위’는 내 세계를 확장하고 나만의 색깔로 캔버스를 채색해 나가는 과정이라는 사실과 함께. 화가들의 인생작으로 마주하는 그림이 우리에게 오는 순간! 추앙받는 위대한 그림들이 대부분 작품이 그려진 후 한 세대가 지나서야 비로소 평단에 받아들여지고 대중에게 인정받게 되었다는 사실을 아는가? 살아있을 당시 단 한 점의 그림밖에 팔지 못했던 고흐 말고도 마네나 세잔은 생전에 단 한 번도 그림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케테 콜비츠 역시 냉전 시대에 서독과 동독에서 완전히 잊힌 채로 긴 시간을 보냈고, 함메르쇠이의 작품은 한때 완전히 잊혀 오랜 어둠의 시간을 보내야 했다. 그렇게 예술가의 품을 떠난 작품들은 대부분 무시되거나 잊힌 채 긴 여정을 떠돌다 삶에 대한 깊은 애정과 호기심으로 세상과 예술을 바라보는 사람들에게 ‘발견’되었다. 프란시스코 데 고야가 한 농가 주택의 벽지 위에 그린 14점의 연작, <검은 그림>은 벽화를 벽지째 떼어내 캔버스로 옮기는 기상천외한 복원을 추진한 데를랑제 남작 덕분에 지금까지 보존될 수 있었다. 『어린 왕자』의 초고 역시 그 가치를 알아보고 소중하게 간직해 온 한 사람 덕분에 우리에게 올 수 있었다. 이 책이 더욱 특별한 점은 위대한 예술 작품들이 우리에게 오기까지, “가치를 알아보고 비용과 기술을 들여 수집하고 보존해 온 사람들, 지켜야 할 것들을 어떻게든 지켜오는 그 마음이, 어떻게든 기억하겠다는 의지가 예술의 생애를 무한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여러 그림 이야기를 통해 상기시킨다는 점이다. 그러므로 모든 그림은, 그리고 예술은 “바라보고 감탄하고 해석하며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의 것”이라는 사실을 일깨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