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이장욱의 여섯번째 시집 『음악집』이 문학과지성사 시인선 599번째로 출간되었다. 이번 시집은 앞서 『정오의 희망곡』(2006)과 『영원이 아니라서 가능한』(2016)의 표지를 장식한 이제하 작가의 캐리커처가 아닌 시인의 자화상이 들어가 있어 특별함을 더한다. 그뿐만 아니라 작품 해설 대신 들어간 각 시편에 관한 ‘후기’는 시인의 단상을 통해 독자의 상상력을 확장하고 시 읽기의 새로운 즐거움을 선사한다. 일상에서 외롭지 않은 순간을 ‘낯설다’라고 감각하는 시인은 어떤 상황이나 행동의 의미를 좇기보단 존재 자체를 들여다보는 일에 몰두한다. 평범한 사람의 눈에는 도무지 보이지 않는 것, 우리가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했으나 사실은 착각에 불과했던 순간들을 살피는 것만이 시인의 소임임을 알기 때문이다. 그의 시에는 “빗소리 수많은 각자의 시간들이 떨어지는 빗소리”가 스며들어 있고, 천천히 불어오는 “먼 곳의 음악”은 외로움의 근원에 대해 부연하지 않는다. 이장욱에게 시란 세상의 소리를 일정 기호로 기록하는 것이 아닌, 존재하는 물질이 훼손되지 않게끔 보관하는 작업이기에. 이는 시집의 제목이 세상이 무수히 답습해온 “악보집”이 아닌 시인의 단 한 번 숨결이 닿은 “음악집”이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마치 전생에 들어본 듯한 음악을 들려주듯 시인은 단정한 외로움과 쓸쓸함을 곱게 접어 우리에게 다시 한번 안부를 묻는다. “당신, 듣고 있어요?”(「시인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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