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다년간의 인터뷰와 분석을 통해 내부고발자의 현실에 대해 논하다 한편 제보자들은 영웅인가? 누구에게, 누구를 위해서 영웅이어야 할까? 아니면 내부고발자들이 스스로를 영웅으로 인식하는가? 보편적 행위에서 벗어나 일탈이라고 불리는 이 행위가 영웅적이라고 표현되는 것의 의미는 무엇일까? 나는 제보자를 영웅으로 칭하는 일면 호의적인 그 평가는 배신자나 조직 부적응자와 같은 부정적인 평가만큼이나 위험하다고 주장한다. 그 호칭은 자신이 감내하지는 않기에 타인을 영웅이라 인정해줄 수 있지만 정작 자신이 선택해야 할 때 회피하는 죄책감을 덜어내는 방편이자, 결국 비극적이라 제보자 혼자만이 고통을 감내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는 방관자 심리가 전제되어 있기 때문이다. 내부고발은 제보자 혼자만의 문제라기보다 그 상황을 촉진ㆍ유지하는 조직과 공동체 전 구성원의 문제라는 것이 이 책의 중요한 전제다. ―본문 중에서 휘슬블로어(whistleblower)란 호루라기를 부는 사람이란 의미로, 내부고발자를 의미한다. 이 책은 내부고발자의 인터뷰를 분석하면서 그들을 둘러싼 사회적 담론, 어찌 되었든 공익제보가 부정적인 고자질쯤으로 인식되면서 발생하는 제도적 어려움, 그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사회 곳곳의 관련자들의 무사유, 무능력, 방관을 통한 이해 추구에 주목한다. 저자는 제보의 도덕적 당위성을 벗어나 제보의 조사ㆍ수사ㆍ소송 과정과 조직 내 구성원들이 구체적으로 지지하고 재생산하는 불법ㆍ비리ㆍ부정의를 간과하지 않음으로써, 기존 연구에서 사소한 것처럼 인식되지만 실제 강력하게 내부고발의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상황을 살펴보고자 하고 있다. 또한 제보자들이 제보 과정을 어떻게 전개하고 그 속에서 어떤 인식의 변화를 갖는가도 주목한다. 저자는 2013, 2015, 2019년에 수행한 제보자들과의 인터뷰, 학술논문, 영상자료, 연극 등의 자료를 활용하고 있다. 특히 2015년, 2019년에 수행한 인터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으며, 인터뷰이들의 제보 내용은 재단 비리부터 시작하여 군납비리, 공무원 비리 등 폭넓은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이 책은 6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장별로 내부고발(자)에 대한 개념 정의, 내부고발의 동기, 내부고발을 용이하게 만드는 조건 혹은 실패하게 만드는 조건, 비리 의혹의 조직이나 비리 행위자의 대응, 내부고발 과정을 (오랜 기간) 겪으면서 갖게 되는 긍정적ㆍ부정적 혹은 복잡한 성찰을 통한 인식의 변화를 설명하고 있다. 그런데 기본적으로 사안이 모두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각 장에서 특정 쟁점에 초점을 두더라도 다른 장들의 쟁점이 전제되어 있거나 배경으로 서술됨을 일러둔다. 또 각 장의 주제에 따라 인터뷰 내용이 해석되면서 한 인터뷰이가 여러 장에 중복해 등장하기도 한다. 저자는 내부고발자의 특별하거나 독특한 성격이 아니라 그들이 제기하는 문제를 들여다보고, 내부고발자를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라는 법률 정비 자체가 아니라 제보가 있을 때 문제제기와 부패를 지속시키는 조직 구성원들의 반응과 합리화를 염두에 두고 서술하고 있다. 끝으로 저자는 이 책에서 내부고발을 둘러싼 기존 담론, 인터뷰 서사 분석, 그리고 내부고발을 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의 ‘어쩔 수 없음’을 설명함으로써, 내부고발이 본래 갖는 비판(critique)의 성격과 사회적 인간으로서의 존엄의 의미를 재고하는 데 기여하고자 노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