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그마한 독립책방을 운영하는 저자는 말한다. “소설보다 더 재밌는 것들이 세상에 많아졌습니다. 저는 어떻게 하면 사람들을 소설로 다시 오게 할 수 있을까 고민했습니다. 고민 끝에 탄생한 것이 바로, 이 소설들입니다. 소설들의 분량은 대부분 짧고 가볍습니다. 무엇보다 책을 오랫동안 접하지 않았던 독자님들이나 책으로부터 멀어진 독자님들에게 책을 읽는 재미를 선사해 드리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이 책의 이면에는 단순히 흥미롭고 자극적인 소재로 가득 차 있는 것은 아니다. “완벽한 짝” 이라는 단편은 일종의 실존주의 철학에 대한 물음을 보여주고 있으며, “네안데르탈인” 같은 작품은 과학적 고증을 비틀어 ‘어쩌면 이게 사실은 아닐까?’ 라는 생각까지 하게하는 감각들을 보여주고 있다. “솔로계엄령” 이나 “잠” 과 같은 작품들은 근 미래에 실제로 일어날 법한 일들로 느껴진다. 물론 ‘외계인’ 이나 ‘봄’ 과 같은 작품은 작가가 동물에게 가지고 있는 깊은 애정들도 엿볼 수 있다. 이렇듯 소설집 [소외의 초상]은 현실에 있을 법한 이야기를 다루면서도, SF적인 요소가 곳곳에 녹아있다. 소설의 전체적인 느낌은 관능적이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귀엽기도 하다. 그리고 폭소를 자아내는 요소들도 있다. 무엇보다 하나의 소설집 안에 단편집이 28개가 있고, 그로부터 다양한 감정들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 바로 이 소설집의 가장 큰 장점이다.
첫 번째는 작가가 남성임에도 불구하고 소설 대부분의 주인공들이 여성이라는 점이다. 보통 남성 작가는 남성을 전면으로 내세우는 소설을 전개하는 경우가 많은데, 김문 작가는 특이하게 여성 주인공을 내세우고 있다. 신기한 점은 여성 주인공들의 심리와 감각들이 놀랍도록 생생한 것이다. 작가는 이 부분에 대해서 이렇게 말한다. “확실히 제 입장에서도 남성을 주인공으로 하는 것이 글을 쓰기가 편합니다. 제 문체도 어딘가 모르게 남성적인 것도 사실이고요. 하지만 저는 남성과 여성 모두를 아우르는 인간의 이야기를 쓰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최대한 여성 주체로 이야기를 이끌어가려고 했습니다. 남성의 문체로 쓴 여성의 이야기, 그 중간 어딘가에 인간 모두를 아우르는 이야기가 있을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는 많은 소설들이 열린 결말이라는 점이다. 결론이 난 단편들도 있지만, 의도적으로 작가는 열린 결말을 내세우고 있다. 작가는 그러한 의도에 대해서 이렇게 말한다. “인생의 모든 단편들이 사실 과정에 있다고 느껴요. 인생의 결말은 죽음으로도 지어지지 않는 기분도 들고요. 열린 결말을 독자분들께서 마음대로 상상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저는 여러분들이 상상하는 그 결말이 진짜 결말이라고 생각해요.”
* 소설집 [소외의 초상] 은 출판사 10detention에서 처음으로 출판한 책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