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찾는 서체가 없네요

사이먼 가필드
42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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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제공 책 소개

당신이 선택한 서체가 당신을 말해준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마주치는 수많은 서체를 가로지르며 탐험하는 책 어떤 서체를 써야 할까? 가독성이 높은 서체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디자이너라면 꼭 읽어봐야 할 서체와 타이포그래피 이야기 서체, 그 아름다움과 변칙의 역사 우리는 매일 수십 종류의 서체로 된 글을 읽으면서 살고 있다. 알람시계의 숫자, 신문의 제호와 머리기사, 본문, 도로의 표지판, 그리고 수많은 거리의 간판까지. 우리의 삶은 온통 서체에 둘러싸여 있다. 대부분은 글자들의 내용에만 관심을 둘 뿐 그 서체까지 궁금해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서체는 마치 공기와도 같다. 지구 어디에나 존재하고 있지만 그것을 알아차리는 경우는 드물다. 공기가 없으면 숨을 쉴 수 없듯이 서체가 없다면 우리의 삶은 무너지고 말 것이다. 『당신이 찾는 서체가 없네요』는 이처럼 헬베티카와 개러몬드, 유니버스 등 고개만 들면 볼 수 있는 수많은 서체와 그 서체를 둘러싼 온갖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알파벳의 아름다움에 홀린 활자 천재 존 배스커빌, 서체 푸투라에 시대정신을 담고자 한 파울 레너, 평생 백여 개의 서체를 디자인한 프레더릭 가우디,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서체 타임스뉴로만을 만든 스탠리 모리슨, 비틀스와 윙스의 로고를 직접 만든 폴 매카트니, 영국의 이미지를 만들었지만 극단적인 사생활을 즐긴 길산스 서체의 에릭 길 등 위대한 서체 디자이너들에 대한 이야기도 담겨 있다. 헬베티카 없는 삶을 상상할 수 있을까 현대 사회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서체는 바로 헬베티카다. 1957년에 만들어진 헬베티카는 등장과 함께 깔끔하고 선명한 선으로 큰 인기를 얻었다. 그리고 수십 년이 지난 지금 헬베티카는 말 그대로 ‘어디서나 볼 수 있다.’ 뉴욕의 어느 예술가는 ‘헬베티카 없이 살기’라는 프로젝트를 수행하기도 했다. 하루 동안 헬베티카로 쓰여 있는 물건을 사용하지 않고, 헬베티카로 쓰여 있는 교통수단을 이용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그는 아침에 일어나는 순간부터 입고 있던 옷을 벗어야 했고, 시리얼 상자에 적힌 헬베티카 안내문 때문에 아침 식사를 차와 과일로 대신해야 했다. 지하철도 타지 못해 걸어서 이동했고, 신문도 읽지 못했다. 식당에 가도 헬베티카로 적힌 메뉴 때문에 결국 점심을 걸려야 했다. 신용카드도 사용하지 못했고 텔레비전도 보지 못했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 서체가 반드시 필요할까? 적어도 헬베티카는 그런 모양이다. 이케아가 일으킨 서체 논쟁 2009년 말에는 조금 독특한 논쟁이 일었다. 스웨덴의 가구 회사 이케아가 전용 서체를 푸투라에서 버다나로 바꾼 것이다. 아폴로 11호에 실려 달에 남겨진 표지판에 쓰이기도 한 서체 푸투라는 1924년에 독일의 파울 레너가 만들었다. 이케아 창립 초기부터 사용된 이 서체는 2009년에 버다나에게 자리를 내주었다. 이케아의 고객들은 아연실색했다. 인터넷 웹사이트에는 비난이 쇄도했고, 신문은 비판 기사를 썼으며, BBC 라디오에서는 토론 프로그램이 방송되기도 했다. 《뉴욕타임스》는 이케아 서체 논란이 스웨덴에서 일어나는 몇 안 되는 대사건일 거라며 조롱했고, 위키피디아는 ‘버다나 게이트’라는 새로운 페이지를 추가했다. 이케아가 버다나를 채용한 것은 당시 그 서체가 몇 안 되는 웹 폰트였기 때문이었다. 이케아 경영진은 그 선택이 영업에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프락투어 서체를 이용한 나치 서체에는 저마다의 고유한 성격이 있다. 개러몬드는 화려하지만 어디에나 잘 어울리는 범용적인 서체이고, 코믹산스는 만화나 동글동글한 어린이 장난감에 특화되었다. 헬베티카나 에이리얼은 깔끔한 선 덕분에 신뢰감과 안정감을 준다. 서체에 대해 모르는 사람이더라도 영화 <쥐라기 공원>에 쓰인 서체 노일란트인라인을 보면 아프리카의 초원을 떠올릴 것이다. 영화 <아바타>에 쓰인 서체 파피루스는 그 이름 탓에 고대 이집트의 이미지를 떠오르게 한다. 서체에는 이처럼 저마다의 속성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이런 서체의 속성을 정치적으로 이용할 수도 있을까? 《뉴욕타임스》와 맥주 필스너의 로고에 사용되는 블랙레터 계열의 서체 프락투어를 효과적으로 이용한 것은 나치 독일이었다. 독일 제3제국(1933-1945년 히틀러 치하의 독일)은 선전 메시지에 고딕 서체를 사용했을 뿐 아니라 그 서체가 곧 메시지 자체였다. 그들은 프락투어가 자신들의 정체성을 잘 드러낸다고 생각했다. ‘압제자의 고딕’이라는 별명을 가진 이 서체는 나치의 상징인 스와스티카(swastika)와 타이포그래피적으로 잘 어울렸다. 오바마 당선의 일등 공신 고담 2008년 미국에서는 고담이라는 서체가 정치권에서 소용돌이를 일으켰다. 그 서체는 버락 오바마가 대통령이 되는 데 큰 힘을 보탰다. 디자인 평론가 앨리스 로스손Alice Rawsthorn은 《뉴욕타임즈》에서 오바마 진영이 고담을 사용한 것을 ‘탁월한 선택’이라고 극찬했다. 그 서체로 쓰인 구호(YES WE CAN)가 역동적이면서도 양심적인 미국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는 것이다. 고담으로 쓰인 오바마의 선거 CI는 예비 선거부터 선거 당일까지 광범위하게 유지되었다. 고담 서체를 선거에 이용한 것은 오바마만이 아니었다. 공화당 예비 후보였던 놈 콜먼 역시 고담을 사용했다. 물론 그는 예비 선거에서도 지고 말았다. 고담 서체를 만든 프레리 존스는 “오직 고담은 고담인 곳에서 가장 효과적으로 기능”한다고 했다. 미국에서 고담은 단순한 ‘변화’ 이상을 의미하는 서체이다. 그라운드제로에 새로 세워진 프리덤타워의 초석에도 이 서체가 사용되었다. “현대적이지만 동시에 고전적이면서 진지한 서체”인 고담은 그렇게 미국 정치사의 중심에 자리 잡게 되었다. 어떤 서체가 가장 좋은 서체일까 서체에 대한 취향은 개인마다 다르다. 상황마다 다르고 장소마다 다르다. 어느 곳에서는 가장 효과적인 서체가 어느 곳에서는 지독히 안 어울릴 수도 있다. 어떤 서체가 가장 좋은 서체일까? 가장 좋은 서체에 대한 여러 디자이너의 의견은 결국 하나로 모인다. 20세기 초 프랑스의 안과 의사 루이 자발은 “가장 판독성이 높은 글자가 가장 아름답다.”고 했다. 코믹산스를 만든 빈센트 코네어는 코믹산스의 인기 비결을 “서체 같지 않아서”라고 꼽기도 했다. 서체 디자이나 주자나 리치코는 “가장 많이 읽히는 것이 가장 잘 읽힌다.”고 했다. 어떤 서체에 익숙해지면 알아보기 쉽고 편한 글자가 된다는 것이다. 20세기 초반의 서체 디자이너 비어트리스 워드는 “유리가 깨끗하고 투명할수록 내용물은 더 잘 보인다.”는 비유로 서체를 이야기했다. 서체 자체가 눈에 띄기보다는 기능에 충실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스위스 출신의 서체 이론가 아드리안 프루티거는 서체를 스푼에 비유했다. “점심식사 때 사용한 스푼의 모양을 기억한다면, 분명 그 모양은 잘못된 모양입니다.” 그는 지극히 평범하고 아름다워 독자들이 편안하게 느끼는 것을 가장 좋은 디자인이라고 했다. 《이코노미스트》의 리디자인 작업을 맡은 에릭 슈피커만은 “나는 결코 누군가가 그것을 꼭 집어서 ‘멋진 서체군요’라고 말하는 것을 원치 않아요. ‘정말 멋진 기사네요’라고 말해주기를 바라죠.”라는 말로 서체에 대한 자신의 철학을 대신했다. 독일의 서체 디자이너 얀 치홀트는 1928년에 논문 「새로운 타이포그래피」에서 “새로운 서체의 본질은 명료성이다. 명료성은 새로운 서체를 옛것과 차별화하는 핵심적인 요소다.”라고 말한 바 있다. 아드리안 프루티거는 서체란 “단지 글자를 재정렬하는 것만으로 인간 생각의 세계를 끝없이 다시 보여주는 힘을 가졌다.”고 말했다. 현대 사회에서 서체는 시각의 세계를 구성한다. 단순한 글자의 나열이 아니라 글자를 통해 세계를 구성하고 조합하는 것이 바로 서체가 가진 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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