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앎은 아름답다. 앎은 생의 활력을 낳는다. 그렇기에 앎의 뒤를 좇는 일은 언제나 무수한 설렘의 시간을 낳는다. 재기발랄한 문장, 풍요로운 재담, 경쾌한 해학과 위트의 작가 성석제가 새로운 산문집으로 독자를 찾아간다. 『유쾌한 발견, 성석제의 이야기 박물지』, 앎의 뒤를 좇는, 앎에 관한 숭모와 편력, 그 문학적 성찰의 기록이다. 작가는 ‘뜨고 지고 피어나고 날아다니고 기고 자라고 드높고 서고 말하고 웃고 가만히 있거나 움직이고 깊고 낮고 흐르고 떨리고 울리고 숨쉬고 눈부시고 어둡고 앉고 약하고 환하고 맑고 진하고 고여 있고 힘세고 헤엄치고 웃고 울며 즐기고 새로워지고 간지르고 신나는 모든 것들로 미만한’ 세상 곳곳을 주유하며 살아 있는 것들에 관한, 살아 있음에 관한, 이야기로 그려낼 수 있는 모든 것들에 관한 박람강기(博覽强記)의 세계를 책 속에 옮겨놓고 있다.
어디선가 한 번은 접한 듯한 이야기, 알 듯 모를 듯한 지혜와 상식, 현재와 과거를 넘나드는 동서양 역사 속의 흥미진진한 사건과 사례, 문명의 신비와 자연의 경이로움, 사회 문화 관습 언어 예술과 관련된 다양한 미셀러니. 작가는 특유의 날카로운 통찰력으로 이들 이야기 속에 세상 이치와 진실, 삶의 모순과 오류, 나아가 자연과 문명과 인간과 인간다움에 관한 설득력 있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재미와 상식, 웃음과 통찰, 진지함과 풍요로움이 곁들여진 박물지, 앎을 좇는 숭모의 기록이자 다양한 지식과의 만남에 관한 흥미로운 문학적 보고로 읽힌다.
작가의 이 책을 이루는 근간은 무엇일까? 탐독, 탐색, 사유 그리고 끝없는 관찰과 궁리. 작가는 천성적으로 알고 싶은 것이 많은 사람이다. 호기심과 궁금증이 어우러진 삶. 그는 알고 싶은 것은 반드시 알아내야만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다. 그가 오늘날 ‘소설 쓰는 인간’이 된 것도 다 이 때문이 아니었을까? 작가는 ‘대식구 가운데 유난히 학생이 많은 집에서 성장한 까닭에 집안에 책이 많았고’ 그 덕분에 어린 시절부터 ‘도해가 있는 『축산전서』, 영한대역판 『햄릿』, 르네상스시대의 명화가 곁들여져 있는 『이야기 성서』, 그리고 수백 권의 경향잡지’를 접하며 자랄 수 있었다고 밝힌다. 우리 삶과 앎에 관한 이 풍요로운 이야기들의 보고에 관해 작가는 그 의미를 이렇게 전한다.
“소설가는 소설을 씀으로써 독자에게 다가가고 대화하는 게 보통이다. 하지만 살아가면서 만나게 되는 보석 같은 순간, 섬광처럼 터지는 웃음과 함께 알게 되는 일상의 비의를 소설에 다 담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혼자만 알고 있기에는 아까운 이야기, 모두 다 알고 있지만 나만 몰랐던 어떤 것, 보고 들으면 유쾌하고 흥미로우며 다른 사람과 나누고 싶어지는 생각과 느낌을 담으려고 했다. 이런 것들이 우리에게 돈을 벌게 해주거나 출세를 하게 해주지는 않지만 적어도 우리의 삶을 흥미롭게, 일상을 즐겁게 만들고 사람 사이의 관계를 윤택하게 해줄 것임을 확신한다.”
책의 전체 꾸밈은 4부로 나뉜다. 첫째 단락은 우리 삶의 비밀과 그것에의 문학적인 성찰을 담은 염결성 짙은 이야기들의 장, 둘째 단락은 우리의 상식 체계와 그 오류들과 관련된 논리·궁리의 장, 셋째 단락은 다양한 먹거리들을 되짚어 관찰한 맛과 음식의 장, 마지막 단락은 우리가 잘못 알고 있거나 그릇되게 사용하고 있는 언어 체계와 문자들에 관한 성찰의 장이다. 작가는 이들 내용을 모두어 “앎은 아름답다, 좀 알게 되었는가 싶으면 저만큼 달아나 애를 태우게 하는 앎의 신비한 매력은 미의 여신 비너스를 방불케 한다, 둔한 지력을 총동원하여 더딘 걸음으로 따라가며 나날이 새로 태어나는 앎을 바라보는 일은 고통스럽고도 행복하다”고 밝힌다. 다종다양한 박물들에 관한 색다른 궁리와 접근의 산물이자 그것들과 떼려야 뗄 수 없을 만큼 밀접하게 연관된 우리 삶의 비의를 정연하게 밝혀놓은 문학적 기록. 매 단락마다 빛을 발하는 정연한 논리와 성찰, 궁리와 질문으로 가득한 사유의 세계가 사람과 세상과 삶을 향해 한층 가까이 다가서 있는 작가의 따뜻한 시선 속에 돋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