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격투하는 자에게 동그라미를>은 처음으로 사회 문턱을 넘어서야 하는 긴장감, 좋아하지 않는 일을 하게 될 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가족 구성원과 잘 버무려지지 않아 파생되는 외로움, 사랑하는 이와 이별하는 슬픔 등 크고 작은 삶의 문제를 다룬다. 그러나 주인공은 머리를 감싸쥐고 고민하거나 온힘을 다해 발버둥치지 않는다. 언제나 상상 속으로 도피하거나, 짐짓 눈을 돌려버리고 만다. 그뿐이다. 소설의 극적인 요소들은 캐릭터의 내면이 약해 미처 폭발하지 못한 불발탄으로 남은 느낌이다. 그러나 미우라 시온이 그려내려고 했던 버블 세대의 무기력한 초상은 거의 완벽하게 재현되었다. <격투하는 자에게 동그라미를>은 미우라 시온의 실제 체험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출판 편집자가 되려고 했지만, 단 한군데서도 합격통지를 받지 못한 그녀는 자신의 취업 활동기를 소설로 발표해 작가로 데뷔한다. 유복한 환경에서 자란 만화광 가나코는 바로 미우라 시온 자신의 모습이다. 미우라 시온은 인터뷰에서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담담한 마음으로 살아가는 주인공의 모습을 담고 싶었다"고 말하지만, 가나코의 삶이 '담담하게' 느껴지는 독자와 '지나치게 가벼워보인다'는 독자의 감성 차이는 세대차라고밖에는 달리 설명할 수가 없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