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 미스터리의 신神 시마다 소지
그의 명탐정 미타라이 기요시
수수께끼와 낭만, 경이로움과 아련함이 담긴 걸작 단편집
본격 미스터리의 신神이 들려주는 네 가지 이야기
올해 초 일본 <주간 문예춘추>에서는 동양과 서양을 대표하는 추리소설을 각각 100편씩 선정한 바 있다. 일본 내 미스터리 전문가를 대상으로 한 이 조사는 27년만의 재집계로, 국내외 독자들에게 많은 주목을 받았다.
‘본격 미스터리의 신’이라고 불리는 시마다 소지는 이 집계에서 데뷔작 《점성술 살인사건》으로 생존 작가로는 최고 순위인 3위를 기록했다. 예순이 넘은 나이에도 아시아 전역을 오가며 본격 미스터리의 기치를 드높이고 있는 거장은 다시 한 번 건재함을 자랑한 것이다.
검은숲에서 출간된 《미타라이 기요시의 인사》는 시마다 소지의 대표 캐릭터인 미타라이 기요시가 등장하는, 시리즈 최초의 단편집이다.
밀실, 시체 이동, 사기, 유괴를 다룬 네 편의 이야기는 ‘아름다운 트릭과 그 논리적인 해결’이라는 시마다 소지의 장점이 고스란히 녹아 있으며, 특유의 낭만이 곁들여져 독자들에게 놀라움은 물론, 깊은 감동을 선사한다.
수수께끼와 그 해결, 추리소설 본연의 매력
오늘날, 추리소설은 다양한 모습으로 우리 앞에 나타난다. 사회의 어두움을 고발하고 연쇄살인마와 맞서며 손에 땀을 쥐는 스릴을 선사하기도 한다. 1841년 에드거 앨런 포가 <모르그 가의 살인 사건>으로 근대적 의미의 추리소설 탄생을 선언한 이래 170여 년, 국내 시장은 어느덧 장르의 최첨단 유행 속에 자리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그런 빠른 흐름 속에서도 ‘놀라운 수수께끼와 논리적인 해결’이라는 추리소설 본연의 매력은 여전히 빛을 발하고 있다. 오늘날에는 그 존재가 드물기에 오히려 더욱 소중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미타라이 기요시의 인사》는 그렇게 반짝이는 작품이다. ‘신본격’이라는 하나의 무브먼트를 제안할 정도로 추리소설에 천착했던 작가의 깊은 내공이 담겨 있는 탓이다. 눈과 귀를 현혹했던 불가능한 사건은 명탐정에 의해서 논리적으로 해결된다. 무질서가 질서로 바뀌며 놀라움은 경이로움으로 변한다. 이것은 추리소설이라는 장르가 독자에게 선사할 수 있는 가장 바람직한 카타르시스이다.
미타라이 기요시는 왜 커피를 마시지 않는가?
《점성술 살인사건》으로 데뷔한 이래, 이제는 일본에서 가장 유명하며 가장 머리 좋은 탐정이 돼버린 미타라이 기요시. 광인으로 보일 만큼 괴팍하며 천재로 인정받을 만큼 명석하기도 한 그는 일정한 틀로 설명할 수 없는 묘한 탐정이다.
가수, 트럭 기사, 점성술사, 일러스트레이터 등 다양한 직업을 전전한 시마다 소지의 경험이 한데 섞인 미타라이 기요시는 작가의 분신과도 같은 탐정으로, 시마다 소지의 의지로 아직도 일본 내에서 영상화되지 않은 걸로 잘 알려져 있다.
《미타라이 기요시의 인사》는 독특한 매력을 지닌 ‘미타라이 기요시’에 대한 일종의 안내서이다. ‘범죄 해결’에 재미를 느껴 명함을 파고 본격적으로 탐정 일을 시작한 미타라이 기요시는 <숫자 자물쇠>에서 서글픈 범죄를 해결하고는 커피를 마시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질주하는 사자>에서는 화려한 재즈의 선율을 배경음악으로, 그동안 베일에 싸였던 미타라이 기요시의 과거가 어렴풋하게나마 선을 보인다. ‘결혼을 할 거면 개와 하는 것이 낫다’고 말할 정도로 개를 사랑하는 미타라이 기요시는 <그리스 개>에서 죽은 맹도견의 복수를 다짐하며 사건 의뢰를 받아들이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