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역사학자와 대중은 역사왜곡의 공범이다. 역사학자는 역사의 치부를 감추고, 대중은 부끄러운 과거사를 보기 원하지 않는다. 우리는 지금까지 굴절된 거울을 보고 살아온 것이다. 우리는 이제 신화와 소설이 아닌 진실의 역사를 당당하게 대할 만큼 충분히 성숙했다. - 머리말 중에서 동서양의 역사에 정통한 재미 역사가가 쓴 독특하고 기발한 새로운 개념의 조선사 책이다. [왕을 참하라]라는 제목에서부터 이 책의 도발적인 성격을 보여주는데, 무엇보다도 ‘백성의 편에서 쓴 최초의 조선통사’라는 점에서 여타의 다른 역사책과 확연히 구별된다. 우리가 학교 교육에 의해 잘못된 역사를 배웠다고 주장하는 저자는, 조선 역사에 관한 폭넓은 연구를 토대로 기존의 사가들이 감히 꺼내기 어려웠던 조선사의 숨겨진 치부들을 밝혀내고 있다. 2권에 걸쳐 거의 1,000페이지에 이르는 대작이며, 태조 이성계부터 27대 순종에 이르기까지 조선 500년의 전 역사를 다루고 있는 조선사 백과사전이기도 하다. 이 책은 두 가지 점에서 기존의 조선사 책들과는 분명히 대별된다. 첫째, 조선의 역사를 보는 관점이 왕과 양반 계급으로 대표되는 지배층의 관점이 아니라, 신분과 출신이 천하다는 이유로 핍박을 받아온 피지배층의 관점에서 조선을 바라본다는 것이다. 세계사에서 유래가 없을 정도로 심했던 자국민에 대한 신분 차별, 지배층의 뇌리를 수백 년 동안 지배했던 명에 대한 지극한 사대, 그리고 백성들의 삶과는 전혀 상관없이 저들끼리 치고받고 한 당쟁 등에 대한 신랄하고 적나라한 비판이 주된 흐름을 이룬다. 특히 기존의 역사가들이 잘 다루지 않았던 지배계층의 치부를 노골적이고 도전적으로 비판하고 있다. 둘째, 이 책은 역사를 서술하는 방식과 필체가 일반적인 역사서와 판이하다. 먼저 이 책은 딱딱한 문어체가 아니라 구어체로 역사를 서술하고 있다. 이는 딱딱하고 학술적인 서술 방식 때문에 역사서에 접근하지 못했던 일반 대중들이 쉽게 역사책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또한 책의 전체에 걸쳐 해학과 풍자가 그칠 줄을 모르는데, 특히 조선 지배층의 상징인 왕들에 대한 설명이나 소위 양반 사대부들의 한심한 작태들에 대해서는 비어와 속어를 이용한 원색적인 표현도 마다하지 않는다. 이는 조선 백성의 입으로 내뱉는 지배층에 대한 비판과 야유 그리고 분노의 표현이기도 하다. 저자에 따르면 조선 27명의 왕들 가운데 명군 세종(4대)과 정조(22대)를 제외한 다른 왕들 가운데 그나마 ‘밥값이라도 한 왕’은 5~7명에 불과하다고 한다. 우유부단함으로 조광조의 개혁정치를 그르쳤던 중종(11대)을 ‘얼뜨기’로, 문정왕후의 치마폭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명종(13대)을 ‘마마보이’로, 무엇을 했는지 잘 알 수 없는 헌종(24대)과 철종(25대)을 ‘하는 일 없이 세월만 축낸’ 왕으로 묘사한다. 국운이 승천할 수 있는 기회가 여러 차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명에 대한 안이한 사대 아래 결국 조선을 지리멸렬하게 쇠망해 가게 만든 데는, 왕을 위시한 조선의 지배층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일관된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