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거리로 향하는 50대 브루스 웨인
냉전의 1980년대, 배트맨이 사라진 고담 시는 그야말로 아비규환이다. 뮤턴트 갱이 도시를 점거하여 일반 시민과 경찰 당국을 위협하고, 위험천만한 범죄자 투페이스는 새 얼굴을 얻어 출소한다. 이어 배트맨의 가장 큰 숙적 조커가 다시금 세상으로 나오며, 미국의 반대편 소련의 위협까지 덮쳐 온다. 50대가 된 브루스 웨인은 그의 또 다른 자아, 배트맨을 오랫동안 묻어 둔 상태. 세상일에 관여하지 않은 채 노후를 맞이하고 싶은 마음이지만, 술로 하루하루를 보내는 그의 마음속에선 조금씩 무언가가 꿈틀대기 시작한다. 이윽고 정신을 차려 보니, 이미 브루스 웨인이 아닌 배트맨이 되어 있는 자신을 발견하는데….
노구의 배트맨, 그가 던지는 처절한 질문
작가 프랭크 밀러는 대담을 통해 ‘만약 배트맨이 그 기원 이후 꾸준히 나이를 먹어 실제 이 시대에 이르렀으면 어땠을까’ 이야기하고자 <다크 나이트 리턴즈>를 기획했다고 밝혔다. 그의 말처럼 작중 배트맨은 늙었고, 그런 자신의 처지를 시종일관 비관하며 두려워한다. 도시를 위협하는 악에 맞서기 위해 힘으로 대응하는 그의 모습은 ‘선’이라 말하기에 다소 잔혹하며, 이는 배트맨 추종 집단이라는 또 다른 폭력을 낳기에 이른다. 이는 국가에 순응하는 초인 ‘슈퍼맨’과의 대립에서 두드러지는데, 마치 빛과 어둠을 연상시키는 이들의 싸움은 이후 슈퍼 히어로 코믹스에서 무수히 반복되는 단골 소재가 된다. 영화 혹은 최신 코믹스에서 표현한 배트맨의 가벼운 모습에 실망한 이라면… 역사상 가장 묵직한 배트맨을 만날 수 있는 특별한 기회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