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미니멀리즘 음악계에서 대중적으로 가장 널리 알려진 필립 글래스가 자신의 예술 세계와 삶의 여정을 써 내려간 회고록이다. 올해로 여든에 이른 한 노음악가가 음악이 아닌 말로써 그린 이 자화상에는 그가 통과해 온 시간과 공간과 사람들이 담담하고 절제된 톤으로 담겨 있다. 필립 글래스는 역사상 가장 전위적인 오페라로 평가받는 「해변의 아인슈타인」과 「미녀와 야수」 등을 비롯하여, 각각 열한 개의 교향곡과 협주곡 이외에도 수많은 실내악곡 등을 쓰며 왕성한 창작력을 보여 주었다. 비서구 음악인들과도 활발히 교유하며 음악적 영감을 주고받았으며, 그 스스로는 ‘고전주의자’라 부르면서도 장르의 경계를 초월하여 다채롭고 자유로운 행보를 보였다. 그의 작품 밑바탕에는 바흐, 모차르트, 슈베르트, 브루크너 같은 서양 고전 음악의 유산은 물론, 미국 전위음악의 핵심인 존 케이즈에서부터 비밥, 로큰롤, 제3세계 음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전통이 녹아들어 있다. 연극과 영화, 미술 등 정신적이고 예술적인 유산 또한 그의 음악을 이루는 중요한 밑거름이 되었다. 끊임없이 자기만의 새로운 음악적 언어를 모색해 갔으며 음악이 전달할지도 모르는 ‘이야기’ 대신 음악 그 자체의 문법에 뿌리를 둔 언어를 찾고자 했다. 고도로 미니멀하고 반복적인 음악을 확립해 가던 그는, 오페라 「해변의 아인슈타인」을 통해 가장 완전한 형태로 그 결실을 본다. 하지만 작품의 대성공에도 불구하고 생계를 위해 해 온 밑바닥 노동을 당장 그만두지 못한다. 그는 이미 줄리아드 시절부터 노동과 예술이라는 두 세계를 쉼 없이 오갔다. 그러면서도 자신이 처한 상황을 ‘찢김’으로 인식하지 않고 낙천적이고 통합적으로 받아들였던 그 삶의 태도가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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