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강남에서 강북으로,
베이비부머에서 밀레니얼로,
서울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가!
연남동, 상수동, 경리단길, 해방촌, 익선동…
강북의 낡은 골목길을 생기 넘치게 만든 젠트리파이어는 누구인가?
젠트리피케이션은 도시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있는가!
낙후된 구도심 지역에 중산 계층이 진입하여 노동자와 원주민들이 이동하는 현상을 두고, 영국의 사회학자 루스 글래스는 ‘젠트리피케이션’이라 명명하였다. 자본주의의 성장 이후 전 세계적 현상이 된 젠트리피케이션은 한국 사회에서 어떤 모습으로 진행되고 있고, 우리는 이를 어떤 시선으로 바라봐야 할까? 서울의 젠트리피케이션은 어떤 사람들에 의해 진행되고 있을까? 서울에서 자라 서울을 소비하는 새로운 소상공인들, 그들과 같은 취향을 공유하는 새로운 소비자는 누구인가? 베이비부머의 자녀 세대인 밀레니얼이 몰고 온 오래된 골목길의 새로운 변화, 그 변화의 중심인 이태원에서 서울의 미래를 묻는다.
<궁중족발> 망치 폭행 사건, 홍대입구 <두리반> 지키기 프로젝트…
서울의 젠트리피케이션은 어떤 얼굴을 하고 있는가!
주택시장과 사회 계층의 변화로 ‘젠트리피케이션’이라는 개념이 처음 생긴 서구와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건물주의 임대료 폭리와 상권에서 내몰리는 세입자’라는 상업적 젠트리피케이션의 부정적인 면을 부각하는 방식으로 젠트리피케이션이 일반에 소개되었다.
오늘날 젠트리피케이션은 아시아와 남미까지 전 지구적 현상이며 도시마다 나타나는 양상이 다양한데, 우리의 경우 주거시설을 카페나 레스토랑 등의 상업시설로 바꾸는 오래된 구도심의 상업화를 중심으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1990년대 중반 홍대 일대에서 시작된 주거지역의 상업화 현상은 2000년대 중반 급속하게 증가해 이태원, 연남동, 연희동, 부암동, 상수동 등으로”(17쪽) 확산되었다.
그렇다면 이 책 『흔들리는 서울의 골목길』은 우리나라에서 두드러지는 상업적 젠트리피케이션의 이유를 무엇으로 분석하고 있을까? 저자는 서울이라는 도시 공간에 중산 계층이 거주하고픈 매력을 느낄 만한 역사성을 가진 건축물이 많이 남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2015년 전체 인구 가운데 아파트에 거주하는 인구비율은 59.9%, 도시에 거주하는 인구비율을 91.8%에 달하며, 저자는 그 원인으로 한국전쟁 이후 급속한 도시화와 산업화 그리고 이러한 현상을 가능하게 한 정치권력과 재벌, 부동산 투기라는 세 가지 요인을 꺼내놓는다.
아파트 공화국에서 나고 자란 밀레니얼,
오래된 골목길의 새로운 변화를 만들다
우리나라 도시 주거지의 경우 대규모 재개발과 재건축 사업으로 개선이 진행되고 있기에, 서구사회처럼 중산 계층의 구도심 진입으로 개별 건축물의 복원과 개선의 여지는 많지 않다. 대신 “강북의 낡은 주택을 상업시설로 개조하는 일은 개개인이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다.”(23쪽) 자본이 적은 젊은 소상공인들에게 단독주택이나 다세대 주택의 1층이나 반지층은 저렴한 임대료로 가게를 열 수 있는 매력적인 곳이다. 문화적 경험과 아이디어가 풍부한 새로운 소상공인들은 이런 곳에 둥지를 틀었고, 자기만의 특색있는 가게를 꾸미기 시작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공간은 아파트 공화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밀레니얼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미국 인구조사국은 ‘밀레니얼’을 1982~2000년 사이에 태어난 세대로 정의한다. 우리나라의 밀레니얼 인구는 1,296만 명(2018년 기준) 전체 인구 가운데 약 25%에 달한다. 이들은 베이비붐 세대의 자녀로, “평균 자녀 수가 한 명인 첫 세대로 부모의 전폭적인 관심과 보호 속에서 성장했”(25쪽)다. 이들은 이전 세대들보다 훨씬 더 진보적이고 개방적이며 자기 취향이 뚜렷하다. 그렇기에 안정적인 직장생활의 유지보다는 ‘워라벨’을 추구하는 경향이 강하며, 내 스타일의 사업에 도전하는 비율도 높다. 현대경제연구원의 자료에 따르면 밀레니얼의 자영업 진출률은 54.8%에 이른다고 한다.
새롭고 강력한 최대 소비 집단인 밀레니얼의 등장은 획일적이던 도시를 다양하고 풍요롭게 변화시켰다는 장점도 있지만, 이와 동시에 “남과 다른, 늘 새로운 것을 찾아 헤매는 새로운 소비 계층의 요구에 따라 도시 공간이 일회용품처럼 소모될 위험이 있다.”(36쪽) 삼청동, 경리단길, 합정동 등 유행처럼 핫플레이스로 부상했다가 언제 그랬냐는 듯 썰렁해지는 현상이 현재 서울에서 두드러지게 보이는데, 이런 현상은 빠르게 이동하는 밀레니얼 소비자의 기호와 상업적 젠트리피케이션의 부작용이 맞물려 발생하는 것이라 하겠다.
“서울의 핫플레이스는 홍대에서 연남동, 상수동으로, 이태원의 중심에서 경리단길로 그리고 해방촌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이러한 이동이 반드시 임대료 상승 때문은 아니다. 핫플레이스의 빠른 이동은 (…) 도시 공간을 소모품처럼 취급하는 밀레니얼의 소비 행태에 기인한다.”
-37쪽
오랜 시간 잊힌 강북의 낡은 골목길을
생기 넘치게 탈바꿈시킨 한국의 젠트리파이어는 누구인가?
쇠퇴한 구도심을 이색적인 장소로 탈바꿈시키고 사회적, 경제적, 문화적으로 활성화하는 사람들을 ‘젠트리파이어’라고 한다. ‘문화적 신계층’으로 분류되는 이들은 높은 교육 수준을 가졌으며, 예술, 미디어, 교육, 사회 서비스나 비영리단체에서 일하는 전문가 집단이다.
한국의 젠트리파이어도 이런 범주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이들은 경제적 자본은 부족하지만, 풍부한 해외 경험과 높은 교육 수준, 좋은 집안 환경을 통해 문화예술과의 친밀성을 지닌 문화자본가 집단인 경우가 많다. 이런 특수성은 전통적인 소상공인들과 구별되는 지점이다.
이태원의 변화
그리고 포스트 밀레니얼 서울의 미래
젠트리파이어, 새로운 소상공인 계층의 활동을 알아보기 위해 저자는 서울 안에서 가장 이국적인 동네이자, 낙후된 동네에서 핫플레이스로 떠오른 ‘이태원’의 변화를 집중 조명하였다. 1980년대에는 외제 모조품이나 보세 옷가지를 팔던 동네, 주한 미군을 상대로 한 클럽이나 바가 많았던 낯설고 위험한 지역, 이태원. 이곳에 주한 미군의 발길이 줄어들자 성소수자 공간이 생겨났고,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이 몰려오면서 이국적이고 특색있는 카페나 레스토랑이 속속 들어섰다. 2000년 중반에는 이렇게 형성된 외국 문화를 즐기기 위해 수많은 내국인들이 이태원으로 몰려들었다. 2010년 이후 이태원의 변화는 더 빨라졌다. “대로변뿐만 아니라 우사단로, 회나무길, 경리단길 등이 20~30대 밀레니얼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면서 골목을 따라 빠르게 확산되”(69쪽)었고, 핫플레이스로 떠오르면서 젠트리피케이션 또한 빠르게 이루어졌다.
이태원의 젠트리피케이션은 ‘1. 임대료가 저렴한 오래된 골목길의 낡은 단독주택 증개축 증가 2. 유동인구의 증가 3. 지가 및 건물가의 상승 그리고 취득세와 재산세 증가’의 단계로 진행되었다.
하지만 이런 변화는 원주민과 낡은 골목길의 변화를 이끌었던 선구적 젠트리파이어에게 마냥 좋은 일이 아니었다. 임대료가 상승했을 뿐 아니라 주민등록인구가 감소하였고, 외국 음식점과 의류점이 증가하면서 오랫동안 이 골목을 지켜왔던 세탁소나 동네 마트, 미용실 등 근린시설이 줄고 말았다.
『흔들리는 서울의 골목길_밀레니얼과 젠트리피케이션』은 한국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 상업적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해서 다각도로 분석한 책이다. 임대료가 올라 갈등이 생기고, 그 과정에서 원주민과 소상공인들이 쫓겨나는 현상이라고만 생각했던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해서 그 발생 과정부터 주요 세대의 변화까지 면밀하게 들여다보고, 현장에서 가게를 꾸리고 있는 새로운 소상공인들의 고민과 현황 등 생생한 목소리도 담았다.
‘서울의 낡은 골목길의 레트로한 스타일과 낮은 임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