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SBS 8 뉴스 클로징 멘트로 화제를 모은 김성준 기자, 전 앵커가 말하는 ‘뉴스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믿음’ 언젠가부터 뉴스를 말하는 것은 피곤하고 답답한 일이 되었다. 현실에 대한 분노를 끌어안고 있어봐야 속만 괴로운 탓이다. 어떻게 세상이 이럴 수 있는지, 어떻게 인간이 그럴 수 있는지 한마디 하던 관심도 점점 줄어들고 말을 말자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무관심은 심해지고 언론 역시 적당한 선을 긋고 말하기를 주저하는 듯 보였다. 답답한 속을 감춘 사람들에게 끊임없이 전달되는 뉴스는 전달 그 자체의 기능에 충실했다. 그 가운데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던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인 한 뉴스, 한 언론인의 목소리가 있었다. 봐야 할 뉴스에 대한 취재, 소외된 뉴스에 대한 관심, 앵커의 차분한 목소리와 짧은 문장에 담긴 의미심장한 멘트는 시청자들로 하여금 뉴스를 다시 생각하도록 만들었다. 시청자들의 궁금증과 속내를 이해하고, 정부와 권력층을 향해 따끔한 한마디도 잊지 않는 뉴스에 공감하는 목소리는 점점 커졌다. 차별화된 신념이 느껴지는 보도는 뉴스를 보는 시청자들의 마음을 열었고, 약 4년간 방송사의 메인 앵커로 뉴스에 코멘트를 더한 김성준 기자는 사람들의 큰 지지를 얻었다. 김성준 전 앵커는 SBS 기자 공채 1기로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를 두루 거쳐 미국 워싱턴 특파원, 청와대 출입기자, 메인 뉴스 앵커로 활동한 경력 25년의 방송기자다. 김성준 기자의 앵커 멘트는 시청자들이 뉴스에 귀를 기울이도록 만들면서 큰 영향력을 발휘했는데, 특히 클로징 멘트는 세간에서 ‘촌철살인’으로 비유되며 오랫동안 회자되곤 했다. 이제 다시 보도국 데스크로 돌아온 김성준 기자는 그동안의 취재 기록과 앵커 시절 클로징 멘트를 돌아보면서 뉴스에 대한 작은 바람을 담아 이 책 《뉴스를 말하다》를 펴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세상을 바꾸는 뉴스의 힘이 무엇이며, 뉴스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하는 세상에 대한 소망을 밝힌다. 기자가 떠난 현장은 위험하다 1991년 막내 기자 시절부터 국내외의 수많은 취재 현장을 누빈 경험을 비롯해 메인 앵커로서 무거운 책임을 지고 뉴스를 전하던 순간까지 저자가 마음속으로 되뇐 것은 ‘기자는 세상을 더 낫게 만드는 사람’이라는 자부심이었다. 달리 말하면, 언론인에게는 세상을 더 낫게 만드는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마음가짐은 새로운 취재를 위한 원동력이 되고, “정치가 못하면 언론이 할 수밖에” 없는 적극적인 움직임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1991년 저자는 첫 리포트인 ‘내곡동 무허가 비닐하우스 화재 사건’을 취재한 후, 집을 잃은 장애인 가족에게 도움의 손길을 전하는 사람들을 목격하면서 뉴스의 영향력을 실감했다고 한다. 그 후 언론이 사회 곳곳에 관심을 두고, 소외된 약자의 삶을 돌아보며, 권력을 향한 감시를 게을리 하지 않을 때 일어난 크고 작은 변화를 경험했다. 2012년 메인 앵커 시절에는 시민단체의 트위터 사연을 계기로 ‘시설 아동의 급식비 실태’를 부각시킴으로써 정치에서 외면당한 복지 사각지대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작은 관심에서 시작된 취재 보도는 수많은 사람들의 더 큰 관심으로 이어지면서 새로운 변화와 희망을 불러일으켰다. 그렇다고 모든 취재의 결과가 항상 희망적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저자는 종종 “희망이 없는 취재” 앞에서 좌절할 때가 있다고 한다. 많은 언론인이 “세상의 그늘진 구석에서 국가, 사회, 주변으로부터 철저히 외면당한 사람들”을 찾아내 보도하지만, 아무리 열심히 해봤자 세상이 변하지 않을 때는 “역부족이란 좌절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때로는 속보 경쟁에서 이기거나 정확하고 자연스럽게 뉴스를 말하는 것이 중요하게 평가될 수도 있다. 이처럼 희망 없는 취재가 반복되고 자괴감이 들면 기자로서의 일을 게을리 하게 되고, 특히 재난재해 현장에서 느끼는 고민과 갈등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크다고 한다. 그러나 저자는 “희망이 없는 취재라도 멈추지 말고 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한다. 기자가 현장에 있어야만 책임자들이 문제 수습과 대책 마련을 서두르고, 세상의 부조리가 쉽게 기지개를 펴지 못하도록 감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기자라면 “비극의 피해자들과 함께 있어야” 하는데 그들에게 “누군가 내 옆에 있다는 위로”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부정을 고발하고 뉴스로 사회문제를 밝혀낸다 해도 똑같은 사건은 또다시 일어나 사람들에게 상처와 피해를 주고, 불안과 혼란을 일으키며, 좌절과 포기를 부추길 것이다. 그렇다고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면 그 모든 상황을 더욱 쉽게 만들도록 내버려두는 것과 같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리하여 저자는 CNN 앵커 앤더슨 쿠퍼의 멘트를 인용해 말한다. “기자가 떠난 현장에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는 말은 거꾸로 하면 기자는 단지 현장을 지키고 있는 것만으로도 대중이 위험에 노출되는 걸 막을 수 있다는 뜻이다.” 보고 싶은 뉴스 vs. 봐야 하는 뉴스 또한 저자는 시청자들이 ‘보고 싶은 뉴스 vs. 봐야 하는 뉴스’의 딜레마 역시 언론의 숙명임을 밝히면서, 아무리 뉴스 경쟁이 치열하더라도 정작 중요한 것을 놓쳐선 안 된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뉴스 시청률 하락에 대한 걱정, 시청자들이 심각한 뉴스보다 가벼운 뉴스를 선호한다는 분석이 나오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는 얘기다. 그리하여 “신나는 올림픽 축제 중이지만” 극적인 금메달 소식보다 사람들이 알아야 할 뉴스, 적극적인 수사를 촉구한 뉴스는 결국 시청자들의 인정을 받았다. - 소치 올림픽 우리 쇼트트랙 여자 대표팀, 애타게 꿈꾸던 금메달을 드디어 차지했습니다. 하지만 저희는 오늘 이 소식을 톱으로 전해드릴 수가 없습니다. 선수들과 비슷한 또래, 이제 막 꽃피우려는 젊은 생명들이 어젯밤에 터무니없는 이유로 스러졌기 때문입니다. 이들의 꿈은 뭐였을까요? (2014년 2월 18일 오프닝 멘트, 본문 42쪽) - 신나는 올림픽 축제 중이지만 드릴 말씀은 드려야겠습니다. 파업 중인 SJM사의 용역업체 폭력 사태 한번 생각해봤으면 합니다. 아직도 폭력으로 근로자들을 두드려 패서 돈을 버는 사람들이 있다니요. 철저하게 수사해야 합니다. (2012년 7월 31일 클로징 멘트, 본문 45쪽) 그런가 하면 뉴스를 만드는 기자에게 요구되는 역할이 모순적인 사건을 일으키기도 한다. 2014년 메인 앵커로서 세월호 침몰 사고를 전한 저자는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사고를 취재했던 막내 기자 시절을 떠올리며 언론인으로서 못 다한 책임감을 느꼈다고 말한다. 1994년 참사 현장의 슬픈 분위기를 전하기 위해 무학여고 학생에게 던졌던 자신의 질문이 오히려 정신적 폭력이 될 수 있음을 뒤늦게 깨달았다는 고백이다. 이는 다른 이의 잘못에 대한 지적이 아닌 자기 자신에 대한 솔직한 반성으로 그 울림이 더욱 깊다. - 돋보이는 리포트를 만들어 빛 좀 보는 걸 지상 목표로 삼은 만 3년차 사회부 기자였던 나는 당황하는 학생들을 헤집고 카메라 기자와 함께 교실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짝을 잃은 학생 앞에서 생각했다. ‘인터뷰는 질문이 중요해. 슬프죠? 이런 질문은 삼류야. 어떤 질문을 해야 이 아이 눈에서 눈물이 쏟아질까?’ (본문 166쪽) - 관심을 끄는 뉴스를 만들기 위해 했던 질문이 피해자 가족과 인터뷰에 응한 여학생에게 정신적 폭력이 될 수 있다는 걸 1994년의 어린 기자는 이해하지 못했다. 어쩌면 그 시절 우리 기자들 상당수가 그랬는지 모른다. (본문 167쪽) 이처럼 취재 과정이나 생방송 리포트 중에 실수도 많고 언제나 완벽할 수만은 없는 것이 언론인의 또 다른 모습이다. 그럼에도 저자는 후회와 반성의 힘으로 한 발 더 나아갈 것을 기대한다. 또한 그것은 혼자만의 힘으로는 어렵다고 강조한다. 함께하는 조직 구성원, 언론인들의 소신과 변화에 대한 도전의식은 물론, 시청자들의 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