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지프스의 신화는 우리 모두에게 어느 정도씩은 해당되는 순환 고리로 작용할 것이다. 그것이 술이든 초콜렛이든, 혹은 술집이든... 이 책의 주인공이자 가상의 인물 G에게도 시지프스처럼 매일 향하게 하는 장소가 있으니, 그곳이 바로 시지프스 바이다. 이 책은 시지프스 바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다양한 군상들의 모습과 음악들, 철학들, 사고들을 건축이라는 이슈를 중심으로 하여 다양한 방식으로 대응시켜 본 것이다. 그러므로 각각의 장들은 각각의 상이한 고원들로 구성되지만, 이 각각의 고원들은 또한 서로 리좀과 같이 연결되는 땅 속 줄기들로 연결되어 있다고도 할 수 있다. 이 각각의 고원들에는 그러므로 어떠한 위계도 존재하지 않으며 어떤 순서도 정해져 있지 않다. 다만 편의상 각 장의 번호가 붙어 있을 뿐이다. 그러므로 각각의 장들은 어떤 순서로 읽어도 무관하다.
각각의 고원들은 브라이언 이노와 오스카 와일드, 그리고 보들레르와 렘 콜하스, 나아가 살로메와 질 들뢰즈에 대한 오마쥬를 통해 13개의 장들로 이루어진다. 이 고원들 중에 9개는 시지프스 바와 각각의 다른 록 음악가들에게 바쳐지며, 1개는 G가 특별한 함축을 가지고 있는 바바렐라에게로, 그리고 3개는 각각의 다른 술들, 즉 생맥주와 테킬라, 와인이라는 술들에게로 바쳐진다. 여기서 이 3가지의 술들은 나름대로 자신의 정체성과 관련되는 음악들을 가지며, 또한 각각이 나름의 건축으로 연결된다. 물론 9개의 장에서 서술되는 록 음악들 역시 나름대로 각각의 정체성에 대응되는 건축들과 연결이 된다. 여기에서 서술되는 건축들은 20세기 초 거장들의 정통적 건축으로부터 21세기의 실험적 건축, 그리고 건축과 인테리어, 제품 디자인 등의 영역을 넘나드는 실험적 건축 등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지고 그 시대의 패러다임과 철학부터 현대의 철학적 관점을 관통하며 리좀과 같이 다양한 음악과 슈티뭉(분위기)들과 접속이 된다.
이 글은 하릴없이 시지프스 바에서 생맥주를 마시던 어느날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바 위에서 그때 그때의 분위기와 음악에 따라 연상되는 사건들과 건축들을 적어 보던 것들이 모여 하나의 종합적 사건들의 무작위적 연결로 이루어진 것이다. 그러니 어떻게 보면 이 전체는 각각의 건축적, 음악적 사건들의 다양체(multiplicit?)라고 볼 수도 있다. 이 다양체로부터 어떠한 새로운 건축적, 혹은 음악적 사건과 형태들이 생성될지는 그러므로 독자들의 우연적 상상으로부터 펼쳐질 주름들에 따라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