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마음속 어두운 이면을 파헤치는 히가시노 게이고 문학의 최고봉!
뒤바뀌는 피해자와 가해자, 엇갈리는 진실과 거짓.
한 베스트셀러 작가의 죽음을 둘러싼 쫓고 쫓기는 두뇌 게임!
제134회 나오키상 수상작 『용의자 X의 헌신』으로 국내에서 이미 많은 독자를 갖고 있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악의』가 현대문학에서 출간되었다. 인기 작가의 죽음에 얽힌 기나긴 악의의 여정을 탐구해가는 이번 작품은 ‘범인은 누구인가’보다 ‘왜, 어떻게 범죄를 저질렀는가’를 묻는 히가시노 특유의 가해자에 대한 성찰과 그 화법이 절정을 이룬 작품이다. 작가는 『악의』에서 살인사건을 둘러싼 관계자, 수사관의 수기, 주변인의 증언과 회상, 그리고 해명으로 이루어진 특이한 구성으로 인간의 내면 심리에 적재된 악의란 무엇인가를 파헤쳐가는 인간적인 접근방법을 보여준다. 독자를 빨아들이는 흡입력, 범인을 찾아내고 범행 동기와 방법을 추적해나가는 추리적인 기법은 마치 두뇌 게임을 하듯 끊임없이 몰입하게 해 우리에게 히가시노 게이고가 왜 추리소설계의 일인자라 불리는지를 깨닫게 한다.
기록에 가려진 진실, 그 속에 잠재된 인간의 어두운 본성을 파헤친다!
소설은 한 인기 작가의 죽음으로 시작된다. 작업실에서 시체로 발견된 베스트셀러 작가. 시체를 발견한 것은 피해자의 아내와 친구. 그리고 곧이어 밝혀진 범인은 바로 목격자 중 한 명인 피해자의 친구인 노노구치 오사무.
그는 왜 오랜 친구이자, 자신이 작가로 데뷔하는 데 큰 도움을 준 사람을 죽인 것일까? 그리고 그 이유가 밝혀지며 인간의 마음속에 숨겨진 어두운 본성이 드러나게 된다.
『악의』의 구성은 좀 독특하다. ‘기록’으로 사건이 전개되기 때문이다. 특히 첫 발견자이자 범인인 노노구치와 사건의 담당 형사인 가가 형사의 수기를 번갈아 보여주면서, 히가시노 게이고는 자기 연민에 빠진 범인의 글과 감정이 배제된 담백한 형사의 기록이라는 전혀 다른 개성을 가진 두 종류의 글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작가는 독자들에게 묻는다. 증언과 기록의 함정에 빠지지 않을 수 있는지, 또 그 안에 숨겨진 진실을 가려낼 수 있는지. 그리고 서서히 밝혀지는 살인의 동기와 그 이면에 숨은 인간의 깊은 어둠, 그리고 히가시노 게이고 특유의 반전의 미학은 독자들이 추리소설에 기대하는 전율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해준다.
살인 속에 감춰진 기상천외한 동기, 누구의 ‘악의’에도 걸려들지 말라!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에는 다른 추리소설과 큰 차이가 있다. 살인사건이 일어나고 범인을 추적하는 여타 추리소설과는 달리 그의 소설은 일찌감치 범인의 정체를 밝혀놓는다. 어쩌면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에서 범인이 누구인가를 찾는 것은 의미 없는 작업이 될지도 모른다. 그는 ‘누가’ 죽였는가보다 ‘왜, 어째서’ 죽였는지 살인의 동기와 범죄의 과정에 더 집중한다. 때문에 이야기 초반에 범인은 드러나고 숨겨진 동기를 찾는 과정에서 그가 여기저기에 숨겨놓은 플롯들이 하나둘 제 모습을 드러내며 무릎을 치게 만든다. 그리고 그 과정을 통해 작가는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에 대해 이야기한다. 『악의』 역시 마찬가지이다. 추리소설계의 일인자라 불리는 명성에 걸맞게 히가시노 게이고는 이번 작품에서도 긴박감 넘치는 사건 전개와 흡입력, 허를 찌르는 반전과 인간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이 어우러진 문학적 감동으로 다시 한 번 독자들을 사로잡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