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음의 시 231권. 김미령 시집. 오랜 준비 끝에 시집으로 묶인 김미령의 시편들은 긴 시간 응축되어 온 하나의 세계이자 시간의 풍화에 마모되지 않은 예리한 사태이다. 그의 시는 일상을 뒤트는 정도가 아닌, 그야말로 찢는 수준의 블랙코미디를 보여 준다. 그가 찢는 일상은 부조리하고 천박하며 우스꽝스럽고 심지어 혐오스럽기도 한 삶의 저층부이다. 불쑥 웃음이 찾아들지만 그 웃음이 바깥으로 터지지 못하는 사태를 초래한다.그는 이 간극을 비트는 블랙코미디를 통해 자학으로까지 나아간다. 우리는 우리가 우리의 치졸함에 대해 이미 알고 있었음을, 김미령이 선사하는 우스꽝스러움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그의 시적 파도에는 내적인 파토스가 기거한다. 억압과 관습에 저항하는 자아가 돌올하고, 그것의 성별은 여성에 가깝다. 앞서 그가 찢은 일상에서 보인 여러 상처와 고통은 여성의 지난한 고투를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시의 화자는 자주 “무용”을 하듯 아크로바틱한 몸짓으로 머뭇거린다. 노란색으로 표명되는 여성의 윤리는 언젠가 무너질 정확한 자세처럼 혹은 “일조량을 극복하라던 자세로 잇몸만 남은 꽃들”처럼 비록 실패할지언정 그 윤리를 포기하지 않는다. 스스로 일상을 찢고 나온 화자는, 새로운 파도의 양상 위에서 가까스로 하나의 자세를 취한다. 그것은 어리석은 일이며, 어리석은 만큼의 용기가 필요한 일이고 그리하여 가장 근사한 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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