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사회주의자 열전

박노자 · 사회과학/역사
31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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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머리말 _사회주의 운동, 그 ‘선구’의 의미를 되새기며 1강 신남철 _식민지 조선의 제국대학에 출현한 주체의 철학자 2강 박치우 _파시즘의 기원을 찾아 나선 이론가이자 비운의 빨치산 3강 임화 _한국적 근대의 근원을 모색한 유기적 지식인 4강 김명식 _식민지 시대 최고의 명필, 한국적 좌파의 토대를 마련하다 5강 남만춘과 김남겸 _조선과 러시아의 경계에서 사회주의를 꿈꾼 디아스포라들 6강 최성우와 양명 _모스크바에서 조국의 현실을 바라본 급진파 조선인들 7강 한위건 _중국공산당의 노선을 파고들어 활약한 이념형 운동가 8강 허정숙 _붉은 페미니즘을 선도한 조선의 엘리트 신여성 찾아보기

출판사 제공 책 소개

세계를 자신의 시야에 두고 조선의 대안적 근대를 고민한 선구자들 그간의 역사 속에서 찾아보기 어려웠던 이들의 이야기 일본의 식민지 출신으로 조선의 독립과 사회주의 실현을 위해 몸을 던지고 생각을 펼쳤던 이들의 열전이라니, 지금과는 자못 다른 시대의 소수파 이야기로 들릴지 모르겠다. 오래전 역사의 뒤안길에 있던 이들의 발굴로만 보일지도 모르겠다. 물론 그런 지점이 없지 않다. 하지만 책을 읽다보면 알게 될 것이다. 이들의 고민이 대안적 근대의 정초를 마련하는 데 기반이 되었으며, 그것이 현재까지 유효하게 고민해봐야 할 지점이라는 것을 말이다. 이들은 우리보다 앞선 시대를 살았지만 우리와 마찬가지로 근대인이었다. 달리 말하면 지금의 우리에게도 여전히 논쟁적인 사안들을 앞서 고민한 이들이었다. 이들이 주로 활동한 시대는 세계사적으로 보면 매우 특별한 시기였다.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기 전까지인 1918~1939년 사이, 일명 전간기(戰間期)로 불리는 때다. 이 시기는 세계 자본주의 역사상 최대의 위기였던바, 전쟁 후의 혼란이 잦아들 무렵 세계 대공황이 밀려왔으며 불평등, 빈곤, 제국주의적 침략, 차별 등의 문제가 터져 나와 거의 전 세계가 혁명과 반란, 각종 독립운동의 화염에 휩싸이던 때다. 이러한 시대적 상황은 미래를 고민하던 이들에게 그만큼 세상을 바꿀 꿈을 꾸는 기회로 여겨지기도 했다. 그러나 선구자의 운명은 이러한 것일까. 냉혹한 현실 가운데서 미래를 바라보고 살았던 이들의 삶은 지독한 고난의 연속이었다. 정작 본인들의 미래는 대부분 고통과 때 이른 처참한 죽음이었다. 그럼에도 이들은 사적으로든 공적으로든 그야말로 당대의 최첨단에 서 있었다. 몸은 식민 치하의 조선에 있을지언정 시야를 넓혀 머나먼 서구 세계의 움직임과 이론에도 기민하게 반응하며 자신의 현실을 들여다보았다. 일본의 도쿄, 중국의 상해와 연안, 소련의 모스크바 등 한반도를 넘어선 곳들에서 활약하기도 했다. 혹독한 위기의 시대에 선구적으로 미래를 내다보려 했던 열 명의 사회주의자, 그들의 이야기를 따라가 보자. 조선의 지식인 사회, 그 중심에 있던 사회주의자들 조선의 사회주의자로 필자가 가장 먼저 주목한 인물은 경성제대 철학과를 졸업한 뒤 《동아일보》 학술 담당 기자로 일하면서 연구자 생활을 이어가다가 모교에서 교수를 지낸 철학자 신남철(申南澈, 1907~1958)이다. 일제강점기의 사회주의 역사를 살펴볼 때, 운동으로서의 역사뿐만 아니라 사상으로서의 역사도 함께 짚어봐야 한다는 점에서 신남철을 우선 살펴보았다. 그는 해외파의 영향을 받지 않은 채 조선에서 원전을 읽고 마르크스주의를 받아들인 국내파로서 주목할 만한 인물이다. 경성제대는 일제에 의해 만들어진, 식민주의 이론을 생산하는 기관이었다. 일본의 좌파 지식인들에게 식민지 대학의 교수직은 마음 편치 않은 자리였다. 그럼에도 본국과의 거리감 때문인지 특히 경성제대 철학과는 일본 학계와 견주어보더라도 리버럴한 분위기였다. 이곳의 교수였던 사회주의자 미야케 시카노스케(三宅鹿之助)는 조선의 노동운동가 이재유를 교수 관사 지하 토굴에 숨겨주었다가 발각되는 바람에 감옥 생활을 하기도 했다. 신남철은 바로 그의 제자로 마르크스의 저작을 독일어 원전으로 배우면서 19세기의 유럽 문화까지 폭넓게 학습한, 세계성을 바탕으로 조선의 문제를 고민한 연구자다. 그는 집단적 투쟁을 벌일 수 있는 개성적이고 실천적인 개인을 모색하면서, 동시에 관념주의자가 전체주의에 이용될 수 있는 측면을 잘 지적한 이성의 철학자였다. 또한 주변부 국가의 인텔리로서 변혁운동에 한발 들이게 된 자신을 규명해보려는 시도였는지, 세계 체제의 주변부에 혁명 전위가 만들어지는 상황을 왕양명의 지행일치 철학과 결부해 설명하기도 했다. 신남철은 해방 이후 월북해 김일성종합대학 철학과 교수로 북한 철학계의 초기 기틀을 마련했으나, 주류에서 밀려난 뒤 병사한다. 남한에서는 월북 때문에, 북한에서는 주류에서 밀려났기에, 서서히 잊히며 재조명하기 어려웠던 안타까운 인물이다. 경성제대 철학과를 거치며 사회주의자가 된 또 한 사람이 있으니, 그는 박치우(朴致祐, 1909~1949)다. 신남철이 연구자로 자리매김했다면, 박치우는 이론가로서의 면모를 보여주면서도 현실에 적극 개입하기도 한 인물이다. 잠시 숭의실업전문학교에서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지만, 학교가 신사참배를 거부하며 자진 폐교하자 그는 《조선일보》 사회부 기자로 일하면서 다양한 논의를 벌여 나갔다. 해방 뒤에는 박헌영과 뜻을 같이하며 활동하다가 월북한 뒤 빨치산 양성 기관인 강동정치학원에서 정치부원장을 지냈다. 그러다가 그 스스로 빨치산이 되어 남한으로 내려왔고, 결국 태백산 지구 전투에서 사살된다. 이처럼 극적인 삶을 살아간 박치우는 개념사 정리가 돋보이는 철학자였다. 고대 그리스의 자유 개념에서부터 부르주아의 자유주의를 거쳐 이를 넘어서는 새로운 자유와 개인을 모색하는 데까지 나아가는 그의 글을 보면, 그의 사유가 과거를 아우르면서도 현재적이고 세부를 들여다보면서도 폭넓었음을 여실히 알 수 있다. 또한 일본이 독일, 이탈리아와 함께 전 세계를 제패하기 위한 침략을 서슴지 않던 상황에서 파시즘의 뿌리를 탁월하게 분석해낸 이론가이기도 하다. 한편 이 책에서 다룬 인물 가운데 가장 잘 알려진 이는 바로 임화(林和, 1908~1953)일 것이다. 혁명적 낭만 시인이자 유기적 문예를 주창한 이론가 임화는 민족 문학과 계급 문학이라는 이중의 과제를 고민한 지식인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조선 사회주의 운동사의 산증인이었으나 일제 말기에는 소극적으로나마 부역을 했고, 미제의 고용 간첩이었다는 누명을 쓰면서 북한에서 숙청된 비극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필자는 임화가 당대의 주류 신화에 도전하며 보여준 방법론을 눈여겨본다. 주류 세력들이 즐겨 쓰던 ‘객관성’ ‘자유’ ‘순수예술’ 같은 개념들을 역사적으로 맥락화하여 그 이면을 드러내고, 그것이 왜 주류 세력의 신화인지 설명해내는 지점에 주목해본 것이다. 이는 필자가 모든 담론 가운데 계급적 의제가 내재되어 있다고 보면서 그 주관성을 들춰내는 임화의 방법론이 지금도 우리에게 필요하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제주의 양반가 출신으로 식민지 시대 최고의 명필로 불렸지만 우리에게는 잊힌 사회주의자 김명식(金明植, 1890~1943)은 그야말로 달필에다가 한국적 좌파의 토대를 마련한 인물 중 하나다. 그는 지적인 압축 성장의 시기를 살아가던 조선 사회주의자 1세대들의 도약을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인물이다. 즉 그는 양반가의 자제로 전근대적 풍토에서 성장했으며 일본 유학을 거치면서 급진적 근대주의자의 면모를 보이다가 사회주의자로까지 나아간다. 나라를 잘 다스려 백성을 편하게 하려는 선비로서의 뜻을 품은 사람이면서 동시에 사회주의자로서 민족 문제와 근대 문제를 함께 고민하는 인물이라 할 수 있다. 사회주의자로서 그는 민족이 근대 자본주의의 산물임을 직시하면서 이를 조선에 대입해보려 했다. 그런 과정에서 당대 민족주의의 거두였던 이광수와 거침없는 논쟁을 벌이기도 하고, 마르크스주의적인 민족주의 비판론을 대중화한다. 또한 식민 치하에서 명실상부한 자본주의의 발전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알리면서, 파시즘의 발생 과정을 비롯해 그 과정에서 주변화한 중산계층과 금융자본의 역할, 근대 자본주의의 내재적 진화 논리와 파시즘 사이의 관계도 정밀히 연구한다. 그의 존재는 오랫동안 남과 북에서 망각되었다. 하지만 식민 치하에서 그의 글을 읽은 이들이 차후 남북을 이끄는 지식인 집단의 일부가 되었으며, 그가 닦아놓은 한국적 좌파의 명맥은 초기의 북한을 비롯해 남한에도 가녀리게나마 영향을 미쳤음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소수자로서 세계의 중심에 뛰어들어 조국을 고민했던 이들 이 책이 조명한 사회주의자들 가운데 남만춘(南萬春, 18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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