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의 진부함

이라영
31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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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뿐 아니라 사회의 많은 차별과 폭력은 특별한 사람들에 의해 벌어지는 특별한 사건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에 의해 벌어지는 일상적 현상이다. 이처럼 문화화된 폭력은 폭력을 폭력처럼 보이지 않게 만든다. 제도 바깥에서 일어나는 폭로는 이 문화화된 폭력을 보이게 만들려는 피해자 개개인의 분투이며 최후의 구조요청이다. 이 책은 그렇기에 사회구조에 맞서는 개인의 폭로가 발생하게 된 배경과 그러한 발화가 가지는 맥락을 강조하는 작업이다. 습속이 되어버린 차별, 문화로 자리한 폭력은 일상적으로 인식하기가 더 힘들다. 또 이러한 폭력에 맞서기가 더 어렵다. 폭력은 흉악한 범죄자의 얼굴로만 등장하진 않는다. 일상에 깊숙하게 자리한 ‘불법이 아닌 폭력’ 속에서 우리는 과연 폭력을 폭력으로 인지할 수 있을까? 나아가 우리는 폭력에 참여한 적이 없을까? 혹은 피해자의 목소리에 적극적으로 연대했을까? 폭력을 보이지 않도록 만들기 위해 사회의 약자와 소수자는 ‘보이지 않는 인간’이 되었다. 그렇기에 우선 폭력을 보이도록 만들기 위해서는 ‘개인으로서의 인격’을 박탈당한 이들이 보이는 존재가 되어야 한다. 그들은, 혹은 우리는 어떻게 얼굴, 이름, 목소리를 잃어버렸는가? 칼 마르크스는 『루이 보나파르트의 브뤼메르 18일』에서 ‘대표자’들이 결국 자신이 대표하는 집단 위에 군림하며 권력을 남용하는 현실을 비판했다. 재현의 주체, 곧 대표자들은 재현의 대상을 지배한다. 대표되지 못하는 재현의 대상은 제도 속에서 스스로 말하지 못한다. 얼굴과 이름, 목소리를 상실한 재현의 대상이 스스로를 대표할 때 그들은 ‘보이는 인간’이 될 것이다. 이 책은 1부와 2부로 구성되었다. 1부는 저자의 사적 역사를 복기하며 일상의 폭력이 어떻게 우리의 문화를 구성하는지 다룬다. 2부는 저자의 개인적 경험을 넘어 사회적 사건들에 대한 분석이다. 저자가 겪은 ‘개인적’ 사건들이 왜 개인적일 수 없는지에 대한 해석이다. 저자는 여성뿐 아니라 사회의 많은 약자와 소수자들이 ‘개인적인’ 경험들을 더 많이 발화하길 바란다고 쓴다. 사적인, 예외적인 문제로 치부되던 그들의 경험이 공적인 영역에 더 많이 쏟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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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서문 : 보이지 않는 보통명사의 존재들을 위하여 7 1부 복기 14 1980년대 중후반 20 1988년 24 1989년 28 1990년 30 1991년 34 1992년 39 1994년 41 1995년 42 1996년 44 1997년 56 1998년 61 1999년 64 2000년 69 2002년 76 2003년 78 2004년 83 2005년 85 2006년 86 2007년 89 2008년 90 2009년 95 2010년 97 2014년 102 2016년 103 2018년 104 2부 얼굴, 이름, 목소리 106 1장 보이지 않는 인간 107 보이지 않는 인간 107 조심할 필요 없는 권력 115 얼굴의 정치 118 초상은 어떻게 운동이 되는가 : 프레더릭 더글라스의 경우 123 응시의 권력과 여성의 눈 127 총과 카메라 134 2장 보여지는 인간 139 기술복제시대의 폭력 139 ‘동영상’ 찾는 행위가 바로 성폭력 146 내부자들의 시선 151 얼굴 없는 여자들 156 모욕과 징벌을 위한 얼굴 162 인형 혹은 시체 : ‘있기’에서 ‘되기’로 165 조각상과 시체 사이 : 네크로필리아 172 3장 듣는 인간에서 말하는 인간으로 179 말을 알아듣는 꽃 179 인어공주의 목소리 185 진압당하는 목소리 190 소문과 폭로 195 4장 너는 누구냐 205 피해자의 관등성명 205 얼굴을 보여라 208 왜 ‘예외적인’ 신상공개인가 211 나도 말할 수 있다 218 나는 몰랐다 224 에로스의 불가능성 229 성구매의 일상화 232 ‘리얼’ 여성 238 노벨상과 공범들 241 타오르는 여성의 초상 249 5장 싸우는 인간으로 254 ‘나도 당했다’ 254 선택하고 결정하기 258 이름 없는 여자들 264 호명의 정치 269 몸과 돈, 성과 계급에 대한 ‘인간문제’ 273 소녀들이여, 두려움 없이 말하라 283 살아서 말한다 291 삭발과 상의 탈의 297 재현의 대상에서 재현의 주체로 300 후주 307

출판사 제공 책 소개

성폭력과 성차별은 일상의 문제다 2010년대 후반 이후 한국 사회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metoo 해시태그와 아래로부터 분출된 여성들의 목소리에 주목해야 한다. 우리 모두가 목격자이고 증언자였다. 수많은 고발들이 있었다. 지금도 매일, 매월, 매년, 폭로가 계속되고 있다. 가해자들은 고발당하고, 일부는 신상이 공개되고, 일부는 수감되고, 일부는 벌금형을 받았다. 왜 성폭력 고발은 끊이지 않는가? 성폭력을 비롯한 여러 종류의 폭력은 특별한 사람에 의해 벌어지는 특별한 사건이 아니다.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상의 문제다. 저자 이라영은 “언론과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여러 사람들의 성폭력 고발”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성폭력 폭로에 대한 글을 쓰기가 어려”웠고, “다른 사람이 겪은 일에 분노하다 보면 자꾸 ‘내 얘기’가 끼어든다.”(15쪽)고 썼다. 그래서 이 책의 1부 “복기”는 증언자와 고발자 들에 대한 “말의 연대”로서, 저자가 어린 시절부터 최근까지 경험한 폭력과 차별의 역사다. 폭력과 차별은 가정에서, 학교에서, 학원에서, 버스에서, 지하철 안에서, 대학에서, 엠티에서, 동아리에서, 지인의 집에서, 식당에서, 사무실에서, 출장지에서, 일어난다. 문화화된 폭력에 어떻게 맞설 것인가 일상적 폭력이 반복해서 발생하는 상황에서, 여전히 피해자의 말보다는 가해자의 서사가 존중받는 사회에서, 무엇을 해야 할까? 이 책에 따르면 평범한 얼굴로 나타나는 ‘문화화된 폭력’은 훨씬 더 저항하기 힘들다는 것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문화화된 폭력은 제도적으로 잘 해결되지 않는다. 조직에서는 성폭력 피해자가 ‘조직과 대의를 생각하여’ 침묵할 것을 강요당한다. 법은 자주 권력과 자본, 가해자의 처지에 동조한다. 가해자에 대해서는 한 사람의 인생을 복합적으로 이해하려 애쓰지만, 피해자에게는 단순한 ‘피해자다움’의 기준을 들이대 진실을 의심하곤 한다. 법 앞에서 피해자는 수도 없이 ‘진정한 피해자’임을 증명해야 한다. 수치심은 늘 피해자의 몫이다. 오히려 피해자가 폭력을 유발한 사람으로 취급받기 일쑤다. 살고 싶어 시작한 고발과 소송 이후에도 백래쉬와 마녀사냥이 피해자를 기다리고 있다. 폭력에 맞서는 개개인의 발화가 중요하다 뜻밖에도, 19세기 미국에서 초상 사진을 가장 많이 남긴 사람은 당시의 미국 대통령이 아니라, 미국의 노예제 폐지 운동가 프레더릭 더글러스(Frederick Douglass, 1818~1895)였다. 1818년에 노예로 태어나, 1838년 탈출에 성공하여 스스로를 해방한 흑인으로서, 더글라스의 ‘흑인의 얼굴 드러내기’는 일종의 “요구, 곧 발화였다.”(125쪽) 저자 이라영은 이 책의 서문에서, 2016년 8월 관람한 ‘프레더릭 더글러스 초상 사진전’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다고 밝힌다. 저자는 더글라스가 1895년 사망할 때까지 최선을 다해 자신의 사진을 남겼다는 사실의 의미에 대해 생각한다. 어린 시절 노예였던 더글라스는 백인 동년배들과 달리 자기 나이가 몇 살인지, 부모가 누구인지 정확히 알 수 없었다. 지배 권력은 피지배자 자신이 스스로 누구인지 모르게 만든다. 저자 이라영은 더글라스의 초상 남기기가 바로 이 지배 권력에 저항하면서 “시각적 재현의 권력에 균열을”(126쪽) 내는 행위였음을 읽어낸다. 노예제와 인종주의 문화의 피해자였던 더글라스는 당당하게 카메라를 응시하는 사진을 남김으로써 소수자로서의 수치심을 떨쳐버렸다. 이 책은 프레더릭 더글라스의 일생에 걸친 노력처럼, 폭력에 맞서는 개개인의 발화가 의미 있다고 주장한다. 피해자에게 덧씌운 수치심의 개념을 전복시키는 소수자들의 발화가 공론장에 더 많아져야 한다는 것이다. 보이지 않는 인간 복잡한 사적 서사를 이해받을 수 있는 개인이 있는 반면, 흑인, 여성, 장애인 등 보통명사로 뭉개지는 사회의 수많은 소수자와 약자들이 있다. 약자는 개인이 되지 못한 존재들이다. 어떻게 ‘최소한의 개인’이 될 수 있을까? 개인이 되지 못한 존재는 보편적인 ‘사람’도 되지 못한다. 수시로 ‘보이지 않는 사람’이 된다. 이 책의 2부 1장의 제목이 「보이지 않는 인간」인 이유다. 사회적 약자들은 먹고살기 위한 노동 이외에 보이지 않는 노동을 더 해야 한다. 모멸을 견디는 것, ‘약자다움’에서 벗어나지 않기 위해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고 상대의 감정을 살피는 것 등이다. 예컨대 “장애인이나 흑인은 착해야 하고 여성은 친절해야 한다.” 여성이 가사노동을 거부하는 순간 ‘쓸모없는 여자’가 되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 노동을 멈추는 순간 약자들은 ‘~답지 않다’는 공격을 받게 된다. 소수자들의 보이지 않는 노동에는 ‘보이지 않기 위한 노동’도 있다. 청소노동자들이 청소도구실에 들어가 휴식을 하거나 식사를 하는 모습이 그들이 청소하는 시설의 이용자들에게 보이지 않아야 하는 것처럼, 약자들은 자신들의 “존재를 투명하게 만들어야 한다.”(107~108쪽) 보여지는 인간 : 기술복제시대의 폭력 소수자들은 어떻게 ‘보여지게’ 되는가? ‘보기’와 ‘보여주기’가 넘쳐나고, 자기 자신을 노출함으로써 관계를 맺고 생산활동을 하는 것이 강제되고 또 당연시되는 시대에, 소수자들은 어떻게 ‘보여지고’ 있는가? 한국 사회에서 여성들은 n번방, 위디스크, 불법동영상을 통해 ‘보여진다.’ 저자에 따르면 이는 ‘기술복제시대의 폭력’이다. 전 세계 수십억 사용자를 거느리고 있는 페이스북의 이름이 창업자 주커버그가 만든 여학생 얼굴 품평 시스템인 ‘페이스매시’(Facemash)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은 의미심장하다.(162쪽) 오늘날 심각한 사회문제인 디지털 성폭력은 소수자를 억압하는 사회에서 보여주기가 어떻게 폭력이 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기술복제시대에 ‘비대면 폭력’은 양적으로 증가하고 대중화된다. ‘몇 번’이라는 정확한 숫자로 기록되지 않은 폭력 속에서 여성들은 죽어간다.”(144쪽) 저자의 말처럼 기술복제시대에는 ‘보는 폭력’이 치명적이다. 하지만 법원행정처 차장은 딥페이크가 ‘예술작품’일 수 있다고 말하고, 국회의원은 디지털 성착취물을 그림일기에 비유하거나 성착취물 시청을 ‘남성의 자기만족’이라고 정의 내린다. 법무부 차관은 남성 청소년들의 ‘관행’으로 치부한다. 저자에 따르면 우리 시대에 ‘보는 폭력’은 긴급한 사회적 의제로 논의되어야만 한다. “ ‘동영상’ 찾는 행위가 바로 성폭력”(146쪽)이다. 듣는 인간에서 말하는 인간으로 이 책에 따르면 보통명사로 불리는 이들은 얼굴, 이름, 목소리가 있는 ‘개인들’이 되어야 한다. 소수자들의 투쟁은 그렇게 보편적이면서도 개별성을 가진 존재가 되기 위한 싸움이었다. 소수자와 약자, 피해자들은 자주 침묵을 강요당한다. 강요된 침묵 속에서 소수자는 “자신이 누구인지, 왜 말하지 못하는 고통을 견디고 있는지 설명할 수 없다. 직접 설명하지 못하는 고통은 타자화되어 해석당한다. 착한 사람이 될 수도 있지만, 마녀로 취급받을 수도 있다. 표현할 수단을 잃어버린 사람은 표현의 자유와도 무관해진다. 이들은 표현 밖의 존재다.”(189~199쪽) 저자는 말하기의 중요성을 부단히 강조한다. 저항의 언어는 늘 진압당한다. 하지만 저자는 “사람이 죽으면 가장 먼저 사라지는 것이 ‘목소리’ ”라고 쓰면서, “최선의 연대”는 2016년 강남역에 붙은 포스트잇이 그러했듯이 “ ‘아직 살아있는’ 이들의 목소리를 멈추지 않는 것”이라고 쓴다. “침묵시키는 권력에 저항하기. 이는 해석의 대상이 아니라, 자기 이야기의 주인이 되기 위한 분투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려 하고, 들리지 않는 것을 들으려 하고, 이름 없는 자의 이름을 부르자. ‘우리’는 서로에게 침묵하는 목격자가 되지 않는 용기가 필요하다.”(306쪽) 저자 인터뷰 Q. 성폭력 고발들의 연쇄를 보면서 글을 쓰려고 하면 “자꾸 ‘내 얘기’가 끼어든다”고 쓴 대목에서 많은 독자들이 고개를 끄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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