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양수덕 시인의 시집 『유리 동물원』이 시작시인선 0279번으로 출간되었다. 시인은 200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하여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고 시집 『신발 신은 물고기』 『가벼운 집』, 산문집 『나는 빈둥거리고 싶다』 등을 펴냈다. 양수덕 시인은 이전 시집들에서 세계의 일방적 폭력이 어떻게 우리의 일상을 뒤흔들어 존재를 비루하게 만드는지에 대한 주제 의식을 보여 준 바 있다. 더불어 우리의 인식을 흐릿하게 하는 지배적 이데올로기에 의해 훼손되고 오염된 현실 속에서 정화와 재생의 시 쓰기를 통해 자아의 진정성을 지키려고 노력해 왔다. 이번 세 번째 시집도 이전 시집들의 연장선상에 놓여 있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다만 시 쓰기에 대한 근원적 성찰이 시에 반영되면서 비극적 세계가 한층 부각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해설을 쓴 황정산(시인, 문학평론가)의 말을 빌면 “양수덕 시인의 이번 시집의 시들에 그려진 세상은 어둡고 비극적이다. 당연히 그곳에 사는 모든 사람들은 불행하다. 사실 이 불행은 너무도 인간적인 것에서 기인한다”. 여기서 말하는 ‘인간적인 것’이란 인간의 욕망이다. 시인은 인간의 욕망이 만들어낸 허구적 희망의 이데올로기를 고발하고 인간의 구체적 육체성을 상실하게 만다는 ‘인공지능’을 ‘유리 벽’을 통해 감지함으로써 ‘유리 동물원’의 풍경을 냉랭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그러나 시인이 자아의 진정성을 회복하려는 시도를 멈춘 것은 아니다. 오히려 ‘유리 동물원’이라는 허구의 세계가 현실을 비추는 창의 역할을 하면서 우리는 더욱 불편한 삶의 진실과 마주해야만 한다. 해설의 말처럼 “유리창을 통해서라도 세상의 진실을 보기 위”한 시인의 절박함이 우리의 무딘 감각을 깨우고 일상에 풍요로움을 안겨다 줄 것이다. 유리 벽을 통해 본 세상은 온통 유리 동물원이다. “바깥 풍경은 나를 스치고 지나” 나의 세계가 되지 못한다. 하지만 거기에도 시는 남아있다. 그리고 그 시를 쓰기 위해 준비한 “백지 안은 피 튀는 전쟁터다”. 비록 유리 벽이라는 창을 통해 세상을 보지만 치열함으로 그 세상과의 싸움을 시작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시인 자신은 그 세상을 향해 도끼를 들고 무언의 저항을 한다. 그것이 바로 그가 시를 쓰는 이유고 그리고 그것은 유리창을 통해서라도 세상의 진실을 보기 위해서이다. ―해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