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우리의 이름이 되는 것이라고

신유진
20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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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집 <열다섯 번의 낮>과 <열다섯 번의 밤>의 저자이자 프랑스 작가 아니 에르노 작품들의 번역으로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온 신유진이 소설로 돌아왔다. 파리에서 테러 사건으로 연인을 잃은 소은의 이야기(그렇게 우리의 이름이 되는 것이라고), 끝나버린 연극처럼 막이 내린 세계와 나의 사랑(끝난 연극에 대하여), 마지막 순간을 맞은 오랜 연인을 향한 독백(첼시 호텔 세 번째 버전), 때로는 간절했고, 때로는 무책임했던 시절의 얼룩들(얼룩이 된 것들), 먼 바다에 빠졌을지도 모르는 청춘을 부르는 절망의 노래(바다에 빠지지 않도록). 다섯 편의 소설을 담은, 신유진의 <그렇게 우리의 이름이 되는 것이라고>에는 상실을 마주하는 인물들이 살고 있다. 사랑을, 사람을, 시절을 잃은 이들의 하루, 낮은 목소리로 상실을 읊조리는 절망들, 체념들, 스스로를 향한 위로들, 그리고 다짐들. 소설은 이제 없는 것들의 부재를 기록하며 그것이 언젠가는 분명히 존재했음을, 그것들을 잃었으나 결코 잊지는 않았음을 말한다. 그러니 아주 사라진 것은 아니라고, 비록 보잘것없는 얼룩으로 남았을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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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그렇게 우리의 이름이 되는 것이라고 - 9 끝난 연극에 대하여 - 45 첼시 호텔 세 번째 버전 - 93 얼룩이 된 것들 - 129 바다에 빠지지 않도록 - 169

출판사 제공 책 소개

"거기 분명, 내가 구할 수 있었으나 구하지 못한 것이 있었으리라. 내 기억의 눈보라에 얼어 죽은, 구원의 손길을 간절히 기다렸던 어떤 것이." <그렇게 우리의 이름이 되는 것이라고>에서 소은은 파리에서 일어난 테러 사건으로 연인을 잃고 한국으로 돌아온다. 어느날 보게 된 다큐멘터리 속에서, 테러 사건 생존자들의 인터뷰를 보게 되고 이안과 함께한 시간과 그날의 사건을 다시 떠올린다. 애틋해서 더 아픈 소은의 기억을 지나면 ‘적절할 때 내리는 비’라는 뜻의 이름을 가진 ‘시우’와의 마지막 대화에서 우리는 작은 희망 하나를 발견한다. “소은 씨가 땅을 잘 모르시는구나. 눈이 내려야 지층 아래 깊숙한 곳까지 물이 스며드는 거예요. 그래야 다음 해에 싹이 잘 트죠. 땅에 물기가 있어야.” “그래도 거기 있는 것들이 차가워서 얼어죽을지도 모르잖아요.” “그렇게 쉽게 얼어죽지 않아요. 왜 얼어 죽어요, 반드시 봄이 올텐데’ <끝나 버린 연극에 대하여>는 연극 지문조차 제대로 읽지 못하는 세계와 그런 세계를 알아본 나의 이야기다. 서로의 마음을 실은 작은 배는 현실이라는 거대한 파도 앞에서 난파하지만, 무대에 오르고 무대에서 내린, 하루 끝의 노을처럼 잠시 아름다운 순간이었던, ‘세계’와 ‘나’가 주인공이었던 삶의 무대는 기억 속에 여전히 남아있다. ‘우리가 처음 함께 살았던 집은 작은 방 한 칸이었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첼시 호텔 세 번째 버전>에서 화자는 기억 속에서, 자신이 머물렀던 가장 소중한 세계, 그곳을 다시 한번 방문한다. 기억 속 장면들을 독백으로 이야기하며 소설은 진행되지만, 그것은 분명한 대상을 향한 말이자, 일방적이긴 하나 오히려 ‘대화’라고 해야할 것이다. 평생 시를 쓰며 살아온 화자에게 유일하게 남아있는 ‘시’는 ‘너의 기타를 멘 나의 등’이다. 그것은 ‘종이를 탈출’하여 ‘감각으로 생생하게 존재’한다. 과거에 사랑하는 이의 기타를 대신 멨던 그 ‘등’이 현재에도 ‘감각으로 생생하게 존재’할 수 있다면 그 세계는 사라지지 않는 것이겠지만, ‘사라져가는 기억’ 앞에서 그곳은 더는 ‘머물 수 없는 세계’가 된다. 그러니 그녀의 독백은 사랑하는 이를 보내기 위한 어떤 의식에 가깝다. 작가는 화자의 독백으로밖에 들을 수 없는, 사라져가는 그 세계를 글로 옮겨 적었다. 장르는 ‘한 사람이 한 사람의 세계를 다녀와서 기록한 여행기’. 레너드 코헨이 재니스 조플린이라는 세계를 다녀와 노래한 ‘첼시 호텔, no.2’처럼. 그리하여 소설은 한 번에 끝나는 의식이 아니라, 종이를 탈출하여 감각으로 생생하게 존재하는, 녹음된 노래처럼 언제든지 반복해서 들을 수 있는, 사라지지 않고 언제든 다녀올 수 있는, 슬프고 아름다운 문장으로 빚어진 세계가 된다. <얼룩이 된 것들>의 주인공 수연은 아버지의 부도로 도망치듯 서울을 떠나 소도시에 도착한다. 그곳에서 역시 ‘다리 건너에 사는 아이’로 분류된다. 또 다른 ‘다리 건너에 사는 아이’인 은희는 수연과 친구가 되고, 함께 집으로 가는 다리를 건너며 서울에 가는 것을 꿈꾼다. 어느 날, 수연은 옆 동에 사는 은희의 방 창문에 비춘 그림자를 통해, 은희의 아버지가 그녀를 폭행하는 장면을 목격한다. 수연의 어머니는 그러한 환경에 놓인 은희를 불쌍하게 여기나, 동시에 ‘불행은 감기처럼 전염되기 쉬운 것’이라며 은희와의 관계에서 수연을 보호한다. 신유진은 자신의 산문집 [열다섯 번의 밤]에서 불행에 관하여 말한 적이 있다. “슬픔을 나누는 것과 불행을 나누는 것은 다르다. 슬픔은 위로를 원하지만, 불행은 불행 자신 외에 다른 어떤 것도 원하지 않는다. 그것은 불행한 상태, 그 자체를 가장 좋아하며 변화를 싫어하고 매우 친화적이어서 어떻게든 자신이 있는 쪽으로 모두를 끌어당기려 한다. 사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불행이란 놈이 그렇다는 것이다. 그러니 귀를 막고 달아나야 하는 것이 아닌가. 소돔과 고모라를 탈출하듯이 귀를 막고 돌아보지 말고 가야 하는 것이 아닐까. 그럴 수 있을까. 불행을 버리고 가면, 불행과 함께 남은 사람은 어떻게 될까. 불행을 버리고 사람을 끌어안는 방법은 없는 것인가. 그런 기술을 배우고 싶다. 사람의 말과 불행의 말을 구분하는 법, 사람의 마음과 불행의 마음을 알아보는 법, 그것을 안다면 예의 없이 손을 내미는 불행에게 완벽한 거절의 의사를 표현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불행한 사람을 구하러 갔다가 불행에 빠져 죽지 않고 사람만을 건져오는 법, 지금 우리에게는 그것이 절실하다.” ? <열다섯 번의 밤> 중에서 우리는 무엇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고 있는 것일까? 그것은 슬픔이었을까, 불행이었을까. 슬픔과 불행을 구분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닐 것이나 그 둘을 구분하려는 노력을 포기하고 있지는 않은지. “아무것도 아닌데 아무것도 아니지가 않아 자꾸만 눈을 감게 된다.” “보이니까, 눈을 감았는데도 보이니까 어쩔 수 없는 거지” 우리는 늘 다리 위에 있었다. 이쪽과 저쪽의 경계에서 더 풍요로운 쪽으로 고개를 향하며 열심히 발을 옮긴다. 그러나 등 뒤의 어떤 것들이 늘 우리를 따라다닌다. 다리 저편에 두고 온 것과 또는 붙잡을 것 없어 다리 위에서 떨어진 것들, 어쩌면 우리가 쉽게 놓아버린 것들, 불행이 아니라 슬픔이었던 것들. 그런 것들이 시대의 흔적처럼, 누군가의 팔뚝에, 얼굴에, 손바닥에 얼룩으로 새겨진다. 눈을 감았는데도 보이니까 어쩔 수 없는 것이 되어, 아니 눈을 감으면 더욱 선명하게 보이는 잔상처럼. 마지막 소설인 <바다에 빠지지 않도록>의 줄거리를 요약하는 것은 불필요하다. 그러니깐 이건 이를테면 기다림의 노래와 절망의 몸짓과 체념의 눈빛으로 이루어진 소설이다. 소설에서는 상실이 주는 아픔과 더불어 상실을 대하는 저마다의 태도들 역시 눈여겨 볼만 하다. 막이 내린 무대처럼 끝난 사랑은 고작 카레의 맛이나 좌지우지할 뿐이라는 담담함이 있고 레너드 코헨의 첼시호텔처럼 짧지만 영원히 불리울 노래가 있다. 누군가의 한 마디에 다시 봄이 올 것을 기대하는 삶이 있으며 마지막 한대라며 끊었던 담배를 다시 피우게 되는 삶도 있다. 얼룩으로 남은 다양한 무늬의 상처들은 지금은 잃었으나 그때에는 있었던 시간들의 얼굴이다. 그 얼굴을 제대로 마주하는 것으로 저마다의 상처가 아물 것이라는 것은 지나친 긍정일지 모른다. 그러나 <작가의 말>속 문장을 빌려보자면 그것은 잘 아물지는 못했으나 잘 여무는 일이 될 것이다. 그러므로 소설 <얼룩이 된 것들>에서 잊지 않는 것을 넘어서 다시는 잃지 않으려는 다짐으로 손을 더 세게 움켜쥐어보는 행위는 한 걸음 더 나아가는 일이다. 소설 속엔 섬세한 묘사로 그려진 풍경이 있고 아픈 문장으로 쓰여진 상처가 있어서 그녀의 글을 읽을 때면 지나온 어떤 장면들을 계속 떠올리게 되는데, 그때마다 하게 되는 질문이란 이런 것이다. 자꾸만 뒤돌아보게 만드는 그것은 풍경인가 상처인가 잊음과 잃음 사이를 서성대는 그것은 기억인가 마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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