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토마스 아퀴나스(1224~1274)는 스콜라주의의 전성기인 13세기에 활동한 가장 탁월한 중세 신학자이자 철학자로서, 그의 학문적 영향은 가톨릭교회 혹은 신학영역으로 한정시켜 말할 수 없다. 특히 토마스 아퀴나스가 시종일관 견지하는 학문적 태도, 즉 “견해들을 선택하고 배제하는 데에서 우리는 누가 말했느냐에 따라 사랑과 미움에 의해서 이끌려서는 안 되고, 진리의 확실성에 의해서 이끌려야 한다”는, 그의 학문적 태도와 정신을 잘 보여주는 구절이다. ‘진리의 이름으로!’라고 명명할 수 있는 이러한 그의 학문적 태도는 이성적 진리의 추구를 신(神)에 의해 부여된 인간의 사명으로 이해하는 것이자, 인간이성에 의한 합리적 이해의 가치를 적극적으로 긍정하는 것이다. 이것은 인간의 이성을 능가하는 초월성을 인정하면서도, 그것을 빙자하여 비합리성이 합리성을 대신하는 기준으로서 학문의 영역에 개입하는 것을 경계하는 태도다. 이러한 태도는 단순히 선언에만 그치지 않는다. 실제로 그의 저작 안에서는 아우구스티누스 같은 종교적 진리의 권위나 아리스토텔레스 같은 이성적 진리의 권위도, 그들을 권위이기 때문에 수용하기보다는 그들의 견해가 진리인 한에서만 그 권위를 인정하고 수용하는 것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이 책 역시 이러한 그의 정신이 녹아들어 있는 전형적인 저작으로서, 그가 두 번째로 파리대학 교수생활을 시작한 1269년 전반부에 행해진 토론들의 결과물이다. 모두 21개의 문제들로 이뤄진 이 작품은, 인간 영혼의 본성 특히 지성의 본성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공개적으로 개진한 내용을 시작으로, 가능지성의 단일성, 능동지성의 존재 여부 및 단일성, 인간 영혼의 복합성, 천사와 인간 영혼의 본성적 동일성 여부, 인간 영혼의 불멸성 및 분리된 영혼의 상태와 기능 등의 문제들을 다루고 있다. 사후의 문제까지 연결되는 이러한 주제들은 인간의 본성에 관한 논의를 포괄적으로 망라하는 것으로 손색이 없다. 특히 여기에 제시되는 토마스 아퀴나스 자신의 견해와 논증들은 잘못된 견해들에 대한 그의 비판과 조응하면서 어우러져 있기 때문에, 인간 본성에 관한 그의 다차원적 접근과 이해를 전반적이면서도 세밀하게 접할 수 있는 저작이다. 이 책은 한마디로 ‘지성혼’에 대한 해명을 통한 토마스 아퀴나스의 ‘인간본성론’이자, 그의 존재 형이상학과 밀접하게 연관된 형이상학적 인간학의 영역이다. 이 부분에 대한 논의가 근본적으로 인간의 지적 및 감각적 인식과 진리, 실천적 행위와 도덕성, 양심과 규범과 법, 행복과 자유와 자기실현 등 인간에 관한 모든 논의의 기반이자 근거임을 고려할 때, 이 책은 토마스 아퀴나스의 인간관과 이를 기반으로 하는 모든 논의를 이해하는 데 필수적인 저작이다. 더욱이 이 저작 안에 담긴 토론들은 그의 대표작인《신학대전》에 제시되는 인간론이 완성된 직후에 행해졌으며,《신학대전》에 포함된 것보다 훨씬 더 많은 문제들과 견해들이 다뤄지기 때문에, 그 내용의 질과 양 모두에서 더 완전하고 완성된 저작으로서, 인간 본성에 관한 한 결정판이다. 널리 알려져 있는《신학대전》이 모든 주제를 포괄적으로 망라한 집대성이기는 하되 입문자들을 위한 교육에 목적을 둔 것으로서, 특정 문제들에 대한 집중적 논의에 관한 한 이 작품을 포함하여 대표적인 몇몇 토론문제들에 비해서는 그 깊이와 넓이와 세밀함을 능가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인간 이해에 관한 한 이 저작의 중요성과 가치는 결정적이라고 하기에 손색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