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성식읽고싶어요친구를 잃어버리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다시 접촉하는 주도권을 그에게 맡겨두는 것이다. 그러면 머지않아 그가 꼼짝도 하지 않게 되는 날이 오는 것이다. ㅡ 이 말에 화들짝.좋아요7댓글0
Beaucoup4.0흔히 하는 말로 "한쪽 받을 무덤 속에 담고 있다."는 것은 병들어 아프다는 뜻이라기보다 사랑하는 사람들의 반을 땅 속에 묻었다는 뜻이겠다. 나는 어떤 학교의 어린이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매일 큼지막한 공책에다가 글을 몇 줄씩 쓰십시오. 각자의 정 신상태를 나타내는 내면의 일기가 아니라, 그 반대로 사 람들, 동물들, 사물들 같은 외적인 세계 쪽으로 눈을 돌 린 일기를 써보세요. 그러면 날이 갈수록 여러분은 글을 더 잘, 더 쉽게 쓸 수 있게 될 뿐만 아니라 특히 아주 풍 성한 기록의 수확을 얻게 될 것입니다. 왜냐하면 여러분 의 눈과 귀는 매일 매일 알아 깨우친 갖가지 형태의 비정 형의 잡동사니 속에서 글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을 골라내 어서 거두어들일 수 있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위대한 사진작가가 하나의 사진이 될 수 있는 장면을 포착하여 사각의 틀 속에 분리시켜 넣게 되듯이 말입니다." 이를 전부터 건조하고 해가 나며 춥다. 아침마다 베이 지색과 흰색의 올빼미 한 마리가 커다란 전나무 가지-언제나 똑같은 -위의 잘 보이는 곳에 올라앉아서 털을 곤두세우고 일광욕을 한다. 전혀 겁이 없다. 나는 줌 렌 즈를 끼우고 사진을 찍기 위해 다가간다. 이 녀석은 마치 깃털 장식을 한 원판같이 넓적하고 둥근 머리를 내 쪽으 로 돌렸다가 이제 그만하면 충분히 봐주었다는 듯이 고 개를 천천히 딴 데로 돌린다. 나는 란자 델 바스토가 묵상하고 지내는 교외의 어느 성당으로 찾아간다. 우리는 그 옆에 있는 작은 식당에 함 께 점심을 먹으러 간다. 그는 철저한 채식주의자다. 그는 내 접시에 담긴 비프스테이크를 끔찍하다는 듯이 바라보 더니 말한다. "당신은 상처를 먹는군요." 4월은 싸늘했다. 그 기나긴 추위가 지나가자 갑작스레 여름이 찾아와 후끈한 열기를 뿜더니 그 열기가 소나기 로 활짝 피어난다. 마로니에 나무에 핀 첫 꽃들이 땅바닥 에 자욱하게 떨어져 있다. 집 안보다 밖이 한결 더 덥다. 따뜻한 안개와 더불어 어둠이 내린다. 아주 오래전부터 나는 여행을 하는 동안의 여정과 그때 그때 있었던 일들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의 크고 작은 사건 들, 날씨, 철따라 변하는 우리 집 정원의 모습, 집에 찾아오 는 손님들, 운명의 모진 타격, 흐뭇한 충격 따위를 노트에 적어두는 습관이 있었다. '일기' 라고 부를 수도 있을 이것 은 내면의 일기joural intime' 와는 정반대되는 것이다. 그 래서 나는 이것에 '외면일기joumal extime 라는 이름을 만 들어 붙여보기로 한다. 거의 반세기 동안 시골에서 살아온 나는 자신들의 내면적 상태 같은 것에는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 수공업자들과 농사꾼들의 사회 속에 묻혀 지내는 터 이다. 이 '외면일기'는 지난날의 소박한 시골 귀족들이 추 수, 아이들의 출생, 결혼, 초상, 날씨의 급변 등을 적어두곤 했던 '출납부' 와 비슷한 것이다. 나는 나의 '외면일기'를 다시 꺼내놓고 내 발밑에서 생 겨난 여러 가지 발견, 관찰, 그리고 일화들로 재구성된 일 년 열두 달을 닦고 문질러 광택을 냈다. 중세시대의 화가들 과 판화가들이 그린 서민생활의 장면들에서 볼 수 있듯이 독자들은 우리가 걸어가는 길의 빼놓을 수 없는 동반자인 죽음 부인Madame La Mort'의 두건 쓴 실루엣"과 여러 번 마주치게 될 것이다. 이 조그만 책이 제공하는 웃음의 기회 에 그 부인은 보다 더 심오한 메아리를 보태줄 것이다.좋아요2댓글0
레임3.0나는 이 책을 읽으며 자괴감에 빠졌다. 내 일기도 쓰지 않으면서 남의 일기나 읽고 있다니. 나도 다시 일기를 써 보려 한다. '모로코 남부지방에서는 전통적으로 여자들이 꼼짝않고 집 안에만 틀어박혀서 살고 있는데, 그 여자들은 창문과 테라스에 널어 말리는 빨래의 색깔과 종류로 자기들끼리 의사소통을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비밀스러운 코드를 남정네들은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p16' '친구를 잃어버리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다시 접촉하는 주도권을 그에게 맡겨두는 것이다. 그러면 머지않아 그가 꼼짝도 하지 않게 되는 날이 오는 것이다. ,p19' '그는 철저한 채식주의자다. 그는 내 접시에 담긴 비프스테이크를 끔찍하다는 듯이 바라보더니 말한다. "당신은 상처를 먹는군요.",p44' '어떤 민족의 가난한 정도는 그 민족의 화려한 축제를 보면 알 수 있다. 반대로 생활 수준이 점차적으로 높아지면 각종 축제 행사들이 점차적으로 사라져가게 된다.,p65'좋아요2댓글0
멜랑콜리너마저3.0“취리히의 바인플라츠 다리 위. 검은 양복을 입은 금발의 소년이 한 손에 카세트 레코더를 들고 롤러스케이트를 타며 빙글빙글 돌고 있다. 그는 그 음악상자를 내려놓고 춤을 추고 또 춤을 춘다. 그러더니 이윽고 달려가며 그 음악상자를 휙 낚아채더니 마치 크고 가냘픈 밤의 새처럼 나는 듯이 사라져버린다. 광기에 의해 치유받는 행복한 고독의 인상.” -> 춤을 추며 절망이랑 싸울거야~ “떠돌이냐 붙박이냐? 인간의 근본적인 구별. 붙박이 농 사꾼 카인과 항상 갈등관계에 있는 떠돌이 목동 아벨. 혹은 붙박이 나무와 떠돌이 카누. 선택할 수밖에 없다. 카누를 만들자면 나무를 베어야 하니 말이다.” -> 둘다 하면 안되나요?가장 먼저 좋아요를 누르세요댓글0
끼적끼적
읽고싶어요
'크리스마스와 정월 초하루 사이의 기이한 일주일은 시간의 밖에 있는 괄호 속 같다.'
천성식
읽고싶어요
친구를 잃어버리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다시 접촉하는 주도권을 그에게 맡겨두는 것이다. 그러면 머지않아 그가 꼼짝도 하지 않게 되는 날이 오는 것이다. ㅡ 이 말에 화들짝.
Beaucoup
4.0
흔히 하는 말로 "한쪽 받을 무덤 속에 담고 있다."는 것은 병들어 아프다는 뜻이라기보다 사랑하는 사람들의 반을 땅 속에 묻었다는 뜻이겠다. 나는 어떤 학교의 어린이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매일 큼지막한 공책에다가 글을 몇 줄씩 쓰십시오. 각자의 정 신상태를 나타내는 내면의 일기가 아니라, 그 반대로 사 람들, 동물들, 사물들 같은 외적인 세계 쪽으로 눈을 돌 린 일기를 써보세요. 그러면 날이 갈수록 여러분은 글을 더 잘, 더 쉽게 쓸 수 있게 될 뿐만 아니라 특히 아주 풍 성한 기록의 수확을 얻게 될 것입니다. 왜냐하면 여러분 의 눈과 귀는 매일 매일 알아 깨우친 갖가지 형태의 비정 형의 잡동사니 속에서 글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을 골라내 어서 거두어들일 수 있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위대한 사진작가가 하나의 사진이 될 수 있는 장면을 포착하여 사각의 틀 속에 분리시켜 넣게 되듯이 말입니다." 이를 전부터 건조하고 해가 나며 춥다. 아침마다 베이 지색과 흰색의 올빼미 한 마리가 커다란 전나무 가지-언제나 똑같은 -위의 잘 보이는 곳에 올라앉아서 털을 곤두세우고 일광욕을 한다. 전혀 겁이 없다. 나는 줌 렌 즈를 끼우고 사진을 찍기 위해 다가간다. 이 녀석은 마치 깃털 장식을 한 원판같이 넓적하고 둥근 머리를 내 쪽으 로 돌렸다가 이제 그만하면 충분히 봐주었다는 듯이 고 개를 천천히 딴 데로 돌린다. 나는 란자 델 바스토가 묵상하고 지내는 교외의 어느 성당으로 찾아간다. 우리는 그 옆에 있는 작은 식당에 함 께 점심을 먹으러 간다. 그는 철저한 채식주의자다. 그는 내 접시에 담긴 비프스테이크를 끔찍하다는 듯이 바라보 더니 말한다. "당신은 상처를 먹는군요." 4월은 싸늘했다. 그 기나긴 추위가 지나가자 갑작스레 여름이 찾아와 후끈한 열기를 뿜더니 그 열기가 소나기 로 활짝 피어난다. 마로니에 나무에 핀 첫 꽃들이 땅바닥 에 자욱하게 떨어져 있다. 집 안보다 밖이 한결 더 덥다. 따뜻한 안개와 더불어 어둠이 내린다. 아주 오래전부터 나는 여행을 하는 동안의 여정과 그때 그때 있었던 일들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의 크고 작은 사건 들, 날씨, 철따라 변하는 우리 집 정원의 모습, 집에 찾아오 는 손님들, 운명의 모진 타격, 흐뭇한 충격 따위를 노트에 적어두는 습관이 있었다. '일기' 라고 부를 수도 있을 이것 은 내면의 일기joural intime' 와는 정반대되는 것이다. 그 래서 나는 이것에 '외면일기joumal extime 라는 이름을 만 들어 붙여보기로 한다. 거의 반세기 동안 시골에서 살아온 나는 자신들의 내면적 상태 같은 것에는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 수공업자들과 농사꾼들의 사회 속에 묻혀 지내는 터 이다. 이 '외면일기'는 지난날의 소박한 시골 귀족들이 추 수, 아이들의 출생, 결혼, 초상, 날씨의 급변 등을 적어두곤 했던 '출납부' 와 비슷한 것이다. 나는 나의 '외면일기'를 다시 꺼내놓고 내 발밑에서 생 겨난 여러 가지 발견, 관찰, 그리고 일화들로 재구성된 일 년 열두 달을 닦고 문질러 광택을 냈다. 중세시대의 화가들 과 판화가들이 그린 서민생활의 장면들에서 볼 수 있듯이 독자들은 우리가 걸어가는 길의 빼놓을 수 없는 동반자인 죽음 부인Madame La Mort'의 두건 쓴 실루엣"과 여러 번 마주치게 될 것이다. 이 조그만 책이 제공하는 웃음의 기회 에 그 부인은 보다 더 심오한 메아리를 보태줄 것이다.
레임
3.0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자괴감에 빠졌다. 내 일기도 쓰지 않으면서 남의 일기나 읽고 있다니. 나도 다시 일기를 써 보려 한다. '모로코 남부지방에서는 전통적으로 여자들이 꼼짝않고 집 안에만 틀어박혀서 살고 있는데, 그 여자들은 창문과 테라스에 널어 말리는 빨래의 색깔과 종류로 자기들끼리 의사소통을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비밀스러운 코드를 남정네들은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p16' '친구를 잃어버리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다시 접촉하는 주도권을 그에게 맡겨두는 것이다. 그러면 머지않아 그가 꼼짝도 하지 않게 되는 날이 오는 것이다. ,p19' '그는 철저한 채식주의자다. 그는 내 접시에 담긴 비프스테이크를 끔찍하다는 듯이 바라보더니 말한다. "당신은 상처를 먹는군요.",p44' '어떤 민족의 가난한 정도는 그 민족의 화려한 축제를 보면 알 수 있다. 반대로 생활 수준이 점차적으로 높아지면 각종 축제 행사들이 점차적으로 사라져가게 된다.,p65'
멜랑콜리너마저
3.0
“취리히의 바인플라츠 다리 위. 검은 양복을 입은 금발의 소년이 한 손에 카세트 레코더를 들고 롤러스케이트를 타며 빙글빙글 돌고 있다. 그는 그 음악상자를 내려놓고 춤을 추고 또 춤을 춘다. 그러더니 이윽고 달려가며 그 음악상자를 휙 낚아채더니 마치 크고 가냘픈 밤의 새처럼 나는 듯이 사라져버린다. 광기에 의해 치유받는 행복한 고독의 인상.” -> 춤을 추며 절망이랑 싸울거야~ “떠돌이냐 붙박이냐? 인간의 근본적인 구별. 붙박이 농 사꾼 카인과 항상 갈등관계에 있는 떠돌이 목동 아벨. 혹은 붙박이 나무와 떠돌이 카누. 선택할 수밖에 없다. 카누를 만들자면 나무를 베어야 하니 말이다.” -> 둘다 하면 안되나요?
h01iday
읽고싶어요
(시간의 밖에 있는 괄호 속)
더 많은 코멘트를 보려면 로그인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