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이야기꾼이자 매혹적인 한 인간의 초상!
『내 이름은 삐삐 롱스타킹』,『에밀은 사고뭉치』,『사자왕 형제의 모험』등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수많은 작품들은 50년이 지난 지금도 전 세계의 사랑을 받으며 어린이 문학의 고전으로 자리 잡았다. 아스트리드는 살아 있는 동안 “금세기 가장 사랑받는 스웨덴인”이란 칭호를 얻고, 어린이책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상 등 국제적인 상을 숱하게 받았으며, 노벨상 후보로까지 올랐다. 그리고 세상을 뜬 뒤에는 그녀의 업적을 기리는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상’이 제정되었고, 그녀의 필사본과 관련 자료들은 유네스코 세계기록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그러나 이토록 유명한, 세계 어린이 문학사에 우뚝 선 이 여성은 과연 누구일까?
이러한 명성과 달리 그녀에 관한 숱한 자료들 속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이라곤 극히 제한되고 판에 박힌 내용뿐이었다. 글쓰기를 통해 되돌아간 행복했던 어린 시절은 잘 알려져 있지만, 유년의 천국을 떠나야 했던 그 뒤의 삶은 잘 알려져 있지 않았다.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이 살아 있는 동안 지킨 침묵은 모든 이들로부터 존중받았기에, 그녀의 삶 한복판은 하얗게 얼룩져 있었다. 하지만 그녀가 세상을 뜬 뒤 그녀의 딸과 친구들, 오랜 동료들은 이전에 털어놓지 못했던 경험들을 이야기하기 시작했고, 전기 작가 마렌 고트샬크는 새로운 질문을 던지며 그녀의 삶을 씨실과 날실을 엮듯 촘촘하게 되살려 냈다.
이 책은 1907년 스웨덴 남부 스몰란드의 소박한 농가에서 나고 자란 소녀가 세계적인 작가가 되고 2002년 세상을 뜨기까지, 작가가 걸어온 길을 생생하게 그려 냈다. 햇볕이 잘 들던 행복한 어린 시절부터 방황하던 청소년기와 미혼모 시절을 거쳐 어른으로 살아간 그늘진 음지까지의 여정이다. 마침내 우리는 세계 최고의 어린이책 작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삶과 작품 세계뿐 아니라 그녀의 인간적 면모와 사회적 실천까지 총체적으로 만날 수 있게 되었다.
어린이의 세계와 언어를 깊이 이해한 작가이자 평화주의자!
1945년에 나온 『내 이름은 삐삐 롱스타킹』은 기성 세계에 강한 거부감과 함께 숱한 논란을 불러일으켰지만, 어린이들을 단번에 사로잡으며 어린이 문학의 새 장을 열어젖혔다. 그 뒤 아스트리드는 100권이 넘는 작품을 썼고, 전 세계 85개 언어로 번역되었으며, 그간 펴낸 책을 한 줄로 이으면 지구를 세 바퀴 두를 수 있다는 보고가 있을 만큼 전 세계 어린이들은 그녀의 책에 열광했다. ‘아이들 마음’을 ‘아이들 언어’로 그려 내어 재미는 물론 따뜻한 위로와 힘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는 아스트리드 자신이 자연 속에서 망아지처럼 뛰놀던 어린 시절을 평생 품고 살았으며, 어린이에 대한 사랑과 통찰이 누구보다도 깊었고, 유쾌하고 긍정적이며 열정적인 한편 아픔에 깊이 공감하는 삶의 태도를 지녔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또한 “어린 시절 가장 끝없이 펼쳐진 최고의 모험은 책읽기”였다고 밝혔듯이, 책 속에서 무한한 상상을 즐긴 덕분이었다.
이 책은 “무슨 일이 있어도 작가는 되지 않을 거”라고 했던 아스트리드가 “어느 날 갑자기 글을 쓰지 않을 수 없”게 된 과정을 이야기하며, 작가 특유의 재치와 유머가 행복했던 어린 시절에서 비롯되며, 어떻게 이야기가 샘솟고, 어떻게 자신만의 독특한 언어의 가락을 만들어 냈는지, 또 어린이와 어린이책을 바라보는 시선과 잣대는 어땠는지를 분명히 보여 준다.
한편 어린 시절이 막을 내리고 고통스럽게 어른 세계로 들어가 삶과 세상에 대한 통찰을 얻는 과정 또한 섬세하게 포착했다. 여느 청소년처럼 외모를 비관하고 반항하는 혼란기를 거친 아스트리드는 힘든 미혼모 시절을 겪어 내고 전쟁의 비참함을 경험하며 사회의 부조리에 눈뜬다. 그리하여 스웨덴의 가장 영향력 있는 인사로서 체벌 금지를 주장하는 데서 나아가 원전을 반대하고 동물보호법 개정에 시동을 걸며 흔들림없는 평화주의자로 살아간 모습이 차분하게 전개된다. 그리고 이러한 태도와 삶과 세상에 대한 통찰은 『미오, 나의 미오』나 『사자왕 형제의 모험』, 『산적의 딸 로냐』 같은 작품에 자연스레 녹아들었다.
어린이책 작가, 새로운 길 찾기에 나선 청소년과 어른 모두에게 등불이 되어 줄 책!
방황하는 청소년으로, 미혼모로, 두 아이의 엄마이자 늦깎이 작가로, 또 싸움꾼으로 치열하게 산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은 다양한 삶만큼 여러 독자들에게 따스한 인생의 선배가 되어 줄 것이다. 특히 아이를 키우는 어른이나 어린이책 작가라면 아스트리드와 아이들에 대해 세세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것이다. 아스트리드는 어린이라는 존재와 그들의 언어를 누구보다 깊이 이해했고, 아이들의 성장에 통찰력을 갖춘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이들과 관련한 문제에 부딪힌 독자가 ‘아스트리드라면 어떻게 했을까?’ 같은 질문을 던진다면, 그녀는 기꺼이 문제 해결의 지혜로운 길잡이가 되어 줄 것이다.
삶의 시련 앞에서 주저앉지 않고 자신의 삶을 굳건하게 세운, 성공한 작가라는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어린이를 사랑하며 작품 세계를 넓혀 간 아스트리드의 삶은 독자들에게 더 많이 사랑하고 더 꿋꿋해지라고 용기를 북돋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