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에 직접 주어진 것들에 관한 시론

대우고전총서는 국내 인문학의 기초를 굳건히 하기 위해 해당 학문 영역에서 가장 기초가 된다고 평가받는 서양의 고전들을 뽑아, 원전에 충실하게 번역한 시리즈다. 시리즈 첫번째 권인 이 책은 베르크손이 자기 철학의 가장 핵심적 개념인 '지속(duree)'을 처음으로 발견하여 세상에 공표한 책이다. '지속'의 개념이 베르크손의 가장 중요한 철학적 개념이라고 볼 때, 이 책은 그의 철학적 입장을 확인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저서라 할 수 있다. 책은 전체 3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1장에서는 심리상태마저도 물질적 개념도구로 파악하려는 기존의 심리학에 대한 강한 비판을 담고 있다. 이 책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2장은 앞에서 언급한 기존 심리학의 오류들이 시간과 공간의 혼동에서 비롯되었으며 진정한 시간은 공간과는 완전히 다른 '지속'임을 밝히고 있다. 지속의 입장에서 자유의 문제를 다룬 3장은 종래의 자유론과 결정론 모두에 공통적인 공간적 표상을 제거하면 문제 자체가 해소되어 버리고 자유는 의식의 직접적 사실로 드러남을 보여 준다. '지속'을 파악한 베르크손의 철학은 이후 본질에서 기능으로, 형상에서 지속으로, 공간에서 시간으로, 닫힌 우주에서 열린 우주로 등등 모든 전통 형이상학을 근본적으로 뒤집는 대변혁으로 나아간다. 그것은 서양 철학사가 겪은 가장 큰 지각변동이었고 이 책은 이를 직접적으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의를 지닌다. 이 책의 사상적 중요성을 밝힌 해제, 베르크손 연보와 참고문헌 등도 함께 실려 내용의 이해를 돕는다. 2003년 학술원선정 우수학술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