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잘 몰라서 혹은 그나마 있는 자산을 잃을까봐 두려워서 주식투자를 하지 않고 있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동시에 주식의 본질을 모르고 투기하듯이 주식투자를 하거나 남의 말만 듣고 이리저리 휩쓸리며 투자하고 있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다. 저자는 둘 모두를 위한 해법으로 ‘농심투자철학’을 제시한다. 즉 농부의 마음으로 주식투자를 하라는 것이다.
저자가 농심투자철학의 기초를 정립한 것은 크게 실패한 이후였다. IMF 사태 때 저자는 교보증권 압구정지점장으로 일하고 있었다. 나라가 휘청거리고 주가는 바닥을 모르고 급락했다. 이때 자신이 관리하던 고객들의 자산에 많은 손실이 났다. 도의적인 책임감으로 집을 팔아 고객들의 손실을 보전해 주었다. 저자는 이때 커다란 교훈을 얻었다. 레버리지를 이용한 단기투자는 반드시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기업과 소통하면서 장기투자를 하는 것만이 주식투자의 왕도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이후 2001년 911 테러 때, 지난 실패의 교훈을 잊지 않고 투자한 결과 큰 수익을 낼 수 있었다.
주식투자는 농사(農事)다
얼핏 농사와 주식투자는 어울리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농사는 느릿느릿 진행되지만 주식투자는 매순간이 급박하게 돌아가는 시장이라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생각은 주식의 본질을 모르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겉으로 보이는 것은 다르지만 그 본질은 같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농부는 좋은 씨앗을 골라 땅에 뿌린 뒤 거름을 주고 잡초를 뽑으며 농작물을 관리한다. 이렇게 해야 가을에 풍성한 수확을 할 수 있다. 주식투자도 이와 같다. 좋은 기업을 골라 투자를 하고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며 자신이 투자한 기업이 잘 성장하고 있는지 관찰하고 소통해야 한다. 그리고 오늘 씨앗을 뿌린 농부가 내일 열매를 딸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듯, 어떤 기업의 주식을 산 뒤에는 기업이 성장하는 시간 동안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 적절한 시기에 씨앗을 뿌리고 적절한 시기에 수확해야 하듯, 주식투자도 투자하는 시기와 거두어들이는 시기가 중요하다.
어떻게 하면 이 ‘적절한 타이밍’을 맞출 수 있을까.
저자는 농부가 매일 논에 나가 농작물들을 돌보듯, 주식투자자도 매일 자신이 투자한 기업과 소통해야 한다고 말한다. 현재 주식시장에는 자신이 투자한 기업을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투자하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현재의 재무 상태는 기본이고 그 회사가 지금까지 어떻게 성장해왔는지도 파악해야 한다. 그리고 경영자의 사업적 능력과 인간적인 품성까지도 알아야 한다. 또 직원들의 회사에 대한 만족도 역시 조사해야 한다. 그 다음에 투자를 결정해도 늦지 않다.
봄에 파종을 해놓고 한 번도 밭에 나가지 않다가 가을이 되어서 추수하러 가는 농부가 있는가. 농부가 매일 밭에 나가듯 주식투자자도 기업과 계속해서 소통을 해야 한다. 이런 노력을 하지 않고 주식시세판만 보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주식투자를 해놓고 기업과 소통하지 않는 사람들은 늘 불안하다. 기업 내외부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소통을 통해 기업의 현재 상황을 잘 알고 있다면 불안하지 않고, 그렇기 때문에 장기투자를 할 수 있다.
주식투자를 하는 사람들은 모두 자기가 투자한 기업의 주가가 상승하기를 바란다. 주가의 상승이란 곧 기업 가치의 상승이다. 따라서 투자자는 내가 투자한 기업의 경영자와 직원들이 기업 가치의 상승을 위해 어떤 일들을 하고 있는지 알아야 한다. 잘 하고 있다면 머지않아 그 노력들이 결실을 맺을 것이다. 잘못하고 있다면 투자를 거둬들여야 한다. 이 판단을 내릴 수 있는 근거를 만들어주는 것이 바로 기업과의 소통이다.
기업 성장의 과실을 공유하라
저자는 주식을 산다는 것은 그 회사의 주인이 되는 것이라고 말한다. 주인으로서 사업을 잘하는 경영자에게 대리경영을 시키는 것이 주식투자라는 것이다. 따라서 주인으로서의 권리와 의무를 다해야 한다. 그 내용은 다양하지만 크게 보면 동행과 소통이다. 이 책에는 동행과 소통의 구체적인 실천법이 자세하게 소개되어 있다. 그대로 실천한다면 누구나 기업 성장의 과실을 공유할 수 있다.
이 책은 딱딱하고 지루한 여타의 주식 관련 책들과 달리 부드럽고 흥미롭게 읽힌다. 그리고 당장 큰돈을 벌 수 있다고 충동질하지도 않는다. 이 책을 읽으면 상식을 틀어쥐고 시간에 투자하는 것이 주식투자라는 것에 동의하게 될 것이다.
이 책은 쉽다는 면에서 주식투자의 입문서가 되기에 충분하고 주식투자의 본질을 명쾌하게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주식투자의 교과서로 삼기에도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