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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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종말을 고하는 이 시대, 우리에게 절실한 것은 사랑을 재발명하기 위한 투쟁이다 “이 한 권의 짧은 책이 우리의 사랑을 바꿀지도 모른다”_『타게스보헤』 [책 소개] 재독 철학자 한병철의 또 하나의 논쟁적 저작! ‘사랑이 불가능한 시대’에 대한 통렬한 분석 『피로사회』 『심리정치』의 저자 한병철 교수(베를린 예술대학)의 신작 『에로스의 종말』(김태환 옮김)이 출간되었다. 전작 『피로사회』가 ‘할 수 있다’라는 성과사회의 명령 아래 소진되어가는 현대인의 모습을 비판적으로 관찰하고, 『심리정치』가 자유와 욕망까지 착취하는 신자유주의 시스템의 은밀한 통치술을 파헤쳤다면, 이번 책에서는 오늘날의 세계에서 진정한 사랑이 왜 위기에 처하게 되었는가에 대한 흥미로운 분석을 펼쳐나간다. 저자는 에로스가 “완전히 다른 삶의 형식, 완전히 다른 사회를 향한 혁명적 욕망”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이야기하며, 우리에게 오늘날 가장 절실하게 필요한 투쟁 가운데 하나인 ‘사랑의 재발명을 위한 투쟁’에 참여할 것을 제안한다. 2013년 독일에서 출간된 Agonie des Eros를 번역한 것으로, 프랑스의 철학자 알랭 바디우가 이 책의 불어판(Le D?sir: Ou l’enfer de l’identique, 2015)에 쓴 서문 「사랑의 재발명」이 함께 수록되어 있다. 한국에 소개되는 한병철의 여섯번째 책. “환상이 사라진 세계, 경제적인 법칙만이 지배하는 동일자의 지옥에서 에로스는 위기에 처할 수밖에 없다” 『에로스의 종말』은 “최근 사랑의 종말을 고하는 목소리가 자주 들려온다”라는 문장으로 시작된다. 역사의 오랜 전통 속에서 사랑에 강렬한 의미가 부여되어왔다면, 오늘날에는 바로 그러한 의미의 사랑이 위협받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오늘날 사랑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적은 과연 누구일까? 한병철은 에로스란 “강한 의미의 타자, 즉 나의 지배 영역에 포섭되지 않는 타자를 향한 것”인데, 환상이 사라지고 경제적인 법칙만이 지배하는 세계, 점점 더 “동일자의 지옥”을 닮아가는 오늘날의 사회에서는 에로스적 경험도 있을 수 없다고 말한다. 저자에 따르면, 사랑은 위험을 감수하지 않고 과잉이나 광기에 빠지지 않은 채 즐길 수 있는, 두 개인 사이의 가벼운 계약 관계가 아니라, 타자의 실존에 대한 근원적인 경험이다. 이는 필연적으로 자아의 파괴를 동반할 수밖에 없다. 그는 라스 폰 트리에의 영화 「멜랑콜리아」와 피터르 브뤼헐의 그림 「눈 속의 사냥꾼들」, 바그너의 악극 「트리스탄과 이졸데」 등을 예로 하여, 절대적 타자성의 경험으로서의 사랑, 완전한 타자의 파국적 침입에 의해 주체의 정상적인 균형 상태를 깨뜨리는 재난으로서의 사랑에 대해 이야기한다. 타자성에 대한 숭고한 찬가이자 소진되고 개별화된 주체에 대한 가차 없는 비판 한편으로, 안락함과 나르시시즘적 만족 외에는 관심이 없는 오늘의 세계에서 에로스의 가능성을 짓누르고 있는 실제적인 힘들을 집중적으로 파헤친다. 한병철에 따르면, 에로스는 성과와 ‘할 수 있음’의 피안에서 성립하는 타자와의 관계다. 즉, “다르다는 것의 부정성, 즉 할 수 있음의 영역을 완전히 벗어나 있는 타자의 아토피아(atopia)가 에로스적 경험의 본질적 성분을 이룬다.” 사랑의 경험은 불능에 의해 만들어지며, 불능은 타자의 완전한 현현을 위해 지불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성과 원리가 삶의 전 영역을 지배하고 있는 현대의 세속화된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사랑은 긍정화되고 아무런 부정성을 알지 못하는 단순한 ‘성애’로 변질된다. 한병철은 여기서 베스트셀러 소설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를 예로 드는데, 여기서 여주인공은 그녀의 파트너가 자신과의 관계를 마치 “정해진 근무 시간, 명료하게 정의된 업무, 성과의 질을 보장해주는 철저한 방법을 갖춘 일자리”처럼 생각하는 것에 대해 어리둥절해한다. 소설 속에서 묘사되는 사도마조히즘은 성행위 중의 기분전환용 놀이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위반과 일탈의 부정성이 전혀 없다. 오히려 그것은 소비 가능한 것만이 허용되는 긍정성의 세계에서 우리가 마주하게 되는 성애의 전형에 가깝다. 이 책은 진정한 사랑의 최소 조건, 즉 사랑을 위해서는 타자의 발견을 위해 자아를 파괴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데 대한 철두철미한 논증인 동시에, 전적으로 안락함과 나르시시즘적 만족 외에는 관심이 없는 오늘의 세계에서 에로스의 싹을 짓누르고 있는 온갖 함정과 위협 들을 깨닫게 해준다. 에로스의 정치학― “에로스는 완전히 다른 삶의 형식, 완전히 다른 사회를 향한 혁명적 욕망으로 나타난다.” 모든 삶의 영역에서 타자의 침식 과정이 진행되고 이와 아울러 자아의 나르시시스트화 경향이 강화되면서 사랑 역시 소멸되어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타자의 실존에 대한 근원적인 경험을 가능케 하는 것은, 아마도 현 시점에서는 사랑 외에는 없을 것이다. 진정한 의미의 사랑은 현대 세계, 세속화된 자본주의 세계의 이 모든 규범에 반항한다. 한병철은 여기서 에로스의 정치적 가능성을 이야기한다. 다른 삶의 형식, 다른 세계, 더 정의로운 세계에 대한 공동의 욕망에서 나오는 정치적 행위는 어떤 심층적인 차원에서는 에로스와 상관관계를 이룬다. 에로스는 정치적 저항의 에너지원이다. 에로스는 그 보편적인 힘으로 예술적인 것과 실존적인 것, 정치적인 것을 한데 묶는다. 알랭 바디우는 이 책의 「서문」에서, “긴장감 있고 풍부한 내용을 담고 있는 이 작은 책은 타자성에 대한 숭고한 찬가이자 소진되고 개별화된 현대의 주체, 우울한 나르시시스트에 대한 가차 없는 비판으로서, 앞으로 다양한 토론과 논의를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말했다. 독자들도 함께 완전히 다른 삶의 형식, 완전히 다른 사회를 가능케 할, ‘진정한 사랑’을 새롭게 발명해낼 방법을 모색해보길 기대한다. ※ 한병철 교수는 한국 출신의 철학자로서 독일 주요 언론에서 집중적으로 주목받고 광범위한 독자들의 반응을 이끌어낸 최초의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 독일의 주요 미디어들은 『피로사회』(2010) 때부터 저자를 주목해왔으며, 이후 출간된 『투명사회』와 『에로스의 종말』 역시 독일 사회에 많은 화제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그의 저서들은 한국과 독일을 넘어 이탈리아, 스페인, 그리스 등 세계 여러 나라에 소개되었다. 특히 스페인의 일간지 『엘 파이스』는 이 책 『에로스의 종말』(스페인어판, 2014)이 출간되자 이를 집중적으로 조명하는 기사를 싣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