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전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한국과 일본의 공중목욕탕 비교문화 체험기 450엔, 그러니까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대략 6,000원 가량. 물가가 비싸기로 유명한 일본에서, 이 돈으로 대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동네 공중목욕탕이라고 무시하면, 큰일이다. 감히 상상도 하지 못했을 어마어마한 비밀스러운 이야기들이 곳곳에 속속 숨어 있으니까. 당신이 도쿄에서 처음 해보는 것 유카타를 입은 온천이 아닌, 맨몸의 목욕탕 자! 모두, 벗을 준비 되었습니까? 일본의 목욕탕이라고 하면 유카타를 입는 온천을 떠올리기 쉽겠지만, 이 책은 철저히 맨몸으로 들어가는 동네 공중목욕탕(?湯|せんとう)에 집중하고 있다. 최근에는 ‘슈퍼센토’라고 해서 우리나라의 찜질방처럼 여러 가지 오락시설을 갖추고 레저 형식으로 운영하는 곳도 많지만, 시설과는 상관없이 450엔을 받는 ‘센토’만을 그 대상으로 삼았다. 지역도 일본 전역이 아닌 도쿄로 한정했다. 가장 변화가 많은 도시이기 때문에 옛날식 목욕탕부터 현대적인 시설의 목욕탕까지 지방보다는 다양한 모습의 목욕탕을 볼 수 있으리라는 기대 때문이었다. 찾는 손님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꿋꿋하게 가업을 이어오는 전통 목욕탕을 순례하며, 직접 탕 속에 몸을 담그고, 주인장과 이야기를 나누며 꼼꼼하게 취재했다. 한 달 간의 그 여정을 아홉 개의 구(?)별로 나누어 정리해 한 권의 책으로 묶었다. “저 미끌미끌한 검은 물을 보면 이상한 믿음이 가.” 우리나라의 공중목욕탕을 떠올리면, 글쎄…… 잘 생각이 나질 않는다. 어렸을 때 엄마 손에 이끌려 들어가 온몸이 빨개지도록 때를 밀고 나와 탈의실에서 엄마를 기다리며 봉지우유를 먹던 기억이 얼핏 떠오르기는 하지만, 그것도 십수 년 전 이야기. 확실히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동네 공중목욕탕이 발달해 있음을, 이 책을 몇 페이지 넘기지 않아도 쉽게 알 수 있다. 그 이유는 다다미방에서 생활하는 일본사람들이 몸을 데우기 위해 공중목욕탕을 찾는 것. ‘몸을 데운다’라는 개념, 확실히 온돌에서 생활해온 우리와는 다른 목적이다. 우리는 명절을 앞두고 일 년에 한두 번 때를 밀러 목욕탕을 찾거나, 젊은이들은 벗은 몸을 보이기 싫어해 그조차도 전혀 찾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 현대 일본사람들도 각 가정에도 욕조가 생기면서 공중목욕탕을 찾는 발길이 많이 줄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래된 골목길을 터줏대감처럼 지켜내는 각기 다른 스물여덟 곳의 공중목욕탕은 저마다 재미난 이야기들을 품고 있다. 오십 년이 넘은 목조건물 그 자체로도 흥미로운 목욕탕, 옛날식 체중계, 수동 안마기 등 오래되고 재미있는 레트로 아이템을 만날 수도 있었고, 마음까지 넓어지는 후지산을 그린 목욕탕 벽면 페인트 그림과 남탕과 여탕이 모두 보이는 반다이가 있는 목욕탕, 목욕 후엔 꼭 마셔야 한다는 음료수 라무네, 그리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허기진 배를 채워줄 군것질과 동네 구경까지. 이 책에서는 단순한 목욕탕 정보를 뛰어넘어 오래된 문화와 그것들을 소중하게 지켜내려는 사람들의 이야기까지 한데 버무려지고 있다. 단순히 몸을 씻는 ‘목욕’의 의미를 넘어서 ‘목욕탕 역사’의 전반을 두루 아우른다는 점에서 주목해볼 만하다. 도쿄에 가면, 한 번쯤 공중목욕탕에 들러봐야겠다고 마음먹은 분들을 위해 각각의 주소와 전화번호, 간략한 지도를 함께 수록했다. 만약 도쿄에 갈 일이 생긴다면, 나와 맘이 맞을 법한 목욕탕 한 곳 정도 골라 뜨거운 욕조에 몸을 푹 담그고 여독도 풀고 마음의 여유도 되찾고 오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