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타고난 직관을 알아야
세상을 올바로 이해할 수 있다
달에서 반경 1미터의 납덩이와 10센티미터의 납덩이를 20미터 높이에서 떨어뜨리면 어느 쪽이 먼저 땅에 닿을까? 왠지 큰 납덩이가 먼저 떨어질 것 같은 느낌이 드는가? 수세기 전에 갈릴레오가 두 납덩이는 동시에 떨어짐을 증명했지만 아직도 우리는 잘못된 직관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여전히 많은 사람이 백신반대론과 기후 변화 부정론을 펼치고 지구편평설, 창조설을 믿는 이유는 뭘까? 우리의 타고난 직관은 세상을 이해하고 예측할 수 있게 해주지만 많은 경우 우리를 잘못된 길로 인도한다. 캘리포니아 옥시덴탈 칼리지의 심리학자 앤드루 슈툴먼은 여러 심리학 실험을 통해 세상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방해하는 12가지 직관 이론이 어떻게 형성되고, 또 어떻게 우리를 속이는지 낱낱이 파헤친다. 저자는 우리가 세상을 올바르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개별 믿음이나 생각을 수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 생각이 일어나게 하는 기본 개념을 바꿔야 한다고 말한다.
왜 우리는 세계를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는가
탁자 위에서 공이 떨어지는 것을 본 적이 있는가? 살면서 수백 번도 더 봤을 이 상황을 우리는 정확히 이해하고 있을까? 실험을 위해 흰 종이 위에 탁자에서 떨어지는 공의 궤적을 그려보자. 당신은 공이 탁자 끝에서 수직으로 똑바로 떨어지는 것처럼 그렸는가? 그렇다면 당신은 공의 궤적을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 공은 포물선을 그리며 바닥으로 떨어진다.
우리는 어린아이일 때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이해하고 해석하기 위한 틀을 마련한다. 가령 우리는 물건이 떨어지면 그것이 수직 방향으로 곧게 떨어진다는 직관을 가지고 그것이 원래 있던 자리 바로 아래에서 떨어진 물건을 찾는다. 두 살밖에 안 된 아기들도 이런 직관을 가진다. 아마 이런 직관은 생존과 직접적인 연관을 갖기에 발달하는 것으로 보인다. 시리얼을 그릇에 부을 때 시리얼이 어디로 떨어질지 예측할 수 있어야 흘리지 않지 않겠는가?
다시 말해 우리의 뇌는 생존을 위해 세계를 이해하는 틀을 영유아기 때 갖추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선천적 직관과 후천적으로 습득한 지식을 얼기설기 엮어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설명하고 예측할 수 있는 그럴듯한 이론을 형성한다. 저자는 이를 ‘직관 이론’이라고 부른다. 이런 직관 이론들은 세상을 이해하고 예측하는 데 유용한 면이 있지만 많은 경우 우리를 잘못된 길로 인도한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대표적인 직관 이론으로 기동력 이론이 있다. 많은 사람이 운동하는 물체가 운동을 가능하게 하는 힘을 갖고 있다고 본다. 그렇기에 운동이 멈추는 건 바로 그 내부의 힘이 소진되었기 때문이라고 인식한다. 이런 직관 이론은 실제 현상의 일부분을 성공적으로 설명하고 예측할 수 있지만 앞에서 본 낙하하는 공의 궤적과 같이 실제 현상과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 기동력 이론을 극복하고 세상을 올바르게 보기 위해서는 뉴턴 역학이 필요했다. 하지만 우리는 과학 시간에 뉴턴 역학을 배웠음에도 불구하고 기동력 이론을 쉽게 떨쳐내지 못한다. 반박 증거에도 불구하고 직관 이론들은 끈질기게 우리를 괴롭힌다. 저자에 따르면 이런 직관 이론은 우리가 세계를 올바르게 보지 못하도록 만드는 가장 큰 장애물이다. 아직도 많은 사람이 백신반대운동, 기후 변화 부정론, 지구편평설, 창조설을 믿는 이유는 이런 ‘썰’들이 우리의 직관에 잘 부합하기 때문이다.
캘리포니아 옥시덴탈 칼리지의 심리학자 앤드루 슈툴먼은 이 책에서 물리의 세계(물질, 에너지, 중력, 운동, 우주, 지구)와 생물의 세계(생명, 성장, 유전, 질병, 적응, 계통)에 대한 직관 이론을 분석하며 왜 우리가 세상을 올바르게 이해하지 못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원인을 탐구한다.
왜 중력, 관성, 열과 같은 과학 개념들은 이해하기 어려웠을까?
세계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가로막는 직관 이론들
우리가 과학 시간에 배우는 개념들 중 아무리 외워도 머리에 들어오지 않는 것이 있다. 가령 밀도나 운동량, 열, 원자, 관성, 중력, 공통조상, 자연선택 같은 개념이 그렇다. 이들 개념들은 우리의 직관 이론에 반해 이해하기가 힘들다. 이렇듯 직관 이론은 세상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가로 막는다. 슈툴먼이 다루고 있는 몇 가지 사례를 살펴보자.
중력에 대한 직관 이론
어린아이에게 지구 반대편에 다른 친구가 산다고 말해주고 그 친구가 공놀이를 하다가 공을 위로 던지면 그 공이 어디로 갔을지 물어보자. 그 공이 아래로 떨어진다는 사실은 어른들에게는 너무나 자명하지만 아이들에겐 그렇지 않다. 아이들은 중력을 '안으로' 끌어당기는 힘이 아니라 '아래로' 끌어당기는 힘으로 여기기 때문에 공이 우주 밖으로 날아간다고 생각한다. 어른들이라고 중력에 대해 올바른 직관을 가진 것은 아니다. 정원에 아주 깊숙한, 너무 깊어서 지구의 중심을 지나 반대편까지 가는 우물이 있다고 상상해보자. 이 우물에 돌을 던지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돌이 지구의 중심을 지나 지구 반대편 우물에서 툭 튀어나올 거라고 답했다면, 여전히 당신에게 중력에 관한 직관 이론의 흔적이 남아 있는 것이다.
밀도에 대한 직관 이론
우리는 원자를 지각할 수 없다. 너무 작아서 맨눈으로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사물이 작은 원자들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물체마다 밀도가 다르다는 사실도 이해하지 못한다. 그래서 우리는 큰 물체를 물에서 가라앉고 작은 물체는 물에 뜬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물보다 밀도가 낮은 물체는 그 무게가 얼마든, 그 크기가 어느 정도든 관계없이 물에 가라앉지 않는다. 또한 물보다 밀도가 높은 물체는 아무리 작아도 물에 가라앉는다. 집보다 큰 나무 조각은 물에 뜨지만 손톱보다도 작은 쇠공은 물에 가라앉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이런 사실은 심지어 수천 년 전에 아르키메데스에 의해 밝혀진 원리다. 우리 모두 아르키메데스가 목욕탕에 몸을 담그다 부력을 발견하고 '유레카'를 외친 사건을 알고 있지 않은가? 하지만 우리의 직관은 여전히 물에 뜨는지의 여부를 그 사물의 크기에 달려 있다고 생각하도록 만든다. 이는 우리가 밀도를 지각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구에 대한 직관 이론
아이들에게 오랫동안 계속 직선으로 걷고 또 걷는다면 어디로 가는지를 물어보자. 많은 아이가 한 방향으로 쭉 걸으면 결국 지구의 끝에 가닿고, 거기서 더 걸어가면 우주로 떨어질 것이라고 답한다. 재밌는 것은 지구가 둥글다는 것을 아는 아이들도 이렇게 답한다는 것이다. 이 아이들에게 지구를 그려달라고 하면 실제와는 전혀 다른 '둥근' 지구에 대한 직관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가령 지구는 전체적으로 구형이지만 상반부는 비어 있고 사람들은 지구의 빈 상반부의 아래쪽에 깔려 있는 편평한 땅 위에 사는 것이다. 지구가 둥글다는 사실은 기원전 2세기에 이미 밝혀졌지만 우리는 땅이 둥글다는 직관을 여전히 떨치지 못한다. 지구가 편평하다고 믿는 사람들이 아직도 활동하고 있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진화에 대한 직관 이론
다윈 이후 우리는 진화론이란 훌륭한 생물학 이론을 가지게 되었다. 그럼에도 우리는 인간이 원숭이에서 '변화'된 것이라는 직관을 떨치지 못한다. 예컨대 원숭이, 유인원, 원시인, 인간을 순서대로 정렬한 영장류의 행진 그림은 원숭이는 유인원을 낳고, 유인원은 원시인을, 원시인은 인간을 낳았다는 잘못된 생물관을 반영하지만 우리가 진화에 대해 가지는 직관이 바로 이런 것이다. 유인원은 인간보다 더 원시적으로 보일지 모르나, 인간과 유인원은 각각 오랜 시간 동안 독립적으로 진화해왔다. 유인원은 우리의 현존하는 가장 가까운 친척이지 현존하는 가장 가까운 조상은 아니다. 유인원을 조상으로 오인하는 것은 사촌을 할머니로 오인하는 것과 같다.
질병에 대한 직관 이론
병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병의 원인을 아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