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체크아웃’을 테마로 한 소설가 열다섯 명(우다영, 도재경, 정용준, 최정나, 김성중, 김덕희, 정은, 이민진, 이지, 민병훈, 송지현, 박서련, 한정현, 김솔, 김멜라)의 에세이 앤솔러지 『쓰지 않은 결말』이 출간되었다. 이번 작품집은 호텔 프린스 ‘소설가의 방’ 10주년 기념 에세이 모음집으로, 소설 앤솔러지 『당신을 기대하는 방』과 함께 동시 출간되었다.
실제로 호텔에 머물러 작품 활동을 했던 소설가들은 휴식 또는 도피, 자유 혹은 속박, 필연 또는 우연 등 각자의 시선과 경험으로 체크아웃을 에세이 형태로 이야기한다. 사적이면서 공적이기도 한 그들의 이야기는 각자의 리듬을 갖지만 결국엔 모두 한곳을 향한다. 그렇게 그들은 체크아웃을 통해 또 다른 작품을, 삶을, 나를 마주하는 시간을 시작하거나 시작할 용기를 갖는다. 이번 책은 소설가들이 자기만의 방식으로 작품을 빠져나오는 방식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번 에세이는 작품의 뒷면에도 함께 써 내려갔던 이야기들이자 한 작품에 몰입하여 결말로 향하기까지, 작가의 창작론처럼 읽히기도 한다. 호텔의 방이 집필 환경에서 자신의 작품 세계로 확장되는 과정을 에세이로 만나볼 수 있다.
소설을 빠져나오는 순간에 대하여
열다섯 명의 소설가가 말하는 체크아웃
‘소설가의 방’ 10주년 기념 에세이 모음집 『쓰지 않은 결말』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호텔 프린스가 함께 하는 ‘소설가의 방’ 레지던스 사업 10주년을 기념하며 제작된 에세이 앤솔러지 『쓰지 않은 결말』이 아침달에서 출간되었다. 집필 공간을 제공해 작가의 작품 활동을 지원하는 ‘소설가의 방’ 레지던스 사업은 그동안 집필에 집중할 수 있는 도심 속 집필 환경을 제공하며 작가들의 창작 활동을 견인하는 역할을 해왔다. 10주년을 맞이하여 소설과 에세이 앤솔러지가 동시에 출간되었다. 레지던스 사업에 참여했던 열다섯 명의 소설가(우다영, 도재경, 정용준, 최정나, 김성중, 김덕희, 정은, 이민진, 이지, 민병훈, 송지현, 박서련, 한정현, 김솔, 김멜라)에게 ‘체크아웃’이라는 주제로 작품을 빠져나오는 순간에 대한 에세이를 청하고 담았다. 참여 작가들은 각자의 방에 머물며, ‘체크아웃’을 놓고 그에 대한 경험과 사유를 사적이고도 문학적으로 그려낸다. 그들의 필담은 서사적이면서 자유롭고, 사적이면서도 한편으론 공적이여서 호텔 프런트 어딘가에 놓인 방명록을 연상시킨다.
열다섯 명의 소설가는 이 책에서 각자의 체크아웃, 작품 혹은 작품이라고 불릴법한 무언가의 종료 ‘지점’에 대해 이야기한다. 어디서부터였는지, 기억나지 않는 출발선으로부터 결승선으로 향하는 그 고군분투의 과정. 그들 각자의 시작점과 속도는 다르고, 샛길 또는 지름길도 여럿 있겠지만 결국 그들은 ‘문’이 있는 한곳으로 모인다. 독자는 에피소드 다음의 에피소드를 읽어 내면서 결승선 이후의 일들을 자연스레 상상하게 된다. 그렇게 우리는 짧은 순간, 혹은 그 이상으로 그들의 문장에 체크인하고 체크아웃할 수 있게 된다.
“내게 소설이 끝나는 순간은,
새 소설에 대한 생각을 시작할 때이다.”
15인 소설가가 들려주는 결말에 관한 창작론
『쓰지 않은 결말』에서, 몇몇 소설가들은 체크아웃을 마감에 빗대어 그 에피소드와 후일담을 재치 있게 늘어놓기도 하고, 픽션 에세이로 승화시키거나 체크아웃 본래의 의미를 문학적으로 환원하여 마치 한 편의 편지나 미완결된 단편을 읽는 것도 같은 감상을 준다. 그런가 하면 어느 순간, 소설가는 하나의 방이 되어 독자를 그들의 잠재적 방문객으로 만든다. 독자는 그들로부터 초대받을 수도, 자발적으로 그 방을 찾을 수도 있다. 방문객의 신분으로 우리는 그 방 안을 마음껏 돌아다닐 수도, 한곳에 머무를 수도 있다. 그러는 동안 우리는 계속해서 체크아웃할 테지만 또 어디론가 체크인할 것이고 방은 언제나 그렇듯 새로운 사람을 맞이할 것이다.
『쓰지 않은 결말』은 작가들이 작품과 창작자의 관계를 ‘장소’로부터 환기한다는 지점에서 한 작가가 지닌 세계로 진입하는 주소가 되며, 동시에 ‘체크아웃’이라는 주제처럼 작품을 완결하고 빠져나오는 자신만의 기준이나 타이밍을 엿볼 수 있는 창작론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것을 ‘쓰지 않은 결말’이라고 일컫는 것은, 작품의 끝은 또 다른 작품의 시작과 밀접하다는 것, 퇴실하는 사람 다음 다시 입실하는 사람으로 호텔이 방으로서의 존재감을 갖는다는 것, 어쩌면 우리의 삶 자체가 이러한 작동 원리에 있다는 점에서 비롯된 제목이기도 하다. 한국 문단에서 활발히 작품 활동을 펼치고 있는 열다섯 명의 작가들에게 듣는 에세이는 호텔에 머무르며 마주했던 소설 뒷면의 장면들을 조명하는 것이며, 끝이 아니라 독자들에게 무언가를 읽으며 나아가게 하는 시작을 선사하는 글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