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직이지 않아도 많은 것이 해결되는 시대
우리가 움직여야 하는 이유를 말하다
우리가 1960년대 사람들에 비해 약 30퍼센트 덜 움직인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성인은 일생의 70퍼센트를 앉거나 누워서 보낸다. 아이들은 자유 시간의 50퍼센트를 앉아서 보낸다. 학교 책상에 구부정하게 앉아 있는 시간을 포함하지 않고서 말이다. 노인들은 어떨까? 그들은 깨어 있는 동안의 80퍼센트의 시간에 근육을 거의 움직이지 않는다. 이 사실이 딱히 놀랍지는 않을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충분히 움직이지 않고 있다는 것은 현재를 사는 우리에게 특별한 소식은 아니기 때문이다.
인간이 나무늘보처럼 살아가기를 선택한 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첫째, 편안하다. 둘째, 인간은 지난 100년을 움직이지 않도록 돕는 기술을 발명해왔다. 지구상의 다른 거의 모든 생물과 달리, 인간은 음식을 찾거나, 유희를 찾거나, 심지어 짝을 찾기 위해서도 거의 움직일 필요가 없게 되었다. 그런 일들은 자리에 앉아 엄지손가락만 까딱거려도 손쉽게 처리할 수 있는 시대인 것이다. 인간은 많은 행동을 기술로 대치해낸 스스로에게 뿌듯해하고 있지만, 사실 편안함을 추구하는 라이프스타일은 IQ의 하락, 반사회적 행동의 증가, 정신질환을 불러온다. 여러 연구가 앉아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에게서 자존감과 친사회적 행동이 감소하고 있으며 정적인 시간이 불안과 우울 같은 감정으로 연결된다고 시사한다. 또한 오랜 시간 동안 가만히 앉아 있으면 집중력, 기억력, 기획력이 저하되며 창의적인 생각에 제약을 받는다. 핀란드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최근의 연구는 앉아서 보내는 시간과 수학 및 영어 시험의 낮은 성적 하락 사이에 눈에 띄는 연관성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또한 이런 생활 방식은 우리를 나이에 비해 늙게 만든다. 연구에 따르면, 하루에 차나 TV 앞에 앉아서 보낸 시간이 2-3시간 많은 중년의 사람들은 보다 활동적인 사람들에 비해 정신적 예리함이 훨씬 빨리 감소한다.
방대한 연구 결과와 최신 사례,
뇌과학⦁인류학⦁생물학을 넘나드는
매혹적인 움직임 안내서
⟪뉴 사이언티스트⟫의 과학 저널리스트로, 늘 새롭고 흥미로운 과학을 대중에게 알려온 저자 캐럴라인 윌리엄스 또한 활동적인 사람은 아니었다. 자리에 조용히 앉아 인간 정신의 특성을 다룬 연구를 읽고, 생각하고, 글을 쓰는 사람에 가까웠다. 그러다 그는 산책을 하거나 춤을 추며 집중력을 높이고, 기분을 전환했던 수차례의 경험을 통해 정신과 신체를 연결 짓는 과학적 근거를 본격적으로 파고들기 시작했다. 그가 이 주제로 책을 쓰기로 결심했을 때, 이미 수많은 과학자들 또한 이제 신체와 정신을 분리하던 기존의 통념에 의문을 품고 있었다. 사고는 머릿속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며 사고가 감정으로 향하는 유일한 길도 아니라는 인식이 퍼지기 시작한 것이다. 이제 뇌과학에서 세포 생물학, 진화 생물학까지 갖가지 다양한 분야에 몸담은 과학자들이 신체의 움직임이 정신에 영향을 미치는 방식에 대해 연구하고, 그 이유를 설명하는 생리적 기제를 다루고 있다. 그들이 발견하고 있는 사실들은 과학의 판도를 바꿀 잠재력을 가지고 있으며 현대의 라이프스타일을 고려할 때, 우리의 건강과 행복에 크게 영향력을 미친다.
저자는 움직임이 우리의 정신, 인지, 정서 건강에 중요하다고 말하며, 어떤 종류의 신체 움직임은 우울증에서 만성 통증을 불러일으키는 골칫거리 ‘염증’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준다는 연구 사례를 제시한다. 또한 몸을 움직이면 뇌-신체 사이의 스트레스 경로를 차단해 불안감을 줄이고 자신감을 불어넣는다는 연구도 있다. 움직임은 뇌에서 전기적 정보가 흐르는 방식을 변화시켜서 정신 상태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도 한다. 몸은 더 이상 뇌를 이고 다니는 덩어리가 아닌 뇌의 연장이자 동등한 파트너가 된다.
걷기는 어떻게 창의력을 높이는가
찰스 다윈에서 프리드리히 니체까지
천재들이 걸으면서 사고하는 과학적인 이유
매일 부지런히 헬스장에서 근력 운동을 하는 사람이라면, 움직이라는 조언이 지루하게 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저자는 우리가 떠올리는 운동, 그러니까 종일 가만히 있다가 잠깐 시간을 내어 하는 고강도 운동을 권하지는 않는다. 하루 중 특정 시간에 고강도 운동을 하는가는 중요하지 않다. 운동 직후에 기분과 집중력이 상승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점심시간에 시간을 내어 하는 한 시간의 근력 운동은 대세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뇌 영상 연구는 기억에 연관된 두뇌 영역의 두께와 사람이 앉아서 보내는 시간 사이에 상관관계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중요한 것은 점심시간 이전과 이후에 네 시간 동안 가만히 앉아 있는 시간이 주는 영향이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저자는 몰아서 하는 고강도 운동보다는 일상에서 습관처럼 자연스럽게 행하는 가벼운 움직임이 더 효과가 있다고 말한다.
『움직임의 뇌과학』은 여러 연구 결과와 최신 사례를 통해 걷기, 달리기, 춤추기, 스트레칭 등의 간단한 움직임을 제안한다. 헬스장에 돈과 시간을 투자하는 것보다 지금 당장 의자에서 일어나 몸을 움직이는 것이 당신의 정신을 건강하게 하는 데 훨씬 도움이 된다고 말하는 책이다. 그렇다면 걷기는 어떻게 우리의 창의력을 높일까? 저자에 따르면 우리의 몸은 아래로 잡아당기는 중력에 맞서도록 만들어졌고, 뼈에 체중을 싣고 움직이는 것은 오스테오칼신의 분비를 촉진한다. 오스테오칼신은 기억력, 전반적인 인지 능력을 높이고, 불안감도 줄여준다. 또한 발바닥에 가해지는 압력은 혈류가 몸 전체를 보다 효율적으로 순환하게 도와 뇌에 활력을 준다.
이 책의 전체적인 목표는 우리가 가진 가장 최신의 과학을 이용해 새롭게 부상하는 ‘움직임’이라는 다이얼을 소개하고, 그것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알리는 것이다. 저자는 신체와 정신을 잇는 생리, 신경, 호르몬 연결을 연구하는 과학자들뿐 아니라 신체와 정신의 긴밀한 연관성을 뚜렷하게 증명해낸 사람들을 발로 뛰며 인터뷰했다. 춤을 추며 난독증을 극복한 심리학자, 달리기를 하며 마음을 괴롭히는 짐을 털어낸 마라토너, 정신력과 회복력을 위해 공중제비를 넘는 스턴트맨…. 『움직임의 뇌과학』은 과학적 근거가 부족했던 분야에 타당한 이론을 뒷받침하는 과학서이자 독자가 당장 자리에서 일어나 움직이고 싶게끔 동기부여를 해주는 자기계발서다. 지능을 높이고 싶고, 우울한 기분을 떨치고 싶고, 삶에 대한 통제력을 갖고 싶은 당신에게 과학이 주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지금은 앉아 있을 때가 아니다!”